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오시마 섬에는 ‘지중미술관’이 있다. 일본 베네세 회장이 나오시마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드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2대에 걸쳐 18년째 추진 중인 섬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꾸며져 있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미술관’이 있고, 옛 주택을 개조한 미술관 등 문화예술시설로 유명하다.
지중미술관은 땅 속에 묻혀 있다시피 한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모네의 그림 다섯 점이 걸려 있는 하얀 방이 있다. 전시실 전체가 바닥부터 벽, 천장까지 다 하얀색이다. 그 전시실에 발을 들여 놓으면 어디부터가 천장이고 어디까지가 벽인지 불분명할 정도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낸다. 그리고 세계적인 작가 제임스 터렐이 빛을 이용해서 공간의 미학을 만들어낸 전시실이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푸른 빛의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섬 전체가 미술품 전시실이다. 섬 전체 곳곳에 조각이 놓여 있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황금색과 붉은색의 거대한 호박은 주위를 압도한다. 붉은색 호박 속으로는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교통표지판으로 쓰는 삼각 고깔이 수백 개 모여서 거대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 섬의 호텔도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다. 뜻하지 않은 모퉁이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고 벽 틈으로 빛이 들어와 들여다보면 조각작품이 햇살을 받으며 서 있다. 공간과 시간이 함께 움직이는 듯한 배치다.

예술가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섬 전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상상력으로 되지 않는 일은 없고 상상하지 못했던 삶 속의 한 부분이 거대한 미술작품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섬 하나를 통째로 미술관처럼 만들어서 그 섬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만든 발상도 놀랍다. 당연히 예술에 경영이 접목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창조경영’ 이야기를 많이 한다. 창조적인 사고와 감각을 지니지 않고는 평범한 제품, 평범한 조직이 될 뿐이다. 만드는 사람이 가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웹 2.0처럼 고객이 상품의 가치를 정하는 시대가 됐다. 박수근의 그림 ‘시장의 여인들’을 종이나 물감, 시간 등의 원가로만 따지면 10만원 아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작품에 25억원이라는 가치를 매겨주었다. 고객이 가치를 매기는 시대이기에 경영에는 창조적인 발상이 더욱 필요하다.

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만들어 ‘경영’하는 것도 창조적인 마인드에서 시작된다. 두바이는 사막에다 스키장을 짓고 바다 위에 7성(星)짜리 호텔을 지어 놓았다. 그 호텔에서 하루 자려면 적어도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고 가장 싼 방의 하루 숙박비가 150만원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몰려든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경험’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다.

그 도시에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삼성이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의 빌딩은 100층까지 올라갔지만 전체가 160층이 될지 180층이 될지 모른다. 세계 최고기록이 될 때까지 올라간다. 3일에 한 층씩 올라간다. 7성 호텔 꼭대기 옥상에서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를 초빙해서 시합을 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전 세계로 나갔다. 그 보도를 하려면 호텔을 설명해야 하고 두바이를 설명해야 한다. 홍보가 안 될 수가 없다. 결국 테니스 시합은 못 했지만 이야기는 영원하다.

미술작품이든, 거리 미관이든, 하나의 도시 전체든, 창조적인 감각을 가질 때 가치를 가지고 살아난다. 2050년이 되면 모든 산업의 50% 이상이 여가산업이 될 것이라는 MIT연구소의 전망도 있다. 겨우 먹고사는 생존의 차원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문화다. 먹고사는 문제를 더 근사하고 세련되게 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놀라운 것을 창조해 낸다. 창조적인 마인드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도 없다.

-세계일보.2007.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