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순환의 여행_차기율 전, 2006. 10.11-17. 관훈갤러리

 

자연과 문명, 그 이지러진 만남

 

 

 

 

 

                                                                                                 김성호(미술평론가)

 

차기율이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전시공간 속에 가져온 자연물은 포도나무나 자연석일 뿐이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자연이 가진 모든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극복이란 이름으로 벗어나온 ‘괴력을 지닌 숲의 마법사’이자 한편으로는 문명의 세계에서 우리가 찾아 헤매는 ‘가녀린 호수의 요정’이기도 하다. 포도나무가지와 강돌 사이를 뚫어 앵커로 고정시키는 만남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킨 거대한 자연구조물은 공포, 숭고, 경이와 같은 모든 미적 경험을 유발케 하는 자연의 핵(核)이자 하나의 관념 덩어리이다.

 

 


한편, 작가가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라는 부제를 전시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그 구조물은 자연의 괴력으로부터 탈주한 인간의 문명인 ‘방주’(方舟), 그리고 문명에 잠입한 인간이 또 다시 탈주해서 찾아나서는 근원적 고향인 ‘강목’(綱目)이라는 다종다양한 자연의 세계를 모두 상징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으로부터 유래하는 ‘강목’은 기실 유용성의 생물체에 대한 보편적 이름(강)과 그에 대한 특수한 해석(목)이 아니던가? 이러한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차기율의 창작행위란 결국 문명과의 대립과 투쟁이자 한편으로는 둘 사이의 해후와 대화를 모색하는 ‘지리한 시각적 노동’인 셈이다. 

 




차기율_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사이_포도나무,자연석,비닐테잎_가변설치_2006

 

수면의 파장처럼 바닥에 색테이프로 그려진 동심원이 상징하는 ‘순환’의 개념이나 여기에 수직적 기념비로 자리 잡고 있는 그의 구조물이 벌이는 ‘대립’의 제스처는 공간상의 팽팽한 긴장감을 고취시키면서 우리로 하여금 자연과 문명의 만남, 화해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작업이 늘 시도하는 생태적 접근이란 자연의 본성과 대립하고 있는 문명 속 인간이 끊임없이 자연에게 던지는 화해의 제스처 속에서 발현되는 것들이다. 그의 작업이 매력을 지니는 까닭은 생멸과 순환의 자연 질서에 역행해온 인간문명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더불어 취하는 보헤미안적 냉소의 태도 탓이다.

 

출전/

김성호, "자연과 문명, 그 이지러진 만남", 『 퍼블릭아트』, 2006. 11월호, p.107. (순환의 여행_차기율전, 2006. 10. 11-17. 관훈갤러리)

 

이미지 출전 / 네오룩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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