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읽기
#814
문화자본 시대
요즘 국내 주요 일간지는 ‘샌드위치 코리아’에 대한 담론으로 지면을 도배하듯 한다. 너나없이 이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기에 그만큼 우리에게 절박한 현실로 다가온다는 얘기이다. 며칠 전 나는 몇몇 문인들이 모이는 자리에 갔다. 경제와 경영에 대해 문외한인 그들의 대화도 ‘샌드위치 코리아’와 연계된 ‘21세기 우리의 미래’에 대한 얘기로 어쩐지 우울하고 걱정스러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샌드위치 안에 더 맛있고 영양가 있는 내용물을 넣어 팔면 되지 뭘 그리 걱정합니까?” 하였다. 나의 이 농담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21세기는 문화가 최고의 자본이다”라고 한다면 샌드위치 안의 맛있고 영양가 있는 내용물이 바로 ‘우리의 자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문화자본은 몇몇 탤런트들에 의존하는 ‘한류’가 아니다. 문화자본에 의한 경영은 이질적이고 상반된 사물과 이미지를 조정하고 접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종합적인 예술 경영이다. 모든 문화의 속성에는 ‘이질적으로 상반된 사물의 만남’이 있다. 이른바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재현실, 상품과 영성(sprituality)이 함께 만나는 종합적이고 통합적 만남을 창출하는 창조적 문화야말로 ‘21세기의 문화자본’이다. 이러한 문화자본은 세상에 없었던 상품을 만들고, 없었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지난 세기 예언자적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말하는 “모든 이가 예술가다”라는 화두에 의한 경영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교육부의 ‘3불 정책’의 논의도 보이스의 관점에서 보면 교육정책의 시작과 끝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특성을 지닌 인재이다”라는 명제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인재’를 뽑아야만 최고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은 편협한 강박관념이다. 편협한 엘리트 정책은 수천수만의 숨은 인재들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강박관념에 저항하여 ‘평준화’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면 더욱 어리석은 이상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입시제도를 바꿔서 대학을 발전시키고 교육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학벌 위주의 대학교육의 허상을 걷어내고, 국제 경쟁력이 있는 세계적 종합연구대학과 특성화된 맞춤형 인재양성을 가능케 하는 교육환경을 갖춘 대학을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그리하여 끝없는 정책 대결로 에너지를 소진할 것이 아니라 지식기반사회를 대비하여 모든 국민을 인재화할 수 있는 교육의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제자본만을 자본으로 생각하던 시대가 끝나고 문화자본, 환경자본으로 자본의 의미가 확산해가는 이 시대를 선도해 가는 문화자본 획득은 인간과 자연, 우주에 내재된 창조적 영성으로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있다.
이와 같이 혁명적으로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만 있다면 ‘샌드위치 코리아’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위기를 21세기 우리 민족이 살아갈 에너지 창출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풍부한 감수성과 민첩성,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반도적 기질과 기마 민족의 DNA를 타고난 우리 민족에게 오늘의 고난과 난관은 21세기를 이끌어갈 풍부한 문화자본의 원형을 창조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0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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