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한국미술100년 전 2부, |6. 2-9. 10|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을 제대로 말하기

 

                                                                                         

 

                                                                                             김성호(미술평론가)

 

 

 

한국미술100년 전이 근대, 즉 20세기 초부터 6. 25 전쟁까지의 시기를 다루었던 1부 전시에 이어 현대의 시기로 넘어섰다. 1957년부터 현재의 시점에 이르기까지의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2000년부터 3년에 걸쳐 기획했던 시리즈, ≪현대미술의 시원≫, ≪전환과 역동의 시대≫, ≪사유와 감성의 시대≫를 통해 다루었던 195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는 한국미술의 진단에 대한 후속편이자 완결판인 셈이다. 한편, 198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의 동시대적 현상을 국립현대미술관이 매년 색다른 주제의 기획전들로 진단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1부 전시에 이은 후속편이자 앞선 전시들에 대한 완결판이라 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의 모든 것에 대해서 목말라 하는 대중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종합 선물세트’인 셈이다.

 

그러나 실행된 전시에 대한 이견과 비판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100년 2부라는 덩치와 주제에 버금갈 만큼 모든 현상들을 진단해 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관된 하나의 주제의식의 눈으로 제 현상들을 분류하고 진단한다는 것은 늘 오류나 오판에 직면하고 이견에 대한 논란거리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그런 탓일까? 국립현대미술관은 독자적인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2부 전시를 관통하는 것을 애초에 포기했다. 논란거리를 처음부터 차단하고 어떠한 변명거리도 가능해진 모호한 주제,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까닭이다. 따라서 전시를 포괄하는 이번 주제 ‘정체성’은 ‘특정 개념을 상정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수많은 사례들에 대한 변명으로 점철해야 하는 위험성을 예견하면서도 결단력 있게 규정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의미 있는 주제’이기보다는 ‘연구 부재가 창출한 안일한 주제의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시대나 현상에 대한 진단이 모두 가능해지는 주제, 즉 없는 것 보다 못한 주제가 되어버린 꼴이다.

 


카탈로그 표지

 

반면에 전시의 형식은 깔끔하다. 시대별 분류의 체계도 공감이 갈 만큼 유효 적절히 세분화되어 있다. 전시에 대한 시간적 구획은 1. 1957-1966 ≪현대미술작가 초대전≫, II. 1967-1979 ≪청년작가연립전≫, III, 1980-1987(5.18 광주민주화운동- ), IV, 1988-현재(서울 올림픽- )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점을 기반으로 초반기의 주요한 미술적 사건이나 중후반기의 사회, 역사적 사건으로 그 분기점을 마련한 구성은 매우 유효한 형식으로 보인다. 또한 시간적 구획에 부가되는 ‘실험미술과 단색조 미술’, ‘현실, 그 인식과 실천’과 같은 세부 주제를 내세우기 보다는 각 시기별 분기점을 마련한 의미 있는 사건을 세부 주제의 키워드로 내세운 것도 전체 흐름을 읽기에 유효적절한 조치가 되었다.

 

 

 


이불, 히드라, 비닐 위에 사진인화, 공기펌프, 1998

 

하지만 새로운 미술현장이 필연적으로 잉태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적 인식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전시방식이 너무 간결하고 밋밋해서 시대적 구분의 의미를 전시된 작품들 속에 묻어버리게 된 결과를 초래했음은 주시할 일이다. 전시 도입부에 마련된 다큐멘터리는 관람객들이 관람 전에 가볍게 한국현대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긴 하지만 전시의 마지막 지점을 돌고 나와서 전시 전반에 관련한 세부적 궁금증을 다시 해소할 만한 충분한 다큐멘터리가 마련되지 못한 것은 하나의 불찰이다. 전시 연출이 감당할 부가적 의무를 방기한 셈이다. 도록 뒤에 현대미술, 문화일반, 사회일반을 구분하여 도표화시킨 ‘1955-2000 연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관람객이 모두 카탈로그를 사서 의무적으로 볼 것이라는 믿음은 ‘관람객에 대한 안일한 신뢰’일 수 있다.

 

덧붙여, 전시 카탈로그의 <1988-현재(서울 올림픽- )>에 이르는 현대미술을 기술하는 난에 ‘1980-1987년’이라는 이전 년도를 세부 항목마다 반복 오기한 채 어떠한 오기표나 정정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7월의 중반을 달리는 지금까지 방기하고 있는 것은 맥 빠진 이번 전시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

 

 

출전 /

김성호, "한국현대미술을 제대로 말하기”,『미술세계』, 전시화제, 2006. 8월호, p.58-61. (한국미술100년전 2부, 2006. 6. 2-9. 10,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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