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대한민국 예술계의 수난 시대였다. 잡음은 올 초부터 터졌다. 작년 12월에 있었던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선정에 금품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이 잠잠해질 기미 없이 계속 눈덩이처럼 굴러가자 지난 6월 우리 정부는 시상(施賞)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없애겠다는 뜻이었다. 현 정부다운 발상이었다. “까짓 것 없애면 된다”는….

그러지 않아도 작년부터 한국 미술계는 이중섭·박수근 위작 시비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다행히 시장은 세계적인 활황에 힘입어 단비 같은 르네상스를 맛보고 있었지만 이 사건은 언제라도 ‘종양’이 될 목엣가시 같은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무려 2800점이나 되는 가짜가 버젓이 유통되려고 했는지 전 세계가 놀랄 일이었다. 가짜들을 전부 불살라 한 줌 재로 만든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원상회복이 보장된 건 아니었다.

‘2007 최대 폭탄’이 된 신정아 게이트는 여름 미술계를 완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며 비상하던, 14년 역사의 광주비엔날레는 오물을 뒤집어쓴 꼴이 됐다. 광주 현지에서 만난 담당자들은 엊그제까지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선망받는 전문 직종으로 뿌리 내리던 큐레이터는 ‘예술을 빌미로 돈이나 끌어와 미술관 오너에게 예쁨받는 로비스트’로 전락해 버리고 있었다.

근년 들어 제자리를 잡아 가던 기업들의 메세나 정신도 단번에 흔들렸다. 대기업이나 은행들의 담당자들은 “문화 행사에 모든 지원 끊겠다. 끊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어왔다. ‘시끄러워지면 끊어 버리는 것’은 정부나 기업이나 비슷한 발상법 같았다.

‘여름 폭탄’은 예술계까지 전염된 학벌 만능주의의 추잡한 얼굴을 드러냈다. 허위 학력 색출이라는, 군중 폭력과 맞물린 마녀 사냥이 문화 예술계, 대중 연예계, 종교계까지 휩쓸고 지나갔다. 몇몇이 화형대 위에 세워졌고, 연기는 아직 사위어지지도 않았는데, 군중들은 벌써 흩어졌다.

그 사이 경향 각지에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재급 영화관이나 극장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었다. 사람들은 시장의 원칙에도 ‘문화적 예외’(cultural exception)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한국적 연극을 오래 탐색해온 오태석이 올 가을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학로의 임차료 때문에 전용 극장 ‘아룽구지’의 문을 닫아도 아무 관심 없었다.

이런 일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으면 하고 희망했던, 최대 지원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내분에 휩싸여 가처분 신청 파문(5월) 끝에, 위원장이 조기 퇴진(7월)하는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올해 초부터 ‘기초예술 강국이 21세기 강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전 세계 16개 도시를 돌며 발이 부르트도록 취재했던 우리 젊은 기자들의 목소리만 민망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 주는 삼성가 비자금으로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비싼 미술품들을 사들였다는 의혹 제기가 터져 또 한 번 뒤숭숭하다. 결과야 곧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 타격으로 대기업 큰손 고객들이 미술품 구매에 주춤하면 더 큰일이라는 얘기가 벌써 여기저기서 나온다. 과연 큰일인가. 아니다. 업보일 뿐이다. 문화가 제 구실을 못하고 거기 관계된 사람들의 욕망을 위해서만 기능할 때 문화는 언제든 사회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하고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 2007년 연속된 문화의 수난은 이런 교훈이라도 남겨주어야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