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선의 석사학위논문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통한 현대산수화에 관한 연구」였다. 진경산수화란 실경산수의 객관적 지표 위에 남종화법을 접목했던 우리의 고유한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던 만큼 작가는 ‘실경적 뼈대 위에 얹어낸 사의(寫意)적 산수’를 지향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있어, 화초나 자연의 일부가 클로즈업된 풍경들에서는 객관화된 실경 묘사 보다는 ‘사의적 문인화의 정신’이 더 넓게 포진해 있다. 간결한 선으로 이지러진 화분, 농묵으로 형상이 해체되어버린 꽃잎 그리고 갈필의 양태로 비현실적으로 뻗어나간 줄기는 현실계 화초의 이미지를 넘어서 존재하는 작가의 ‘사의적 대상’이 된다. 작가가 그리기의 소재를 더 이상 재현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대화의 대상으로 삼은 까닭이다. 농묵과 담묵이 일필휘지로 뒤섞여 이루어진 늦여름의 해바라기들은 또 어떠한가? 작가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대상과의 물아일체’가 가시화되는 그 어느 지점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문인화의 장에서 작가 주체가 대상의 본질과 맞닥뜨리는 물아일체의 경험이란 작가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달할 수 있는(혹은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매우 추상적인 지점이다. 백준선은 단지 그 본질에 접근해갈 수 있는 자신의 작업방향을 문인화의 전통적 가치관 속에서 찾아 나설 뿐이다. 특히 현대적 조형의식으로 문인화의 전통을 접목하려는 작가는 그 공통적 분모항을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로움’ 속에서 찾고 있다. 이름 모를 들판에서 꽃가루가 역동적으로 흩날리고 있는 작품을 형상화한 <봄날>은 이러한 공통적 미의식이 잘 드러난 백준선 문인화의 백미처럼 보인다.

 

생각해 볼 일이 있다면, 시서화의 굴레나 고답적 형식주의에 매몰된 전통 문인화의 고루함을 떨쳐버리며 부단히 모색해 온 그의 실험들이 한층 더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편협한 소재주의로 매몰된 그의 자연을 일상과 환경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일에서 새로운 단초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

 

 

작가 백준선은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우수상 및 특선,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광주 MBC수묵대전 특선을 비롯하여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금까지 2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초대작가,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추천작가, 한국문인화협회 광주지회 사무국장, 광주전남문인화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전 /

김성호, "백준선, 문인화 정신의 실험적 모색", (백준선 작가론), 『미술세계』, 2006, 2월호, pp.8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