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물랭의 ‘유경호텔’
5.26 - 6.30 파리 쉐 발랭탕 화랑

니콜라 물랭(Nicolas Moulin)은 안젤름 키퍼와는 반대로 프랑스 출신이면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다. 그는 5년 전 같은 화랑에서 《파리를 비우다(Vider Paris) 》라는 전시에서 우리에게 익숙한‘낭만적이고 활기 넘치는 예술의 도시’파리가 아닌 ‘버려진 도시’ 혹은 ‘죽음의 도시’를 연상시키는 사진 작업을 통해, 분명 존재하는 한 단편이고 한 순간이지만 대부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또 다른 파리의 모습을 보여줬었다. 이 몽환의 도시를 배회할 것 같은 유령이 이번엔 평양의 거대한 호텔 유경으로 돌아왔다. 전시는 냉전시대 이데올로기의 허망한 산물인 유경호텔을 그대로 축소한 모형과 그 내부를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비디오 작업으로 구성된다. 물랭은, 주관적 현실이 허용되지 않는 전체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역사적 현실로서의 유경호텔이란 존재와,
15년전 공사가 중단되고 방치되면서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한 건물처럼 비현실적으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 그리고 그것의 모형,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이 모호한 존재의 가상적 내부 사이에 과연 선명한 경계가 그려질 수 있는지를 관람객에게 묻고 있다.




안젤름 키퍼의 모뉴멘타-별의 추락
5.30 - 7.8 파리 그랑팔레 중앙홀

그랑팔레 중앙홀(Nef)은 재개관 이후 ‘피악’ 이나 ‘아트 파리’ 혹은 ‘예술의 힘’과 같은 대규모 행사를 위한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엔 ‘모뉴멘타’라는 야심에 찬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일년에 한번씩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개인전을 개최하게 된다. 그 첫 번째 전시에 12년 전부터 파리에서 활동해오고 있는 독일 태생의 작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가 초대됐다.
13,000m²나 되는 거대한 전시장에 작가 자신이 ‘메종’, 즉 집이라고 명명한 문자 그대로 ‘모뉴멘탈한’ 규모의 구조물들이 설치돼 있고 관람객들은 집이라기보다는 전쟁의 폐허 위에 을씨년스럽게 서있는 육중한 ‘벙커’ 같은 구조물들에 들어가, 거기에 전시된 키퍼의 작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작품 속에 또 다른 작품이 있는 셈이다. 키퍼는 자신이 간접적으로 경험한 전쟁과 나치즘의 ‘기억’을 그 집 자체와 그 집 내부를 채우고 있는 회화와 조각 그리고 설치 작품들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유태인이 아닌 독일인으로서 그리고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던 세대로서의 키퍼 자신이 갖고 있는, 집착처럼 끈질기지만만 또한 불완전한 기억처럼, 그 ‘집’을 방문하는 관람객 역시 스스로가 잔혹한 학살의 증인으로서건 혹은 역사적 사건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단순한 관찰자로서건 자신만의 기억으로 키퍼의 기억을 읽어내게 된다.




파리에서의 모던아트 : 볼라르 화랑, 세잔에서 피카소까지
6.19 - 9.16 파리 오르세 미술관

앙브루와즈 볼라르(Ambroise Vollard, 1866-1939)는 근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한 화상의 역할과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작품 190여 점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 볼라르는 폴 세잔을 비롯해서 반 고흐, 고갱, 피카소, 마티스 등 지금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근대 미술의 거장들의 개인전을 기획했고, 그들이 예술가적 소명을 잃지 않고 작업할 수 있도록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들의 예술을 세상에 알렸던 화상이었다. 물론 이들이 당시 명성을 날리고 있었던 예술가들이었다면 볼라르의 이름이 오늘까지 남아 있을리 없다. 모더니즘이 전통에 대한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고 모험이었음을 기억하자. 경제원칙에 따라 수익을 남겨야 하는 화상으로서 당장의 안전한 이익보다는 예술가들의‘위험천만한’모험에 동참하고, 조언가이자 조력가로서 그리고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가치를 예술가 자신처럼 미리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지성인이자 메세나로서 볼라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아방가르드 미술이 계속 전방을 고수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라르 역시 그 자신이 후원했던 예술가들만큼이나 아방가르디스트였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이 아닌 오직 돈만을 위해 예술계의 천박한 유행을 쫓는 화상들에게 이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의 반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