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황실 유물

황제에서 강제로 퇴위당한 직후인 1908년, 정조의 능인 건릉(경기도 화성시)에 행차한 고종의 사진, 조선 황태자라는 직함조차 없이 이름만 덩그러니 적은 고종의 아들 영친왕(英親王) 이은(李垠·1897~1970)의 명함, 영친왕비 이방자(李方子·1901~1989) 여사가 1972년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낸 황실 유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편지, 고종의 아들 의친왕(義親王) 이강(李堈·1877~1955)의 사망 때 당시 내무부장관 김형근(金亨根)씨가 절절한 애도의 뜻을 친필로 담은 조서 두루마리….

조선 황실의 한(恨)과 손때가 한껏 묻은 유물 100여점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일 “조선 황실 후손으로부터 최근 이 유물을 넘겨받아 오는 8월 개관하는 경복궁 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며 유물들을 본지에 공개했다. 기증받은 유물은 황실 관련 사진 60여점과 대한제국의 상징이었던 오얏 문양이 선명히 남은 황실의 봉투와 편지지, 일제가 조선 황실 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황가계보(皇家系譜)’ 등이다.

신형준기자
2005.6.2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