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Color of narrative展 2006 2. 22-3. 7. 갤러리 아트사이드

 

디지로그(digilog)의 세계관과 감수성

 

 

김성호(미숦평론가)

 

 

 

김창겸, 김해민, 올리버 그림(Oliver Griem), 삼인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디지털 비디오를 근간으로 하는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영역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디지털 프린트, 비디오 설치, 싱글채널 비디오, 인터랙티브 비디오와 같은 비교적 구식으로부터 신식에 이르는 다양한 테크놀로지 유형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삼인의 작가 뿐 아니라 작금의 많은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공유하는 기술적 장치라는 점에서, 최근 미디어아트가 표방하는 테크놀로지의 변별성은 전통적 평면이나 입체작업들을 평가할 때 논의하는 ‘캔버스에 유화’같은 도구적 차원으로 이해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예전에 첨단이라 지칭되었던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오늘날 개별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지침이 될 뿐 다른 작가의 작품과 대별될 만한 ‘특정한 작가의 특별한 테크놀로지’가 더 이상 아닌 셈이다. 미디어 전시가 활성화된 최근 들어 작가들 사이의 테크놀로지 공유의 폭이 부쩍 커진 탓이다.

 

80년대부터 비디오작업을 일찍이 연구해 오면서 아날로그로부터 DV, HD디지털로 전개되어 온 테크놀로지 발전사를 생생하게 경험해 온 3인의 미디어작가로서는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초기 작품에 구현했던 테크놀로지의 변별성을 오리지널리티의 차원으로 주장하기에는 작금의 기술이 너무 보편화된 탓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전시는 90년대 말로부터 최근에 이르는 한정적 기간의 작품들로 구성된, 단지 3인이 꾸리는 미디어전임에도 불구하고 비디오아트로부터 출발해서 오늘날 미디어아트로 장르화되어 가는 국내의 상황을 얼추 더듬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삼인 모두는 이미지 혹은 가상과 실재, 시간과 공간, 소통과 인터랙티비티 등 오래된 미디어아트 담론에 정초하고 있으면서도 테크놀로지를 도구화하는 작가의 내밀한 감성과 특수한 내러티브를 통해 개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 미세한 특수성의 차이 속에서도 세 작가의 작업이 지향하는 공유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담아내는 아날로그 센서빌리티’라 명명해 봄직한 이른바 ‘디지로그(digilog)의 세계관과 감수성’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디지털 형식에 담아내는 아날로그의 내용이 될 터인데 그도 그럴 것이 3인 모두는 차가운 테크놀로지를 따뜻한 서정적 메시지 차원으로 활용하거나 변용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창겸은 유명인들의 사진 이미지 위에 자신의 자화상을 겹쳐 그리거나 고흐의 자화상과 자신의 초상 사진을 반씩 겹쳐 디지털 프린트로 출력함으로써 작가적 정체성에 자문하는 성찰의 과정을 서정적인 아날로그 방식으로 접근한다. 또한 실제 오브제의 오목하게 ‘비워진 공간’에 마치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수면의 영상을 투사하여 ‘채워 넣기’하는 비디오설치작품 <water-shadow2>에서 작가는 디지털 환영을 아날로그의 실제공간에 따뜻하게 잠입시키기도 한다. 실제 이미지를 분석, 모방하는 차가운 디지털 환영에 ‘서정성’의 호흡을 불어넣은 따뜻한 아날로그 전략인 셈이다.

 


김창겸-water shadow2 2004

 

김해민의 비디오설치작품 <서정>은 작품명이 유추시키듯이 아날로그 식 서정적 감수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전시 공간 배면을 가득 채운 두 개의 스크린에는 자연풍경과 과거를 회고하는 듯한 노인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고 두 개의 백열등이 스크린 좌우에 설치되어 칼라와 흑백 영상의 교체를 실제 지시하는 것처럼 느리게 점멸하면서 스크린에 투사되는 이미지의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김해민-비디오영상 및 설치

반면에 독일 작가 올리버 그림이 창출하는 서정성은 위트 넘치는 해학으로 드러난다. 면도할 때 마다 화면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싱글채널비디오 작품 <self portrait>에서 해학적으로 그려 보이는 시간의 역전이나 인물 군상의 변화를 360도 회전하는 비디오구조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주거나 인터랙티브 비디오를 통해 유희의 차원으로 묻고 있는 시공간의 역전이 그것이다.

 


Oliver Griem, Spaces, 2006

 

거의 모든 디지털 신호 프로세서 솔루션은 하나 이상의 아날로그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한다. 마치 지하철 전동차 운용을 디지털코드를 통해 제어하지만 아날로그의 전환을 통해 정지를 실행하듯이 말이다. 오늘날의 현실계가 ‘디지로그’의 세계라고 한다면 삼인의 전시는 ‘디지털 내러티브’를 통해 이러한 세계관에 근접시키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처럼 펼쳐진다.

 

김창겸 을지전망대 싱글채널 비디오

 

김해민 접촉불량(unorderableconnections)

 

아날로그의 연속작용처럼 파노라마로 전개되는 DMZ의 풍경을 보여주는 김창겸의 싱글채널 비디오나 고장 난 아날로그 TV를 연신 때릴 때 마다 변화하는 디지털 프로그래밍을 담은 김해민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은 이러한 ‘디지로그’의 목적을 수행하려는 듯이 보이지 않는가? ●

 

 

 

 

출전 /

김성호, "디지로그(digilog)의 세계관과 감수성", 『월간미술』, 2006. 4월호, p.160. (color of narrative전, 2. 22-3. 7. 갤러리아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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