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TranSpace-There is no sculpture展 3.3-5.4 김종영미술관

이미지로 위장된 공간

 

 

 

김성호(미술평론가)

 

 

이번 전시는 4인의 미디어아트 작가가 참여했다.

 

작품 분석에 앞서 이번 전시 기획의 변 중에서, “조각에서 공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즉물적인 신체적 체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부수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다”라는 언급에 시비부터 걸어야겠다. 모든 지각의 필수조건인 공간은, 특히나 조각이 차지하는 부분에서는, ‘즉물적인 신체적 체험’을 처음부터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이른바 서컴내비게이션(circumnavigation)이라는 작품 주위를 움직이는 주항(舟航) 행위와 인식태도는 3차원 조각을 대면하는 관람자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옵아트의 평면과도 같이 조각은 자체적으로는 실제적 움직임이 없으면서도 관자의 운동을 태생적으로 요구하는 잠재적 운동태(態)가 된다. 여기에 키네틱아트처럼 조각이 실제적 움직임을 가지거나 관객의 참여를 요청하면서부터는 작품수용자의 즉물적인 신체적 체험은 배가된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조각에서 공간은 조각체의 매스나 볼륨을 생생하게 실존케 하는 주요소임이 자명하다.

 

이어지는 기획의 변인 “이 전시는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조각의 비물질적, 개념적 공간으로부터 몸으로 느끼는 실체로서의 ‘공간’으로, 공간의 개념을 확장하는 과정과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표현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공간개념의 확장’이라는 것에는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면서도 앞뒤의 순차적 구성이 뒤집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철학의 본질에 충실하게 기대어 본다면, 거꾸로 ‘몸으로 느끼는 실체의 공간이 비물질적, 개념적 공간으로 확장’되는 차원의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아마도 전시출품작들의 특성을 분석, 기획하면서 실제의 공간에 개입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나 관객의 신체적 움직임이 부가되는 시간에 따른 상호소통의 차원에 주목하면서 본질의 해석을 왜곡한 것이 아닌가 싶다.

 

조각적 설치어법을 구사하며 관객의 신체적 개입을 통한 ‘인터랙티비티’에 전력투구하는 오늘날의 미디어아트의 유형에 부가하는 ‘몸으로 느끼는 실체의 공간’이라는 평가는 오판이다. 단지 ‘관객의 움직임’이라는 시간의 개입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형식적 유형이 우리에게 마치 ‘실체의 공간’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을 따름이다. 냉철한 관객이라면 오히려 실체적 공간으로부터 미디어아트가 만들어내고 있는 개념화되고 비물질화된 공간으로의 변모를 인식해낼 것이다. 그것은 고정된 이미지가 시간의 개입으로 움직이는 이미지로 변형, 창출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몸으로의 인식’이라는 환상에 휩싸인 ‘눈으로의 확인’일 따름이다. 단지 전통적 미술체험과 차이가 있다면 미디어로 걸러진 눈과 실제의 눈이라는 이중 장치를 통해 바라보는 시지각성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말할 것이다. 관람객이 올라타고 조이스틱을 통해 거대한 구조물을 움직일 수 있는 참여작가 김병규의 <Layer Tracer>라는 작품을 어떻게 시지각적 인식으로만 판단할 수 있냐고. 그것은 오히려 신체적이고 복합지각적인 인식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적어도 이번 전시취지를 위해 등장한 김병규의 작품이 형식적으로 전면에 등장한 기계적 움직임은 실제 육안으로 바라보는 작품 이미지와 그것을 스크린을 통해 걸러 보는 이미지와의 교접장치를 구동하기 위한 부수적 장치에 다름 아니다. 구조물 위에서 전후, 좌우로 움직임을 구동시키는 관객의 공감각적 작품체험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 작품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실제와 가상의 괴리에 대한 시각적 인식에 대한 질문이라 할 것이다.

 


김병규-trans layer

 

김종영미술관의 미니어처 내부와 외부를 움직이는 소형 CCTV 카메라에 찍힌 실시간 이미지를 스크린에 투사해내는 정정주의 작업 역시 미디어를 통해 걸러진 시각과 신체적 시각 상호간의 인식의 괴리를 처절하게 경험하게 만든다. 관객이 몸을 굽혀 미니어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카메라의 시각과 자신의 시각을 흥미롭게 비교해보는 신체적 가담을 행하지만 역시 그것은 시각적 인식을 위한 신체의 부속적 움직임이 된다.

 


정정주_김종영 미술관_혼합재료_160×120×120cm_2006

 

 

김종영미술관의 건물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과 설계도면을 바닥에 투사하고 관객의 참여에 의해서 재조합되도록 장치한 오창근의 인터랙티브 영상프로젝션 역시 이러한 시각적 변환장치의 허구적 환영에 우리로 하여금 신체를 던져 참여하게끔 유혹한다. 센서에 의해서 미리 프로그램화된 변환장치는 적극적 관객참여라는 유희적 놀이의 환상에 가담하는 관객을 즐겁게 하다가 이내 허탈하게 할지라도.

 

 


오창근(Pictura-arch-paejae)

 

비디오 동영상을 압인 드로잉으로 다시 동영상을 만든 참여작가 김신일의 작업은 가상의 또 다른 가상이라는 점에서 미디어를 통해 이중으로 걸러진 시각성에의 몰입을 더욱 더 극대화한다.

 


김신일_Sphere_DVD, 249 압인드로잉_2003

 

 

실제의 김종영미술관의 ‘공간’을 텍스트화하고 이를 ‘미디어의 눈’으로 재해석하는 이번 전시는 비가역적인 시간성을 가역적인 공간에 끌어들여서 실제에 대한 미디어 이미지의 ‘공간적 해석’을 시도했다는 차원에서 미디어아트의 본질 고찰에 대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 미디어의 예술적 개입이 기획의 변과 상반되고 있지만 말이다. 미디어 이미지가 공간을 위장했음을 상기할 일이다.

 

출전 /

김성호, 이미지로 위장된 공간",『art in culture』, 2006. 5월호, p.206. (TranSpace-There is no sculpture전, 3. 3-5. 4, 김종영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