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글


탈근대 시대의 현대미술교육은 유럽이나 미국의 주도적 영향권 아래서 각 나라가 자국의 상황에 맞게 재확립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나라의 전통과 역사에 따른 근대 이전의 미술교육 체제가 19세기 산업혁명 이래 전개되어 온 유럽의 현대화 이념 체제에 묻혀 퇴색되거나 무력해진 것은 차치하고라도, 오늘날 미국의 《게티센터(Getty Education Institute for the Arts)》라는 일개 재단이 1980년 중반에 개발한 이른바 《DBAE(Displine Based Art Education)》라는 ‘학문 중심 미술교육’ 체제를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유럽과 미국의 여전한 파워를 실감케 한다. 한국이 2002년부터 전면 시행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 역시 미술교육 현장과 실기, 미술사, 미학, 비평의 통합적 접목의 교육방법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DBAE의 교육모델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근거해 수용자 위주의 교육 서비스를 높이고자 한 ‘제7차 교육과정’이 ‘기초기본교육의 충실’이라는 기본 취지와 상반되게 인성교육에 필요한 기초과목을 외면하게 만들었다고 모두들 난리다. 이른바 미술 수업 시수의 축소나 고등학교에서의 선택 교과목으로의 전환 그리고 미술 과목의 대입 내신 미반영과 같은 조치들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일선의 미술교사나 교육전문가들도 교육인적자원부가 미술교육의 존폐 위기를 몰고 왔다고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비판의 본질은 고교 미술교육에 관한 한, ‘입시 평가 과목으로부터의 소외가 불러들일 미술교육 존폐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이유보다는 궁극적으로 대학 서열화의 문제나 현행 입시제도와 평가방식의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공교육의 이상만 앞세웠다는 것에 있다 할 것이다.

 


반면, 초중등학교 미술교육에 있어서는 ‘학교 밖 연계 프로그램 등 통합적 접목의 교육방식’시행에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반된 모습을 도래케 하고 있다. 그 교육방식은 2005년부터 문화관광부의 정책기획, (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박물관, 미술관 연계 초중등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개발, 운영 사업》이 그 예라 할 것이다.

 


특히 ‘제7차 교육과정’의 미술교육이 초중등과정에서는 ‘학교 내 미술교육 현장에서의 창작교육’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관이나 작가의 아틀리에와 연계해서 이루어지는 ‘미술창작 현장에서의 실기, 미술사, 미학, 감상, 비평의 통합적 교육’을 다각도로 모색할 수 있는 교육지침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부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긍정적 담론을 무성하게 제공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는 초, 중, 고 미술교육현장에 있어서 그 ‘현장성’이란 앞서 우리들 논의에 근거할 때, 다분히 ‘학교 밖의 실제적 미술현장’을 지향한다.

 


본고는 최근 미술교육에 있어서 ‘통합적 교육’의 기치 아래 심층적 접근이 모색되는 이러한 ‘학교 밖 현장성’ 혹은 ‘학교 연계 현장성’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이에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상담의 체계, 즉 ‘어떤 일로 현장에서 일대일 상담을 통해 교육적 체계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인 ‘멘토링’의 유효한 교육방법론 논의에 집중하고자 한다.

 

 

 





II. 미술교육에서의 현장성, 유럽의 모델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의 미술교육의 현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유형의 바람직한 모델은 역시 유럽이나 미국의 것들이다. 마치 공교육의 이상은 여전히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이나 미국은 중, 고등학교 과정에서 미술 과목을 일찌감치 선택과목으로 정해 놓고 있지만, 실천적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이 실행된 상태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현장 일각에서는 ‘입시 평가 과목으로부터의 소외가 불러들일 미술교육 존폐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성토하며 근시안적 현실인식에 치중해 있거나 교육의 텃밭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상을 앞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될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교육이 학교의 울타리 안에 감금되어 있는 현상으로부터 ‘학교 밖 현장성’을 강화하는 유럽의 모델을 검토해 보는 것은 우리들 논의에 있어 매우 유효하다 할 것이다.

 

 



1. 독일-미술교육의 사회화


독일 또한 1950년의 교육개혁에서 미술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축소시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보다 근원적인 예술교육운동의 전기를 마련했던 탓에 문화예술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개인의 예술적 잠재력 보다 예술적 개인의 사회적 관계를 더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통한 일련의 정책들로 1970년 이후에 더욱 더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상생활과 예술을 통합했던 바우하우스의 전통은 창작 중심이나 단순한 미술사 이해 차원의 미술교육 방법과 목적을 거부하고 사회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미술의 역할을 모색하게 만든 것이다.

 


독일의 공교육은 ‘교육과학부’가 담당하는 ‘학교 교육’과 ‘가정, 노인, 여성, 청소년부’에서 담당하는 ‘학교 밖 교육’으로 구성된다. 특히 청소년 복지 차원에서 연방과 주, 지방의 행정단위가 제공하는 수많은 ‘학교 밖 프로그램’을 통해 시행하는 예술교육은 여전히 입시의 틀을 벗기가 버거운 한국적 교육현실에서 필요한 예술교육의 한 방편일 수 있겠다. 이른바 이원적 체제에 의한 공교육의 연장인 이러한 ‘학교 밖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활성화시키려면 미술학원과 같은 획일적인 교육내용의 과외 교습소가 아닌 다양한 예술의 사회화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구습을 탈피하는 문화의식 속에서 가능해 보이는 이러한 독일의 미술교육의 행정적 이원 체제는 모든 교육을 점수화시킬 때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학습 행태에 만연한 한국적 교육 풍토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2. 프랑스-미술교육의 현장화와 대중화


프랑스의 미술의 공교육정책 개혁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지식 기반 사회’로의 이행과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의 차원을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 주요한 모델이다. 80년대 프랑스는 예술 공교육의 위기사항을 문화부가 적극 나서 문화예술교육 강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갔다. 소위 문화부와 교육부의 합동작전인 이 ‘협약’의 체제는 1983년 당시 ‘자크랑’ 문화부광관과 ‘알랭 사바리’ 교육부장관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예술을 학문의 체계로 정립하려는 교육적 차원을 강조하는 이 정책은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술 실기 활동과 더불어 처음으로 학교에서의 ‘문화 수업’이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모든 이들이 성인 이후에도 평생 미술 향수의 기회를 갖고 생활할 수 있는 ‘미술의 대중화’를 지향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자 뿐만 아니라 현장의 많은 미술가들이 학교 내의 공교육에 참여하게 되고 역으로 피교육자가 문화예술기관으로 확장된 미술교육을 자연스레 받게 되는 ‘미술교육의 현장화’가 그 정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에서 미술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취하게 되는 프랑스의 운명적 상황이 오히려 적극적인 미술 공교육 정책을 이끌어 내었다. 1988년에 조스팽 총리가 교육부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미술교육’을 정초했지만, 문화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서 문화수업과 미술실기 활동을 증가시켜 낸 것이다. 이후 자크랑 전 문화부장관은 교육부 장관이 되면서 2000년에 문화예술교육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1000여개의 아틀리에와 2000개의 예술수업계획, 1000여개의 합창단을 창설하는 등의 교육과정을 제시하였다.

 


매주 수요일, 수업이 없는 프랑스의 초, 중등학교의 교육시스템은 미술수업 시수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애초에 차단하게 한다. 수요일, 주말과 일요일을 활용한 문화예술기관과 결합한 미술의 공교육 시스템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학생들이 모여 실제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려보거나 토론하는 미술수업 장면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생소한 풍경들이다. 이러한 ‘미술교육의 현장화’가 향후 일상 속에서의 미술 향수를 지속시키는 ‘미술의 대중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우리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3. 영국 외-미술교육의 사회화와 산업화


영국의 경우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단계별 미술교육’(key stage 1, 2, 3이 필수, 4는 선택)을 통해 아이디어로부터 작업의 평가와 발전, 이해의 차원을 다루는 ‘미술과 디자인’이라는 교과목으로 통합하여 미술교육의 사회화를 꾀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디자인 산업을 발전시켜 온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영국의 미술 공교육은, 1950년대 미술비평가이자 교육자인 ‘허버트 리드’의 저서『미술을 통한 교육』을 통해 창의적 교육이 주창되어 왔다. 창의력이 국력이라는 취지하에 자유로운 자기표현과 창의성,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방침과 함께 미술의 사회화, 산업화 정책이 함께 도모되어 온 것이다. 이와 연계된 순수미술의 마케팅 차원도 그에 버금가게 활성화되어 있어서 콜렉터 ‘사치’에 의해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세계적 부상이 이루어졌던 것은 그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유럽의 다른 나라들의 미술 공교육 역시 공통적으로 비평적 차원을 동반한 이해 중심의 미술교육을 도모하거나 사회화의 기치를 간직하고 있음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화산업 지향의 교육도 간과할 수 없는데 노르웨이나 네덜란드의 뭉크나 고흐 작품을 통한 미술산업의 측면이나 스위스의 디자인 교육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이들 나라에서도 고등학교에서의 미술은 선택과목이다. 미술의 산업화 전략 외에도 사회화,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는 유럽의 공교육에서 미술은 더 이상 산술화된 비율과 석차에 의한 ‘점수’로 평가하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III. 한국 미술교육에서의 현장성과 멘토링의 과제


미술교육의 평가는 사실 학생기록부와 같은 평가지표의 것으로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국민 공통 교과’로서의 마지막 학년인 10학년(고등학교 1학년)까지를 필수화하고 2. 3학년 과정에서는 선택과목 조치한 한국의 ‘제7차 교육과정’은 미래의 예술정책 기틀을 마련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필자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제7차 교육과정’은 미술만이 아닌 고등학교 2, 3학년생의 전 과목의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아니던가?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중등학교부터 미술을 선택과목으로 지정하고 있기도 한 만큼, 문제의 요지는 일선의 교사나 미술교육자가 한국의 입시제도의 틀 속에서 점수화되는 미술교육을 다시 회생시키려 노력하기 보다는 유럽의 미술교육의 대중화나 사회화와 같은 다른 차원에서의 근원적인 ‘현장성 지향의 미술교육’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식 시스템과 미국의 DBAE 체제로부터 영향 받아, 문화관광부가 2005년부터 문화예술교육팀을 신설하고 교육부와 힘을 모아 공교육과 현장예술을 접목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장성 지향의 미술교육’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국정교과서를 폐기하고 검, 인제로 전환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어 획일적인 한국의 미술교육이 변모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의 미술교육이 오늘날 유럽식 모델처럼 사회화, 대중화의 목적을 수립해 나가기 위해 ‘박물관, 미술관과의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시도한다든가 ‘E-멘토링을 통한 초등학교 교사의 미술재교육’ 지침을 수행한다든가 ‘감상과 비평 교육이 접목된 미술치료’와 같은 ‘생활 속의 미술교육’을 실행하는 등 현장성에 기반한 교육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미술교육현장의 청신호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장성을 강조한 미술교육프로그램들이 실제적으로 ‘멘토링’의 문제와 어떤 방식으로 연계되어 실행되고 있으며 그 요청되는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먼저 ‘멘토링’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가? 앞서 ‘들어가는 말’에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듯이, 멘토링이란 ‘어떤 일로 현장에서 일대일 상담을 통해 교육적 체계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교사가 학습자에게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하고 그 제능력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시켜주는 일련의 교육활동인 ‘교수’(敎授, teaching)의 개념을 연상시키지만, 멘토링이 보편적 교수의 개념에 비해 좀 다른 것은, 지식의 전달 차원을 넘어서는 경험, 가치의 체계를 피교육자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면서 지도, 코치, 조언하여 피교육자의 잠재력을 개발시키고 실력을 성장시키는 ‘현장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일대일 상담 체계를 구체화한 ‘개별성’과 ‘특수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특징이다.

 


이 멘토링(mentoring)이란 용어는 멘토르(mentor)라는 이름으로부터 온 것인데 그 기원은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아(Odyssey)’에 근거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이타이카 왕국의 왕인 오디세이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아들 텔레마코스를 그의 친구인 멘토르에게 돌보아줄 것을 부탁하는데, 멘토르는 오디세이가 전쟁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10여 년 동안 텔레마코스를 친구, 상담자, 스승, 아버지의 모습으로 훌륭히 교육시키며 보살폈다. 멘토르에서 유래한 멘토라는 이름은 오늘날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17세기에 프랑스의 페넬롱(Fenelon)이 이러한 신화의 내용을 활용해 ‘텔레마쿠스의 모험’이라는 책을 쓴 이래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 임하는 스승의 동의어로 사용됐다. 멘토는 오늘날 상대방보다 경험이나 경륜이 많은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잠재력을 볼 줄 알며, 그가 자신의 분야에서 꿈과 비전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며, 때로는 도전도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스승, 교사, 후원자, 장려자, 본을 보이는 사람, 비밀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인생의 상담자, 안내자 등으로 묘사되곤 한다.

 


멘토링은 상기의 특성을 지도, 교수하는 총체적 활동을 의미함으로써 수직적, 주입적, 일방적 교수체계를 탈피하고자 하는 교육의 방법론으로서 20세기 들어 체계적인 연구의 지침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2년 번역 출간된 바 있는 맥킨지(Mckenzie) 컨설팅의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을 통해 멘토링이 소개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최근에는 직업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예술교육의 현장에서 특히 유효한 방법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실이다.

 



멘토링이 예술교육의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발현되는 지점은 피상적으로는 창작교육의 지점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초, 중등교육에서 그리기, 만들기라는 표현어법 안에는 창작 주체의 창조적인 의지와 전인격적 인성이 담겨있다. 이러한 창작을 지도할 시 교사가 멘토의 입장을 충실히 감당할 여건이 보다 유효해진다. 미술교육에 있어서 멘토(mentor)는 피교육자인 멘티(mantee)-혹은 멘토리(mentoree), 프로테제(Protege)라고 불린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미술창작에 대해 인지하고 그 감성을 키워낼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창작 방법론 전수에 목적을 두지 않고 창작의 의미와 가치를 전해주는데 목적을 두는 멘토링의 방법론으로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의 교환을 통한 충분한 상담의 기제가 작동될 수 있도록 멘토는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와 가치의 쌍방성 지향’은 멘토링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지향점이다.

 


최근 ‘학교 밖 미술교육’ 혹은 ‘학교-미술관 연계 교육’이라는 현장성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쌍방형 소통을 중시하는 멘토링의 교육방법론이 더욱 가치 있게 발현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고등학교 미술교육이 평균 주당 1시간으로 축소되었을 뿐 아니라 2학년부터 선택교과로 분류되면서 대부분 지식교과 수업으로 대치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부족한 수업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학교 밖 미술교육’이라는 현장성이 강화된 ‘학교 밖 연계교육’이 요청됨에 따라 교육담당 교사의 멘토링이 더욱 주요해진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학에 관한 전문가이면서도 미술교육학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다. 따라서 ‘학교 밖 연계교육’에 있어서는 ‘교육의 연계 주체’, 예를 들면 미술관의 미술교육 담당자와 같은 전문가에게 ‘멘토’의 역할을 쉬이 위임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초등학생의 미술교육 뿐 아니라 전 과목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서는 스스로 체계적인 미술재교육을 통해서 멘토의 역할을 담당해야만 한다. 멘토링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책임감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 고등학교 미술 담당 교사로서의 멘토의 역할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성공적인 멘토링을 위해서는 능력 있고 유능한 멘토의 조건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멘토가 가져야 할 자질로는 멘토링 경험과 해당업무에 대한 전문성, 노하우, 인재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또 멘토와 멘티는 경험과 지식, 배경 등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있기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배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술교육에 국한해서 살펴볼 때 현장성을 강화하는 ‘학교-미술관 연계’와 같은 ‘학교 밖 연계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초, 중, 고교 교사들은 동일하게 멘토의 역할을 상황에 따라 현장의 전문가에게 임시 위임하면서도 언제나 주(主)-멘토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의 교육과정에서 미술관-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성 풍부한 교육을 강화하고자 할 때, 학교의 교사는 미술관 관람 전과 후에 사전학습과 사후학습을 시행함으로써 다양한 미술교과 과정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면서 주-멘토의 역할을 감당해야만 한다. 한편, 방과 후 교육활동인 특기적성교육에 미술감상반을 운영하거나 토요 휴일에 명예교사로 미술관 에듀케이터를 초빙하거나 특별활동을 통해 미술관과 연계된 수업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학교미술교육에서의 멘토링과 관련한 우리들 논의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장성이 강화된 ‘학교 밖 연계 프로그램’에서조차 교육의 핵심 책임자인 교사가 멘토의 역할을 언제나 적극적으로 감당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교사들은 현장성 강한 미술관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갖추기 위해 늘 노력할 뿐만 아니라 ‘학교 밖 연계 프로그램’의 초반기에 시도되는 ‘간접적 연계 프로그램’으로부터 ‘직접적 연계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멘토의 역할 확장에까지 관심을 쏟아야만 한다.

 


‘간접적 연계 프로그램’이 미술관 측에서 일방적으로 교육에 관한 내용을 학교나 교사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미술관 에듀케이터와 같은 ‘학교 밖 미술교육 전문가’에게 멘토의 역할을 임시 위임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할 때 ‘직접적 연계 프로그램’은 학교 교사가 주-멘토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유효한 모델이라 할 것이다. 물론 ‘단체 전시관람’과 같은 간접적 연계 프로그램을 위해서 미술관 에듀케이터에게 멘토의 역할을 임시 위임하면서도 학교의 교사는 사전, 사후 교육 방식을 통해 일관된 주-멘토의 역할을 감당해야 될 터이지만 ‘직접적 연계 프로그램’에서는 ‘학교 안 미술교육’을 현장성 강한 ‘학교 밖 미술교육’으로 확장하는데 있어서도 멘토의 역할에 대한 ‘임시 위임’ 없이 연속적인 멘토의 역할을 더욱 효율적으로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직접적 연계 프로그램에서도 교사 단독이 아닌 미술교육 전문가, 미술관 에듀게이터 등과 언제나 상호협조를 통해 교육의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제7차 교육과정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이러한 ‘학교-미술관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 실천한 바 있다. 1차년도인 2005년에 박물관 연계 연구학교 4곳(서울흑석초등학교, 전주영원정읍초등학교, 전주효정중학교, 전주여자고등학교)과 미술관 연계 연구학교 2곳(서울창림초등학교, 서울신묵초등학교)과 전문단체 4곳(뮤지엄교육연구소, (사)한국대학박물관협회, 인투뮤지엄, 헬로우뮤지엄)이 참여, 개발한 연계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는 인튜뮤지엄과 창림초등학교가 협업한 into museum project가 있는데 여기에서 두 협업체는 ‘단체 전시관람’과 같은 간접적 연계 프로그램과 다양한 ‘사후학습’을 통해 직접적 연계 프로그램을 동시에 계획, 실행하여 현장교육을 통한 통합교육과 감상교육의 다변화를 모색하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학교-미술관 연계’와 같은 협업 시스템의 현장성 지향 프로그램은 멘토의 역할을 강화시킨 사례라 할 것이다.

 


협업을 통한 연계 프로그램과 같은 현장성 강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조차 학교교사는 미술에듀케이터에게 위임하는 멘토의 역할을 그 스스로 수행하기도 한다. 멘토(교사)는 준비된 여러 멘토링 방법론을 통해서 멘티(학생)에게 미술작품에 대한 비평과 감상, 나아가 창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분석-해석-판단’이라는 일반적인 미술작품 감상법에서 조차 비교분석에 따르는 여러 질문과 토론이라는 상담식 멘토링을 통해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지적, 감성적 판단에 의한 창의적 교육이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현장에서 촉발시키는 놀이와 참여를 통해 형성되는 멘토링은 멘티에게 하여금 미술에 대한 자연스러운 체득의 교육 결과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토론법, 관찰법, 문예법, 모의 미술관법, 제작법’과 같이 다양한 방식의 창작, 비평, 미술사와 연계된 미술감상 교육은 멘티에게 이미지를 언어화, 체험화의 과정을 통해서 이해시키는 멘토링 훈련에 다름 아니다.

 


미술교육에 있어서 현장성과 결합되어 통합적 교육을 지향하는 멘토링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사례들은 무수하다. 문제는, 실천적 프로그램 개발에 앞서 멘토링의 과제가 있다면 미술교사는 대화와 상담을 통해 멘티에게 ‘가르치는 자’로서의 위압적인 스승의 위계 의식을 버리고 ‘대화하는 자’로서의 동반적 의식을 언제나 지속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IV. 나오는 글


창작을 위한 미술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대학교육에 있어서 대화와 상담이 주가 된 멘토링의 방식이 시행되어 온 것은 오래전 일이다. 반면, 초, 중, 고교생을 지도하는 미술공교육에 있어 멘토링이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학교교육 일선에서 지식 전수가 아닌 감성 교육의 일환으로 피교육자 입장을 중시하는 일련의 미술교육 활동이 이루어져 오기는 했지만 멘토링의 체계적 면모는 갖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 고교에서의 미술교육은 특히 피교육자인 학생들에게 예술적 소양의 전수를 통해 전인격적 문화인으로 육성시키는 공교육의 차원을 강조한 나머지 성적 위주 혹은 입시 위주의 과목으로부터 잠시 탈피시키는 ‘자유시간 제공’의 역할을 자처해 온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미술이론에 대한 주입식 교육과 미술창작에 대한 방관자적 교육이 양분된 채 병행되어 왔다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멘토링은 이러한 양분된 미술교육을 통합시키는 역할을 부여한다. 특히 ‘제7차 교육과정’과 더불어 모색되어 온 ‘학교-미술관 연계 프로그램’과 같은 현장성이 강화된 ‘학교 밖 프로그램’은 교사의 효율적인 멘토링을 절대적으로 요청한다. 그것은, 학교 밖 현장에서 미술을 맞닥뜨리는 학생들인 멘티에게 이미지를 언어화된 훈련으로 체계적으로 이해시키는 훈련이며 교사가 ‘아는 자, 가르치는 자’의 권위를 벗고 ‘멘티’와 ‘상담하는 자, 대화하는 자’로 나서는 수평적 체계의 교육이 된다. 이는 학교를 벗어나서 비로소 인식하게 되는 학교 내 교육과 사회 현실이 경계 짓는 ‘틈’을 학생시절에서부터 메워나가는 적극적인 교육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미술교육에 있어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현장과 연계해서 펼쳐 온 사회화, 대중화를 지향하는 유럽식 통합교육의 모델을 ‘멘토링’과 접목시켜 한국적 교육현실에 체계적으로 모색해 온 것은 우리로서는 최근의 일이다. 미술교육의 경우에도 역시 그러하다. 초, 중, 고교 미술교육이 공교육 이상을 지니고 있는 만큼 멘토링이 작동하는 유연하고 창조적인 교육 방법론은 이제 교육전문가들만의 것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다. 미술 공교육의 이상을 교육현장에 수립하기 위해서는 일선의 교사, 학교 밖 교육관계자는 물론 모든 유관 기관들이 협력 시스템으로 창출하는 현장성이 강화된 통합교육을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앞서 우리가 살펴본 멘토링의 과제를 적극적으로 모색, 실천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

 




출전 /


김성호, "미술교육에서의 현장성과 멘토링의 과제", 『미술교육의 현황과 현장, 미술교육에서의 멘토링 그 과제』, 경기대학교 춘계 심포지엄(2006. 10. 3. 경기대) 자료집, 2006. pp. 2-8. 한편, 이 글의 일부내용은 다음에 실린 바 있다. 김성호, "유럽의 미술교육", 『미술세계』 2006. 2월호, pp.6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