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해피수원예술제
예술컨버전스로 만나는 수원의 어제와 오늘
김성호(미술평론가)
탈경계와 혼성, 자유의 예술정신
근대에 이르러 가시화된 아방가르드 예술의 연속적 출현은 이전의 것을 부정, 타파하거나 전복하면서 새로움의 기치를 드높이는데 골몰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세계는 ‘해 아래 새 것이 없음을 통렬히 인식’하면서 이전의 것을 오늘의 것과 한데 뒤섞고 주류와 비주류, 주체와 객체, 너와 나의 경계 없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라 할 것이다. 독자적 장르의 개별 약진을 ‘상대주의’의 이름으로 관용하는 것은 물론이며 각 장르의 이종교배와 혼성의 체계를 ‘영역확장과 탈경계’의 이름으로 독려해 온 현대의 복합예술주의는 이제 다양함과 복잡함의 최소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회화, 조각과 같은 전통적 미술매체의 개별 약진은 물론이고 이들이 서로 부대끼고 비예술혹은 예술적 매체와 상호 뒤섞여 가면서 만들어낸 신종 장르의 생성은 풍부한 예술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평면, 입체와 같은 편의적 구분이 가능해진 오늘날 회화나 조각은 서로의 몸을 섞은 지 오래고 미술이 퍼포먼스, 총체미술 등의 이름으로 만나는 무용, 연극, 음악, 문학, 영화와 같은 타 예술장르는 이미 미술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가세하는 패션이나 디자인, 영상 등과 같은 응용의 차원은 간혹 대중을 기만하면서 예술과 교묘히 악수를 나누기도 한다.
한편, 미술에 국한한다 할지라도 철학, 언어학, 심리학, 과학, 수학, 테크놀로지 등의 비예술 유형과의 무모한 만남을 시도했던 노력들이 종국에는 개념미술의 날카로운 사유의 흔적, 옵아트와 키네틱아트의 움직임과 시간이 도입된 차원, 미디어아트의 총체적 세계 인식의 차원을 방만하게 풀어가는 계기를 맞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탈경계와 혼성이 빚어낸 몰가치에 관한 부정적인 비판의 차원에, 한편으로는 장밋빛과 같은 자유의 예술정신에 관한 무궁한 가능성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오프닝
예술컨버전스가 일깨우는 수원의 시공간_전시 구성과 형식
수원예총의 ‘제15회 해피수원예술제’는 이번에 특별 주제전으로 기획되면서 이와 같은 개별 예술장르들의 상호 부딪힘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자 했다. 탈장르와 영역확장이 유도하는 예술의 무한 가능성에 대한 희망에 기초한 이번 전시는 수원예총의 각 예술부문 중 문학, 사진, 미술 세 부문의 상호침투와 만남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만남의 중심에는 미술적 전시의 유형학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미술전시의 유형으로 치러지는 예술제이지만 각 예술부문이 상호침투하고 간섭하는 형식을 유지한 것이다.
이번 예술제는 제목이 상기시키듯이 전통적 시공간으로부터 출발하여 현재 실존하고 있는 ‘수원’의 물리적인 공간의 새로운 해석과 재현을 시도한다. 먼저 그 해석의 방식으로,‘예술컨버전스’라는 개별 장르간 확장과 탈경계를 시도하는 예술형식을 통해 수원예총 스스로 긍정적인 복합 문화론의 기치를 옹호하고 이번 행사를 통해 예술 발전에 대한 상호이해와 교류를 추진하려는 평소의 의지를 재확인해내고자 한다. 더불어 수원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화이트큐브의 공간에 펼쳐 보이면서 구획된 공간 안에서의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이번 행사가 예술의 탈경계를 의도하면서 ‘크로스오버’나 ‘퓨전아트’와 같은 기존의 용어 사용을 왜 의도적으로 거부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자는 ‘예술컨버전스’라는 합성어를 새로이 사용했는데, 집합, 집중, 융합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인 ‘컨버전스’(convergence)는 사실 미술용어가 아니다. 최근 핸드폰과 같은 하나의 기기에 전화, MP3, 카메라, 캠코더, 모바일 뱅킹 등 무수한 서비스와 기능이 집합되어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합성어로 일상화된 이 용어는 이번 전시에서 일차적으로는 미술, 사진, 문학의 각 장르간 융합과 탈장르를 상징하며 사용되었다. 두 장르 혹은 세 장르가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전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기획되었다.
1층 로비 오~해피수원
로비- 오~해피수원 | ||||
0 | KoPAS | 그룹 코파스의 스펙터클한 오프닝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작업(유지숙 외 촬영) | 비디오 영상 | 역사와 문화 |
오프닝 퍼포먼스_정조와 사도세자, 코파스(KoPAS)
1층_대전시장_수원의 어제와 오늘_미술+사진+문학

1층_대전시장 - 수원의 어제와 오늘 | ||||
1 | 이칠재 | 장안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조각 | 조각 | 상징 |
2 | 남기성 소장자료 | 수원의 과거를 기록한 작은 크기의 다류멘터리 사진 (수원의 어제) 5× 7인치 5점 | 사진 | 역사 |
3 | 박용국 | 수원의 과거, 현재의 역사가 담긴 움직이는 타임캡슐 (수원의 내일) | 조각 | |
4 | 임병호 | ‘성’이란 제목의 시(詩)를 성을 상징하는 파티션 벽면에 야광 테이프 작업 | 시 | 전통 수원화성, 4대문, 방화수류정 저수지, 팔달산, 광교산 |
5 | 임창주 | 수원의 4대문과 지리적 상황- 수원성, 방화수류정, 팔달문, 광교산길, 팔달산, 수원 내 저수지, 영통 | 공간디자인 | |
6 | 남기성 | 광교산 원경을 배면 조명의 필름지에 인화된 사진, 6 ×0.6미터 | 사진 | |
7 | 강상중 | 광교산 원경을 내려다 본 부감법의 대형 회화 | 서양화 | |
8 | 유지숙 | 방화수류정에 보름달 형상으로 연못 위에 떴다 사라지길 거듭하는 수원지역 문인들의 얼굴 영상(수원의 문인) | 비디오영상+(문학) | |
9 | 이우숙 | 저수지 수면위에 투사되는 작가진술을 담은 텍스트성 비디오 영상작업(수원의 미술가) | 비디오 영상 +(문학) | |
10 | 김승호 | 수원벽을 상징하는 파티션 벽면에 수원성을 형상화한 한국화 | 한국화 | |
11 | 김학두 | 수원 팔경 관련 회화 | 서양화 | |
12 | 이석기 | 수원의 인계동, 영통의 야경 이미지가 담긴 회화 | 서양화 | 현대 인계동, 영통 원천유원지 |
13 | 유지숙 | 분주하고 긴박한 수원의 인계동, 영통의 이미지 사진+김현탁의 소설 ‘도시의 피로’+주제 해석한 비디오 영상작업 | 미술+문학+사진 | |
15 | 신원재 | 놀이기구 등 흥겹고 화려한 분위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한 도시 외곽의 원천 유원지를 형상화한 설치적 조각 | 설치 키네틱조각 | |

박용국, 타임캡슐_수원의 내일_스테인리스 스틸, 모터, 신문콜라주_2006

임병호, 아! 화성_시
수원의 옛모습_사진_2008
남기성, 광교산_사진_2006
임창주, 공간연출_화성과 팔달문 광교산길_2006
-전시벽과 화성 벽 사이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도록 계획했는데 천정이 부실해서 고정이 불가능한 탓에 실패했다.
임창주, 공간연출_팔달문 광교산길_2006
-후면의 목마가 있는 작품은 신원재 작
(앞) 유지숙, 용지문원_비디오영상프로젝션_2006.
-방화수류정 호수에 뜬 달의 형상으로 수원의 시인들 얼굴이 지속적으로 떠오게 한다.
(뒤) 임창주, 공간연출-방화수류정_2006
앞) 이우숙, 심상사성 108_비디오영상 프로젝션_2006
-광교 저수지 수면 위로 수원 태생의 한 작가의 예술적 진술들이 떠 밀려간다.
김승호_화성, 수묵담채_2006
-작가에게 수원성곽을 죄다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신원재_Memory Sep 1975_혼합재료_2006.
-도시 인근 유원지는 애초의 목적과는 청소년들의 탈선과 성인들의 불륜이
횡행하는 도시 뒤켠의 암울한 낙원이 되고만다.
작가에게 퇴폐적이고 아주 쓸쓸한 수원의 원천유원지를 부탁했는데 필자가
원하는 기획의도를 기가 막히게 성공적으로 풀어내 주었다.
이석기_수원의 야경_캔버스 위의 유화_2004_2006
애초부터 도시 이미지를 작업하시는 분이라 인계동, 영통과 같은 신도심의 활달한
밤풍경을 부탁드리기에 무리가 없었다.

유지숙, 도시의 피로_비디오 영상프로젝션_2006
김현탁 시인의 시 '도시의 피로'를 해석하고 시인의 시가 작품 속에 교차하면서
드러날 수 있도록 부탁드렸는데 기획자 의도보다 더 훌륭히 작품을 풀어주었다.
실제 영통 곳곳을 촬영해서 편집한 빠른 속도감 있는 이미지들과 사운드가 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