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화풍, 우리 정서에 잘맞아… 식지않는 인기

박수근(1914~1965) 화백의 1950년대 후반 유화 ‘빨래터’(37×72㎝)가 22일 열린 제106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불과 두 달 전 자신의 기록 25억원을 훌쩍 넘기며 한국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근년 들어 박수근 작품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선도하면서 최고가 릴레이를 벌여왔다.

‘빨래터’는 강가에서 나란히 빨래하는 여인 6명을 캔버스에 담은 작품이다. 이날 33억원에 경매가 시작돼 2000만~5000만원씩 높여 호가되다가 가볍게 45억원을 넘기며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이 작품을 내놓은 사람은 80대의 미국인으로 1950~1960년대에 군수품 사업을 하며 한국을 드나들다 박수근을 알게 됐던 그의 후원자였다고 서울옥션측은 밝혔다. 산 사람은 국내 개인 컬렉터로 알려졌다.

종전 경매의 최고기록도 지난 3월 K옥션에서 25억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24.9×62.4㎝)이다. 박수근 경매가는 2001년 4억6000만원에 낙찰돼 관심을 끈 이후 5억원(2002), 9억원(2005), 10억4000만원(2006), 25억원(2007)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박수근의 그림이 1950~1960년대의 전형적인 우리 생활을 담아 현재 고가 미술품 구매자 세대의 정서에 잘 맞고, 동시대 다른 화가들이 서양미술사조 영향을 받은 것과 달리 독특한 마티에르(두꺼운 질감) 화풍을 추구한 것을 인기 비결로 설명한다. 시장에서 수급이 꾸준히 이뤄져 가격형성이 가능한 점도 박수근 불패의 비결이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박수근은 가짜를 만들기도 어렵고 가짜는 표가 쉽게 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공간화랑 신옥진 사장은 “그의 작품은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지만 우리 정서에 너무나 잘 맞아 국내시장만으로도 충분한 화가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서는 박수근의 그림에 앞서 김환기의 유화 ‘꽃과 항아리’(98×147㎝)가 30억5000만원에 팔려 경매 최고기록을 두 번 연달아 갈아치웠다.
-조선일보 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