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대 디자인
9.26 - 2008. 1.7 파리 그랑 팔레


그랑 팔레가 산업혁명부터 오늘날까지 제작됐던 주거환경을 구성하는 오브제들과 가구들로 매우 흥미로운 만남을 기획했다. 디자인의 역사가 연대기적으로 고리타분하게 전개되지 않고, 서로 상이한 시대와 장소에서 만들어졌던 작품과 작품 사이에 예상치 못했던 대화가 형성된다. '형태'라는 주제로 시작되는 전시는 직선과 기하학, 곡선과 생물변이, 그리고 불균형과 변형, 비정형에 이르기까지 형식적인 탐구와 놀이로 꾸며진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호프만이 디자인한 도서관용 사다리와 나란히 전시된 솔 르윗의 작품은 형태와 테크닉 사이의 관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맥' 이란 섹션에서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환경적 요소들이 어떻게 오브제에 형상을 부여하는지, 산업적 창작에 미치는 문맥의 영향에 대해서 조명한다. 건축적인 가구와 주거공간으로 변한 가구를 전시하는 이색적인 섹션인 '건축'은 가구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초월한 기발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밖에도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아이스버그 의자와 반 리쇼우트(van Lieshout) 아틀리에가 만든 자궁 모양의 방, 그리고 베르너 팡통(Verner Panton)의 비지오나(Visiona)라는 모뉴멘탈한 작품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레리 클락(Larry Clark)의《툴사(Tulsa) 1963-1971》
10.10 - 2008.1.6 파리 유럽 사진의 집


레리 클락은 일반인들에게는 1995년 칸 영화제에 소개됐던 영화 《키즈(Kids)》의 감독으로 더 친숙한 사진가다. 1963년부터 1971년 사이 자신과 친구들을 찍었던 사진 시리즈 툴사는, 영화를 비롯해 사진과 글을 통해 클락이 줄곧 관심을 가져왔던 주제인, 소외된 십대들의 삶을 다룬 최초의 작업에 해당한다. 툴사는 이미 16살부터 각성제에 절어 살았던 클락 자신의 사적인 일기이자 미국 사회 깊숙한 곳에 은폐돼 있었던 무료함과 비참함을 다룬 흔치 않은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마약과 섹스 그리고 폭력에 찌든 미국 청소년들의 적나라한 일상과 그 속에 농축된 감정들이 내러티브적 시퀀스를 통해 드러난다.
이 사진들은 1971년 사진집으로 출판되자마자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마 점잖은 비평가나 예술가, 그리고 관객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은, 사진이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어린 것'들의 발칙하고 퇴폐적인 행각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흑백의 미묘한 톤으로 우아하게 걸러 낸 클락의 사적 다큐멘터리 사진의 양식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그 자신이 소속되지 못한 세대들의 은밀한 삶의 영역을 건드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문제제기가 가능하겠지만, 사진 속에 나타난 작가의 시선은 관음증적이라기보다 훨씬 진지한 무엇을 담고 있다. 관객이 미완성적 존재로서 그들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같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에게 있어, 관객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애정과 관심의 시선이다.




영웅들 : 아킬레스부터 지네딘 지단까지
10.9 - 2008.3.13 파리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아킬레스, 세자르, 잔 다르크, 나폴레옹, 드 골, 체 게바라, 그리고 슈퍼맨과 지네딘 지단…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모두 영웅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신화나 소설, 만화, 영화 등이 만들어낸 가상 속의 인물들과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 속의 인물들로, BNF가 전시를 통해 이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서사시가에서 비디오 게임, 학습교재에서 신문기사, 그리고 대중적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BNF와 다른 기관들의 소장품 100여 점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영광과 권위, 혹은 불멸을 향한 평범한 인간들의 집단적 환상이 어떻게 비범한 영웅들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지 역사적, 사회적 담론을 통해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