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블랭(Valerie Belin)전
2006. 12.16-2.17 파리 갤러리 시파스






지난 십여 년간 현대사진에 있어 하나의 전복이 있었다. 사진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대한 믿음이 뒤집힌 것이다. 최초의 디지털 사진이 ‘가짜’를 갖고서 ‘진짜’의 일루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면 오늘의 예술가들은 가상의 느낌을 주는 실제를 통해 시뮬라크르에 대응한다. 프랑스의 젊은 사진가 Valerie Belin은 그런 예술가들의 부류에 속한다. 그녀의 초상 사진들은 비록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찍은 것이긴 하지만, 그들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두꺼운 화장을 한 모델의 시선은 몽롱하고 얼굴엔 표정이 없다. 개인적인 이야기 거리의 단서가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그저 검은 색 배경을 뒤로 하고, 균일한 산광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모델의 얼굴에서 모든 ‘인간적인 온기’는 사라지고 ‘삶의 흔적’은 지워진다. 이미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그것을 구별하는 기준이나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시대에 아무런 트릭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현실’을 찍은 사진을 통해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가상의 의심스러운 간격을 속이지 않고 눈속임처럼 제시함으로써 현대의 혼란스러운 시각의 양상을 드러낸다.


에르제(Herge)전
2006. 12.20-2.19 파리 퐁피두 센터

<땡땡의 모험>으로 여전히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만화가 에르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에르제 재단과 공동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크게 ‘에르제의 삶과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한 파트와 그의 작업을 테마별로 묶어 구성한 파트로 나뉜다. 자신의 본명 조르주 레미(Georges Remi)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이름 에르제(앞파벳 R.G의 프랑스식 발음)로서 처음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의 초기 작업들과 땡땡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던 결정적인 시기인 30년대의 작업들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에르제의 만화 세계가 공개된다. 그리고 2차 세계 대전이 야기한 경제적 기술적 어려움이 오히려 어떻게 출판상의 혁명을 낳게 했는지의 궁금증도 풀 수 있다. 또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60년대에 만화가로서 아니라 이번에는 추상미술을 발견하고 미술 메세나와 콜렉터가 됐던 또 다른 모습의 에르제를 만날 수도 있다.


우편함 작품전
2006. 9.25-3.2 파리 우체국 박물관





프랑스 우편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소장품들을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해 1946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그 동안 “메일 아트”나 “우편엽서의 안쪽” 등과 같은 흥미로운 테마전 역시 기획해왔다. 이번에 열리고 있는 전시는 멕시코의 사진가 마리오 루이 펠리시아니가 찍은 우편함 사진들과 브라질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사울 카미네르가 제작한 우폄함들을 소개한다. 펠리시아니가 상파울로 외곽의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찍은 사진들은 원색적이고 경쾌한 색의 사용뿐 아니라 폐품을 활용해서 만든 기발하고 추상적인 형태에서 마치 유명한 예술가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겨질 만큼 미적으로도 훌륭한 우편함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우편함들은 또한 단순히 편지가 배달되는 오브제라는 실용적 가치를 넘어 대도시의 빈민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사회학적 자료로서도 가치를 갖는다. 카미네르는 세라믹 우편함과 그림, 조각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그가 만든 우편함들은 전기 스페인과 히브리 문화에 토대를 두고 작가가 발전시켜온 자신만의 신화의 연장인 ‘꿈에로의 초대’ 혹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착될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