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정책에 있어 정부는 영원한 후발주자


 


최근 문화광광부의 ‘새예술정책’을 기초로 창작스튜디오 지원과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온 정부차원의 노력은 2002년 창동에 이어 2004년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스튜디오 정보자료실을 구축하는 등 수차례의 연구를 통해 창작을 위한 기반조성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1998년 창작스튜디오 확충기본 계획을 서둘러 마련한 이후 2001년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이나 그에 대한 특별법 시행령, 시행지침을 구축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90년대부터 지역 미술인들이 폐교를 통한 창작스튜디오 활용을 지자체의 도움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문화재단과 사립미술공간 등 민간차원에서 미술창작스튜디오 운영이 시행되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논산과 강화에 <미술창작실>이란 이름으로 시범적으로 지원책을 활용한 것이 정부로서는 처음인 셈이다. 그 동안 미술인들의 민원에 등 떠밀린 문화관광부가 2000년대에 들어 미국의 ‘PS1’을 모델로 폐교 활용을 골자로 한 <미술창작스튜디오> 방안을 마련하고 부랴부랴 뒷북친 것은 훗날 창작공간 활성화에 일정부분 기여했음에도 단순한 창작기반 조성 차원의 미술정책에 머물렀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폐교의 위탁이나 임대를 통해 미술인들이 마련할 수 있는 창작스튜디오는 최근 고액의 입찰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탓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사회복지시설에만 적용되고 있는 대부요율 감액도 창작스튜디오에 적용될 필요가 있는 등 창작스튜디오 확충을 위한 법제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화예술관광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미술창작스튜디오 운영활성화 방안』에는 지원에 관한 법적, 제도적 개선사항이 담겨져 있지만 2004년 5월에야 ‘창작스튜디오 운영규정’이 마련되었듯이 아직도 예술인을 위한 창작기반 조성 정책은 시행착오를 내정하고 있는 초기 진행형일 따름이다.


 



현행 지원으로부터 소외받는 다수의 미술가들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의 선택, 집중식 지원의 수혜자는 년 간 40명 안팎으로 바람직한 모델 개발을 위한 상징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고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하는 공립창작스튜디오도 폐교 활용을 통한 시설이 대부분으로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해 대다수의 작가들은 지원,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폐교 활용이나 다른 차원의 공립미술창작스튜디오의 혜택을 받게 된 작가들로서도 지자체로부터 무상임대를 받는 횡재(?)는 소수일 뿐이고 지자체 교육청과 1000-3000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로 계약을 하는 입장에서 정부로부터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예술가에 대한 지원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쌈지 스페이스나 가나 아틀리에, 영은 미술관의 경안창작 스튜디오 그리고 최근에 문을 연 금호창작 스튜디오와 같은 여러 민간 차원의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이미지 마케팅을 위해 공모선정을 통해 ‘여타의 가능성 있는’ 작가를 선정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이들 중 일부 스튜디오가 입주 작가의 의무적인 작품 기증을 조건으로 양질의 콜렉션을 손쉽게 구축하거나 또 다른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한 다차원적인 방안을 스튜디오를 통해 모색하는 것은 눈흘겨볼만한 대목이지만 최소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립 차원에서 미술창작스튜디오의 발전적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명목으로 국제교환프로그램이나 지원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수의 스타 작가 만들기 시스템을 가동시키는데 정열을 기울이고 폐교활용 수준에 그치는 공립창작스튜디오 운영을 지자체에 맡기고 팔짱을 끼고 있는 것으로는 소외받는 다수의 예술가들의 불만을 결코 잠재울 수 없다. 다수의 지자체 문화재단이 창작지원을 통해 대체적 지원을 하고 있고 경기문화재단 같은 일부에선 창작기반 조성, 지원을 위한 ‘문화예술인 창작촌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지만 선택, 집중 지원으로부터 소외받는 이들은 여전하다.


 


미술창작스튜디오 지원에 관한 한, 정부가 당면한 문제는 구축된 법안에 손 털고 그를 시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폐교 활용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시설 확대방침을 법제적으로 구축하여 소외된 다수의 예술가에 대한 지원방침을 마련하는 일이 주요해 보인다. 프랑스의 예처럼 아파트 신규 건축시 일정 규모의 미술창작스튜디오 건립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나 ‘예술가 아틀리에’(maison des artistes) 프로그램처럼 공동창작스튜디오의 개념이 아닌 다양한 개인창작스튜디오를 다수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제도 또한 시급하다. 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힘겹게 자비를 들여 개인스튜디오를 마련한 예술가들에게도 수입 여하에 따라 실제적 지원금 혹은 세제 및 공과금 감면 등의 다양한 지원을 위한 장기적 계획 추진도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다수의 예술가들’을 끌어안는 길이 될 것이다. ●


 



출전 /


김성호, "다수를 소외시킨 미술창작 스튜디오 지원", 엣지코멘트,『미술세계』, 2006, 4월호, pp. 6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