5.11 - 6.23
그랑팔레
인도 출생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54-)가 2010년 크리스티앙 볼탄스키에 이어 올해 그랑팔레에서 펼쳐지는 모뉴멘타(Monumenta)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냈다. 1970년대 초부터 런던에 정착해 작업해 오고 있는 카푸어는 1991년 터너프라이즈상을 거머쥐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올랐고, 그후 구겐하임·루브르·로얄아카데미·테이트모던 등 전 세계의 명성 높은 미술관들에서 전시했다.
총 면적 13,500m²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그랑팔레의 중앙홀(Nef)은, 미니멀적 전시 콘셉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2008년 모뉴멘타전의 주인공, 미국인 조각가 리차드 세라의 전시와 유사하게, 단 하나의 오브제, 단 하나의 형태, 그리고 단 하나의 색으로 꾸며졌다. 카푸어의 작품은 지극이 단순하지만, 관객을 심오한 성찰과 명상으로 이끄는 밀도 높은 시적 함축성 내포하고 있다.
단 하나의 형태와 색은 그랑팔레라는 공간 속에서 빛과 관객과의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만남들을 통해 무수히 다양한 변주를 내게 된다. 관객은 작품의 내부에 들어가 작품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마치 거대한 고래의 몸에 갇혔던 피노키오가 느꼈을 공포와 편안함이란 상반된 감정상태를 떠올린다. 예술은, 카푸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적으로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감성과 이성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신비한 화학 작용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