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개개인의 소득 수준이나 환경에 관계없이 교육이나 의료처럼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가치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 사회가 공적으로 투자하고 활용하는 공공재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문화 분야의 정책은 단순히 경제 논리와 시장의 메커니즘에만 맡겨둘 수 없다. 산업화된 영역의 문화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문화가 꼭 필요하지만 스스로는 수익성이 없으니 정부가 도와야 한다는 피동적 지원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사회적 공공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문화에 대한 책임의 적극적 구현이라는 데 공공 지원의 당위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많은 문화 정책과 사업을 입안하고 실천해 왔다. 물리적 환경이 열악할 때는 문화 기반시설을 짓고 예술가를 육성하는 이른바 ‘공급자’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접근은 가시적 업적주의나 하드웨어에 치중해 폐해가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단기간에 인프라를 구축한 점에서 그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그 환경에 걸맞은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또 누구나 고르게 문화예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정책도 이제 ‘향유자’ 위주로 발전적 전환을 해야 한다. 같은 흐름에서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이나 ‘문화복지’는 문화의 외연을 넓히는 데 중요하다.

다양한 문화 정책과 지원이 성공하려면 적절한 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문화계는 소수의 열정과 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그 명맥을 유지했다. 특히 창작예술가 당사자가 아닌 관련 분야 종사자들은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활동을 돕는 보조적 역할로서만 인식됐다.

따라서 그러한 인력의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육성이나 지원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구축된 대형 문화예술회관과 같은 하드웨어의 운영이나 콘텐츠의 기획에 필요한 문화 인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건물만 덩그러니 세워놓은 채 비워두는 게 문화의 현주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종사들에게는 고급화된 인프라와 높아진 문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만큼 양질의 인적 자원 확보가 중요하고, 이들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교육과 훈련이 앞서야 한다.

물론 문화에 대한 전반적 관심과 인식의 확산으로 많은 수의 잠재적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그 명칭은 비록 다르지만 50개가 넘는 대학에 문화와 관련된 학위과정이 설치돼 있다. 민간 분야의 교육 과정까지 합치면 엄청나게 많은 젊은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는 경제적 논리에 따른 고용시장의 구조에만 맡겨진 채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나마 단기간의 인턴십이나 단발적이면서 임시변통의 고용촉진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고용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문화계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문화를 포함한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은 대단히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게 틀림없다.

-경향신문 2006.12.27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