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6대 작가를 중심으로 미술시장이 들끓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를 ‘부분적 활황기’라고 한다면 지금은 서양화가 이끄는 ‘전반적 활황기’라고 할 수 있다. 주요 화랑들이 기획하는 인기작가 초대전에 전시된 작품이 솔드아웃(매진)되고, 화랑과 작가단체들이 주최하는 아트페어가 줄을 잇고 있다. 1회에 100억 원 이상을 낙찰시키는 메이저 경매회사들의 경매가 격월로 열리고 블루칩 작가의 가격이 2년 사이에 배로 뛰었다.
여기에 1년 반 사이에 100억 원대 규모의 아트펀드가 4개나 출시되었고, 개별 투자자들이 출자하여 운영하는 미술품 투자 펀드까지 움직이고 있다. 은행, 백화점, 대기업이 아트마케팅을 내세워 미술품 구입과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화랑들도 계속 설립되어 전국적으로 약 300개에 달했으며, 경매회사 설립도 계속되어 연말까지 15개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미술시장의 활황기에 가장 바쁜 것은 작가다. 기획전을 통해 소개되는 메이저 화랑의 전속작가 작품은 구하기가 힘들다. 비전속작가이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구하기도 힘들고 전시 일정을 잡기도 힘들다. 갑자기 달아오른 시장 열기로 유명 작가의 작업실은 화랑대표와 큰손 컬렉터의 방문이 잦아 작업이 방해를 받을 정도이다. 아예 몇 명은 해외로 피신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작가와 화랑이 전속작가제도 등을 통해 베스트셀러 만들기보다 스테디셀러 육성에 합의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팔리는 작가를 작고 작가와 생존 작가를 포함하여 70여 명으로 보고 있다. 유명작가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들의 움직임이 자연히 바빠질 수밖에 없다. 컬렉터들은 믿을 만한 화랑이 어느 곳인가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화랑들은 컬렉터의 스타일에 대한 얘기를 한다. 철저히 정찰제를 실시해도 좋은 작품을 공급하는 능력 있고 믿을 만한 화랑과, 전시 첫날 제 가격에 신사답게 걸작품을 구입하는 품위 있는 컬렉터가 모델로 회자된다. 이제는 전시장에 가격표를 비치하고 정상가격에 판매되는 제도가 일반화되고, 솔드아웃되면 예약을 통해 정식으로 구입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가격 문제도 여전히 미술시장의 큰 과제이다. 일반적으로 나이, 학력, 화가 경력, 동급 작가의 가격을 참고하여 작가가 가격을 정한다. 자연가격 체제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가격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화랑과 경매가 시장의 쌍끌이 역할을 하며 호당 가격과 점당 가격이 논의되고 있다. 이 점은 우선 작가가 받아들여야 하고, 감정의 역할이 진위(眞僞) 감정뿐만 아니라 시가감정까지 가능해져야 한다. 자본력을 갖춘 컬렉터들이 정보 공유를 하는 시대에 화랑이나 화랑협회에 시장 정보화와 체계화 등 많은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미술시장 활황기에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것이 화랑인가, 작가인가, 경매회사인가, 펀드인가, 개인 컬렉터인가, 액자집인가, 택배회사인가에 대한 얘기가 많다. 결론은 모든 주체여야 한다. 그러나 미술시장이 활황이어서 좋은 것은 역시 작가들이 좋아진 여건 속에서 새로운 실험을 통해 얻은 좋은 작품을 우리 모두가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주체인 작가, 유통관계자, 컬렉터가 기본에 충실하여 신뢰성만 쌓는다면 틀림없이 부를 얻고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을 20년 이상 묵묵히 수작(秀作)만 수집해온 한 컬렉터로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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