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 - 2008.1.28 파리, 그랑 팔레
파리에서 1977년 대규모의 개인전이 개최된 이후 쿠르베에 대한 중요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이번 그랑팔레의 전시는 그간의 연구에서 새롭게 조명되었던 이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를 30년 만에 다시 재발견하기 위해 기획됐다. 실재의 재현과 회화적 전통 사이에서 쿠르베가 보여줬던 간혹 역설적인 관계라든가 그의 그림들에 나타나는 복합성이 부각된다. 특히 르 그레, 르 섹, 지루와 같은 동시대의 사진가들이 찍은 풍경사진 60여점은 쿠르베가 그렸던 노르망디의 풍경화들에 있어서 사진이란 매체가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직접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물론 쿠르베의 사실주의의 본질과 함께 1860년대 의 ‘새로운 회화’의 주창자들과 초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미쳤던 영향 혹은 쿠르베가 그들로부터 역으로 받았던 영향 등, 미술사 속에서 쿠르베가 차지하는 예술가적 위치 역시 다뤄질 것이다. 이 전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브르 미술관에서 순회될 예정이다.

샤를 마통(Charles Matton):에타 드 리유
6.13 - 9.30 파리, 유럽 사진의 집
에타 드 리유(État de lieux)는 있었던 상태 그대로의 장소성의 재현과 그 상태에 대한 호기심 가득찬 시선의 투사라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포함하는 표현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아틀리에나 프로이드의 서재 등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정교하게 축소해서 유리 상자 속에 그대로 재현한 미니어처 작업, ‘상자’는 장 보드리야르의 표현처럼 현실의 공간에서보다 환영의 공간 속에서 오브제가 더욱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도록 한다. 이 아이러니는 거울이라는 장치에 의해 강화되는데, 거울은 결코 관람객의 모습을 반사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마통의 상자는 현실체인 관람객을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허상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다른 이의 은밀한 사적 공간을 훔쳐볼 때의 ‘관음증적’시각의 즐거움은 보는 이가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스스로를 해체할 때 절정에 달한다. 각각의 상자와 나란히 전시된 실물 크기의 사진들은 언뜻 상자 속의 축소된 공간이 아닌 그것이 참조한 실제의 공간을 사진 찍은 것처럼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니어처를 찍은 ‘트롱프-뢰이유’의 연장일 뿐이다. 작은 상자 앞에서 잃어버린 관람객의 ‘심리적’ 존재감은 이번엔 커다란 사진 앞에서 ‘물리적’으로 사진 속에 그 자신을 흡수시켜버린다. 상자밖에 있었던 관람객은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상자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관람객의 일상적인 보는 습관, 시각의 고정관념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아킴볼도(Arcimboldo)
9.15 - 2008.1.13 파리, 뤽상부르그 미술관
식물이나 과일, 혹은 동물과 같은 요소들을 기괴하게 조합해서 그린 초상화로 유명한 아킴볼도의 회고전이 세계 최초로 뤽상부르그 미술관에서 열린다. 밀라노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이 화가는 25년 이상 합스부르그가의 궁정 초상화가로서 그리고 각종 궁정 행사의 의복 디자이너와 예술 조언가, 과학자들을 위한 동식물 삽화가로서도 활동했을 만큼 다방면의 재능을 소유하고 또 명성을 누렸던 화가였다. 그의 기발하고 독특한 창조적 기질과 유별난 감수성이 페르디난드 1세나 막시밀리안 2세, 혹은 루돌프 2세와 같은 권력자들을 비롯한 동시대인들의 찬탄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런 그의 재능은 1593년 아킴볼도의 사후에 오히려 그를 ‘이상하고 별난’화가로 취급받도록 만들면서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서 잊혀지게 했었다. 그러다 20세기 초반에 와서야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재발견되고 근대미술의 진정한 선구자로서 재평가 받게 되면서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는 40여점의 회화들을 비롯해 데생, 삽화책, 타피스리 등 롬바르디에서의 수련시절부터 궁정화가로 활동했을 때 제작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현대인의 눈에도 여전히 획기적이고 놀라운 아킴볼도의 예술세계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