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공간의 시학詩學 전. 2006. 9.12-12. 3. 환기미술관

 

투명한 공간에 잠입하기

 

 

                                                                                          김성호(미술평론가)

 

 

올해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며 기획된 이 전시는 프랑소와 모를레, 펠리체 바리니, 다니엘 뷔렌, 스테판 다플롱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프랑스 기하학 추상미술의 대가와 신진 4인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환기미술관 전관을 장악하는 이들의 작품은 참여 작가들이 애초부터 환기미술관의 복잡한 공간을 작품의 밑바탕으로 계획한 것이다. 작품을 그대로 옮겨 디스플레이하는 개념을 떠나 ‘원래 그 자리에서의 현장 작업’을 의미하는 인시튜 작업(In situ art)을 지향하는 이번 전시는, 전시 일 년전부터 참여 작가들이 실제 전시공간을 답사하고 공간 배치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2주간의 실제 현장 작업을 거쳐 완성되었다.

 


참여작가들_왼쪽부터 다플롱, 바리니, 뷔렌

 

네온 작업으로 차가운 내벽을 온화한 빛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프랑소와 모르레의 작업도 그러하지만, 3차원 건물 내부의 공간을 캔버스 삼아 2차원 도형들을 그려놓은 펠리체 바리니의 작업은 가히 ‘공간을 직조하는 오케스트라’라 할 만하다. 일견 그의 작업은 천장과 벽에 흩뿌려진 선묘나 도형처럼 산만해 보이는데 관객의 능동적 참여로 인해 일정한 시점에 자리 잡게 되면서 해체된 형상들이 원래 자리를 찾고 완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좌) 다니엘_뷔렌_셋,넷,다섯..._무한대로_섞이는_두가지_색_2006

(우) 다니엘_뷔렌_표시와_투영_marquage_et_projection_2006


스테판 다플롱 출품작



스테판 다플롱_셋, 넷 다섯... 무한대로 섞이는 두 가지 색_2006

전시장 내벽에 직접 그린 월페인팅



프랑소와_모를레_노앤드네온_1990_2006



펠리체_바리니_7개의_원반으로_도려내진_타원형_2006

펠리체_바리니_조율이_잘못된_세개의_장방형_2006

 

물리적 공간에 개입하는 ‘가상성’은 그래픽적인 스테판 다플롱의 작업이나 환상적인 색유리로 구성된 다니엘 뷔렌의 작업에서도 찾아진다. 특히 관객의 적극적 움직임에 따라 변모하도록 고안한 뷔렌의 색유리작업은 이중, 삼중, 사중으로 겹쳐지며 변화되는 색의 지층을 탐구함으로써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우리들의 잠자는 감각과 관성을 일깨운다. 그 공간이 ‘투명한 기층(氣層)’ 속에서 늘 화려하게 변모가 가능했던 ‘잠재태의 공간’이었다는 망각의 사실도. 삭막한 화이트큐브를 색과 빛이 잠입하는 ‘투명성의 공간’으로 옷 갈아입히는 이번 전시는 최근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전시 중 하나였다.●

 

출전 /

김성호, "투명한 공간에 잠입하기", 『 퍼블릭아트』, 2006. 11월호, p.102. (공간의 시학詩學전. 2006. 9. 12-12. 3. 환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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