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한민국’이란 국가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문화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문화 예술인들이 각고의 분발을 해야 한다. 정치 경제 같은 비문화 부문의 지도자들도 문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리어카에서 팔리는 2000원짜리 넥타이와 백화점의 명품 쇼 케이스에 들어있는 20만 원짜리 넥타이는 100배 차이가 난다. 소재나 나염과 디자인 차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건은 ‘메이드 인(made in)’ 다음에 오는 국가 이름이 어떤 문화적 가치를 내뿜고 있느냐다.

새로운 정치 전환기를 맞고 있는 현 단계에서는 역발상의 토론도 필요하다. 가령 문화적 국가 브랜드의 도약을 위해 노벨문학상이 꼭 필요하다면 왜 문화관광부에 태스크포스를 못 만드는가. 매번 비공개로 묶여 있는 스웨덴 한림원의 심판에 마지막 순간까지 목 매야 하는가. 엊그제 삼성전자가 64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좋은 일이다. 우리는 동시에 삼성전자가 거두는 1년 순이익만큼의 돈을 조앤 롤링(Rowling)이라는 한 영국여성이 ‘해리포터’라는 책으로 벌어들이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중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적 문화 중심의 지위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초등학교에서 공자·맹자를 암송하게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조선왕조 500년의 지속 가능성은 국가 엘리트 선발을 시문(詩文)으로 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차기 정부는 각종 국가 고시에 고시조(古時調)와 현대시 암송 테스트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배관공, 용접공 시험, 그리고 9급 공무원 시험에서 행정·사법·외무 고시에 이르기까지 시 암송을 시험칠 수 있다. 명시 30선집(選集), 50선집, 100선집, 300선집, 500선집 등을 만들어 능력과 단계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다. 간행은 문화예술위원회가 책임지고, 수익금은 문화지원 기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동서양 좋은 그림을 100점 정도 외우게 하고, 선별된 좋은 음악 100곡의 테마 선율을 외우게 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해마다 봄·가을이면 대문화축전을 진행한다. 올해는 특히 다채롭다. 방일영 국악상, 임방울 국악상, 이해랑 연극상, 이중섭 미술상, 동인문학상이 있다. 2007년에 신설된 상으로는 1억원 현상 공모인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전국민 책 1권 쓰기’를 위한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 그리고 차범석 희곡상(장막극)이 있다.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국민 각자의 가슴에 잠복해 있는 문화적 교양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일깨우고 싶어서다. 조앤 롤링이 여러 명 나오는 스토리 강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20만 원짜리 넥타이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문화적 교양층 형성을 위한 초석을 놓아가는 것이다.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참여로 성공적 결실을 거두고 있는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은 그 결정판이다. 우리는 문화적 교양을 훈련하고 배양하는 일상의 교두보가 거실이라고 믿는다. 서권기(書卷氣)가 흘러 넘치던 선비들의 사랑(舍廊)이 누렸던 문화적 지위를 회복하고 싶다.

세계 화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석권하고 있는 ‘미스김 라일락’의 원산지는 북한산 백운대다. 지금은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며 역수입되고 있다.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기회 있을 때마다 거론하던, 통탄할 사례다. 김치의 원조국이 ‘기무치’를 로열티 물고 수입해 먹을 날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문화 부문 예산이 1%를 밑돌고 있고, 올여름의 신·변 스캔들 하나로 기업들이 메세나 정신을 팽개치는 마당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교양교육은 중요한 문화자본이다. 문화자본은 국가 개조의 땔감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조선일보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