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 7.30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다음의 이미지》는 카르티에-브레송이 영화를 정의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1초에 연속해서 돌아가는 24장의 고정된 이미지들을, 각각의 분할된 이미지로 분리하지 못하고 연결된 움직임으로 인식하는 영화적 시각의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여기 모인 매그넘 소속의 10명의 사진가들에게 있어 영화는 그들의 사진 작업에 깊은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이미지 매체이다. 이들은 매그넘 창립 60주년을 기념으로 시네마테크가 마련한 이번 전시를 통해 ‘다음’을 향하지만 항상 뒤로 멀어지는 영화의 흐름 속에서 사진이 분해되고 마는 이러한 영화의 메커니즘을 거꾸로 뒤집어 보려 시도한다. 이렇게 다큐멘타리 사진은 영화 속에 석화되어 현실의 객관성과 투명성이란 오래된 신화를 벗어 던진다.

아네트 메사제의 메신저들
6.6 - 9.17 파리 퐁피두 센터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던 아네트 메사제의 개인전이 퐁피두센터에서 열린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콜렉터, 메신저, 사기꾼, 거짓말쟁이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작업을 통해 그것을 연기한다. 콜렉터로서 일상의 오브제들을 수집하고, 마녀로서 세상에 은닉하고 있는 공포를 까발리고, 사기꾼으로서 속고 속이는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 사진에 덧칠을 하고 트릭을 사용하는 그녀는 또 거짓말쟁이기도 하다.
그녀가 종종 선택하는 인형이나 장난감, 천, 대중잡지에서 오려낸 사진과 같은 소재들은 친근하고 섬세하고 지극히 사적인 여성적 취향의 코드로 읽혀지지만, 이내 뒤틀리고 뒤집히고 분해되고 파괴되면서 또 다른 해석을 요구한다. 그녀의 놀라운 연출력은 이렇게 평범하고 하찮은 오브제들에게 엄숙하고 숭고한 종교적인 분위기마저 감돌게 한다. 메신저 메사제의 역할은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가라앉아 있는 두려움과 환상을 전달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망상의 보부상’ 이라 부르면서 그녀가 하나하나 꺼내놓은 것들은, 따라서 작가의 개인적인 신화라기보다 오히려 집단적 신화에 가깝다. 퐁피두센터의 전시가 끝나면 필란드와 일본을 거쳐 한국의 국립 현대 미술관과 영국에서 순회전을 갖게 될 예정이다.

프락시텔레스
3.23 - 6.18 파리 루브르박물관
루브르가 기원전 4세기를 살았던 전설적인 그리스의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의 개인전을 최초로 기획했다. 페이디아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 클레식의 이상미을 구현했던 프락시텔레스는 그 유명한 아프로디테상을 통해 최초로 여성의 누드를 표현한 조각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은 사라지고 (대리석상들은 파괴됐고, 청동상들은 식기나 무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됐다) 남아있는 몇 점 마저도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해 그나마 진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따라서 루브르가 기획한 전시는 엄밀한 의미에서 한 예술가의 개인전이라기보단 그의 예술 세계를 재구성한 다분히 학구적인 연구에 해당한다. 그나마 만장일치로 프락시텔레스의 오리지날로 인정된 작품 《마라톤의 청년》이 애초 약속과는 달리 그리스 당국이 대여를 거부하는 바람에 그 연구의 구심점마저 쏙 빠져버리고 말았다. 반면, 전시장을 메우고 있는 작품들은 4세기에 걸쳐 그를 숭배했던 로마시대의 조각가들에 의해 제작된 모작들이거나, 작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조각대에 세겨진 프락시텔레스의 서명뿐이다. 아니면 이 천년이란 시간을 거슬러왔을지도 모를 그의 유령이 전시장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