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최태훈 전, 2006. 5. 12-7.9 김종영미술관, 2007. 1월 중(예정) 이천 오픈 스튜디오

 

조각으로 새기는 ‘빛으로 충만한 우주’

 

 

 

                                                                                               김성호(미술평론가)

 

 

 

 


최태훈_갤럭시_스최태훈_오로라_스테인리스 스틸_180×100×500cm_2006

 

 

 

 

빛과 우주의 신비를 말하다.

기독교의 구약성경에는 절대자가 빛-궁창- 해, 달, 별을 순서대로 만들어낸 창조신화가 담겨져 있다. 우리의 현실계가 태양을 빛의 근원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현실 저편의 세계로부터 빛은 보다 실질적인 근원의 존재감을 인류에게 오랫동안 상상케 하기에 족했다. 태양이 아닌 그 빛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기독교의 창조신화를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려는 창조과학회의 움직임이 있어 온 것도 인간의 합리적 이성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우주의 신비가 크나큰 탓이었다.

 

우주로부터 근원하는 빛은 우리의 인류가 오랫동안 제사의 측면으로 숭배해 온 전능적인 힘이자 우주 저편의 인지하지 못하는 신비의 세계 그 무엇이었다. 신비한 별빛들이 태양의 반사빛이라는 사실을 공유하는 오늘날 현실계에서도 우주의 은하는 여전히 태양과는 상관없는 미지의 근원일 따름이다.

 

조각가 최태훈은 이번 일곱 번째 그의 개인전에서 우주의 빛을 그리고 있다. 아니 조각가인 만큼 우주의 빛을 새기고 있다고 해야 적절할 듯하다. 작가는 거대한 철판의 표면 위에 무수한 구멍들을 만들어내고 이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의 무리를 어두운 전시공간 속에서 창출해내었다. 철판 뒤에서 비추는 조명 장치로 인해 철판의 무수한 구멍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빛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파노라마라는 말은 광대하지만 지극히 수평적인 전망이라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있다. 작품 제명 〈은하수(Milky way)〉처럼 은하수 자체를 보여준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 전시장의 어두움 속으로 관객이 잠입하면 그 어두움 안으로 쏟아져 나오는 빛의 장관을 목도하고서 경탄하게 된다. 벽에 세워진 그의 조각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빛일 터이지만 영상 작업이나 재료 자체가 조명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조각은 색다른 차원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은 첫째는 빛의 장관에 놀라고 둘째는 무겁고 둔탁한 철이 작가의 집요한 노동력에 생채기를 내고 그 허물만 남긴 채 그 상처의 틈 사이로 빛을 흘려 내보내고 있는 조각적 장치에 놀란다. 그만큼 그의 조각은 기존의 전통 조각이 추구하던 볼륨과 양감 외에 또 다른 시각적 장치를 부려놓고 있는 새로운 언어를 선보인다.

 

그가 부여하는 이름대로라면 그의 작품들은 한결 같이 ‘그림자 조각’(shadow sculpture)이 된다. 빛을 받아 조각의 틈새로 그 빛을 통과시켜내기도 하지만 조각 그 자체로는 빛을 받고 그림자를 드리우는 대상체가 되는 까닭이다. 구멍 뚫린 철판조각이 형성해내고 있는 투과체의 덩어리는 틈 사이로 화려한 빛을 내 뿜고 있지만 빛이 막힌 조각체의 몸뚱아리는 상대편 벽에 거대한 그림자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철판의 평면성을 와해시키며 무수하게 일그러뜨린 평면에의 변조도 장관이지만 무겁고 둔탁한 철판의 피부를 집요한 노동력을 투여해 일일이 뚫어낸 작가의 열정적인 창작방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의 자폐적인 태도에 버금가는 대단히 수고스러운 노동력은 또 다른 작품 〈갤럭시(Galaxy)〉에서도 확인해낼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봉을 잘게 잘라 이를 다시 이어 붙인 거대한 원반형 작업이 그것이다. 접시 모양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가운데 부분은 완만하게 오목한 부분을 형성하면서 태양을 주위로 도는 태양계의 무수한 행성들의 공전 궤도와 같은 길들을 원심원의 형태 속에서 드러낸다. 이 작품에 투사되고 있는 조명은 작품의 투과체 공간을 빛내면서도 반대의 벽에 커다란 갤럭시의 그림자를 수놓는다.

 

실내전시장의 원심형의 〈갤럭시(Galaxy)〉가 비교적 부조형태의 조각체이면서 빛의 투과를 장치적 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면 같은 유형의 또 다른 작업 〈블랙홀(Black Hole)〉은 그 덩치를 엄청나게 키워 전시장 밖 야외로 나와 공간을 통째로 점유하고 있는 환조 형태의 조각이다. 전시장 내부의 〈은하수(Milky way)〉나 〈갤럭시(Galaxy)〉가 부조형태의 평면적 조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면 〈블랙홀(Black Hole)〉은 보다 실체적인 조각의 양상으로 우리 눈앞에 등장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오로라(Aurora)〉역시 환조형의 거대한 조각체이다.

 

또 다른 실내 공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이 작품은 유기적인 생물체 혹은 거대한 운석의 무엇처럼 보이는 형상으로 작품 내부에서 조명이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 주변을 돌아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우주의 장관에 뛰어들고 있는 것과 진배없는 듯한 경험을 안겨준다.

 

그의 이번 전시의 압권은 역시 철을 사용한 조각이라는 전통적 유형을 통해서 빛과 우주의 신비를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훈_갤럭시_스테인리스 스틸_380×380×8cm_2006

 


최태훈_갤럭시_스테인리스 스틸_380×380×8cm_2006_부분

최태훈_은하수_2006



최태훈_은하수_스테인리스 스틸_240×450×30cm_2006_부분

 

 

 

 

 

 

쇠와 불을 다루는 작가

조각가 최태훈은 1998년 그의 첫 개인전에서부터 쇠와 불을 다루는 작가였다. 그의 첫 전시 〈존재의 고통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라〉는 인체 형상의 자연목을 태워내고 이를 철과 용접해내는 특이한 방식의 자기 주술적 메시지가 강한 작업이었다. 그의 첫 개인전 리뷰를 잡지에 기고했던 경험으로 그와 만나게 된 이래 지켜 본 그의 이후 작업들은 자학적이기까지 했던 존재탐구를 시도했던 일회 개인전과는 달리 〈철로 이루어진 식물성〉, 〈Iron Age Stories〉처럼 점차 자연이나 문명의 시원성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공간의 탐색으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 〈Shadow Sculpture〉는 그가 그 동안 탐구해온 시공간의 근원적 성찰이 확장되는 지점에서 출현한 것으로, 그의 현재작들은 이제 ‘갤럭시’나 ‘오로라’처럼 우주의 근원적 기원 뿐 아니라 빛과 같은 서정성에 대한 성찰과 모색에까지 이르고 있다.

 

최태훈_블랙홀_스테인리스 스틸_450×400×450cm_2006

 

지독하게 자신의 실존적 고민을 송두리째 작업에 투여해 고뇌하던 초기의 흔적이 어느새 잔잔한 자연과 문명의 성찰로, 그리고 이제 보다 드넓은 우주에의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로 훌쩍 뛰어넘고 있는 그의 작업은 예나 지금이나 쇠와 불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철을 깎아내고 녹여 상처내고 그를 다시 봉합하면서 이루는 작업의 방식 즉 ‘상처’와 ‘봉합’이 늘 위태롭게 진전되던 그의 작업은 이제 어느새 ‘상처’와 ‘봉합’이 아름다운 성좌와 성무(星霧)를 만들만큼 여유로운 신비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의 현 지점은 그를 혹여 거만하게 그를 추슬러 전형적인 작업의 모델을 재생산하게 하거나 변형하는 지점에서 자족하게 만들 함정에 다다르게 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적 성숙함과 원대한 작업에 대한 포부가 관객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

 

 

출전 /

김성호, "조각으로 새기는 빛으로 충만한 우주" 『경기문화재단 심층모니터링』, 2006, 12. (최태훈전, 2006. 5. 12-7. 9, 김종영미술관)

 

이미지 출전 / 네오룩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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