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서민정전_Fired White, 인사미술공간, 2012. 6. 29-7. 13
미물들의 주검과 불안한 인간주체의 자기애적 투사
김성호(미술평론가)
전시장 초입에는 커다란 조각대 위에 50여 점의 자그마한 조각들이 누워있다. 그것은 도자의 방식으로 구워진 실제 새들의 주검들이다.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한 새들의 주검을 염(殮)을 하듯이 티슈들로 감싸고 그 위에 백토(白土)로 꼼꼼히 덮고 유약을 입혀 소성하 방식으로 화장(火葬)을 한 결과물이다. 그런 면에서 새들의 주검이 놓인 커다란 좌대는 망각할만한 타자들의 기억조차 만들지 못하고 스러진 새들의 영혼을 제의(祭儀)의 형식으로 기억하면서 저승으로 떠나보내려는 작가 서민정의 ‘상징적 제단(祭壇)’이다. 실제적 제단이 그들을 화장했던 가마라고 한다면, 이러한 상징적 제단은 결국 ‘관’이자 무덤이 된다.

서민정_The Remains_도자기_2012

서민정_The Remains_도자기_2012
서민정_The Remains_도자기_30×15cm_2012
역설적인 것은, 새의 시신이라는 ‘실재’는 가마의 고온에 의해 뼈 부스러기만을 남기고 산화해버렸으나, 그들을 감싸고 있던 흙들이 소멸 전 새들의 형상을 ‘이미지’로 부활시켜내었다는 사실이다. 이미지는 죽음으로부터 태어난다고 했던가? 우리는 레지스 드브레(Régis Debray)의 ‘죽음이 탄생시키는 이미지의 존재론’을 그녀의 작업 '유물(The Remains)'로부터 새삼 확인해낸다.
존재란 실재 뒤에 드리워진 부재라는 그림자를 언제나 데리고 다니는 것이지만, 이러한 존재론에 관한 '실재/부재'의 양가적 사유를 그녀의 작업에서처럼 깊이 있는 조형의 언어로 담아내는 것이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을 실재와 부재에 관한 깊은 성찰의 과정을 통해 한 덩어리로 제시해 보여주고 있는 서민정의 작업은 의미심장하다.
그녀의 전시는 가엾은 새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哀悼歌)의 형식을 띠고 있는 ‘부재에 대한 연민’에 다름 아니지만, 그 내용은 거꾸로, 살아있는 것들 즉 ‘존재에 대한 깊은 애착’들로 점철되어 있다. 생각해보자. 이 세상에서 없어진 사물들과 사라진 타자들에 대한 애도라는 것은 결국 그(것)들을 대상화시킨 ‘인간 주체의 자기애’의 반영이다. 그(것)들과 함께 있지 아니함은 언제나 그(것)들의 운명을 뒤따르게 될 사유 주체의 불안한 인간 존재론을 재성찰하는 일과 부합한다.

서민정_The Remains_도자기_2012
작가 서민정이 커다란 조각대 측면에 새겨 넣은 새들의 이름들은 더러는 우리 귀에 익숙한 친밀한 것들이지만, 실상 그 이름들은 자신들의 소통의 대상자로 설정하려했던 인간 주체의 허망한 욕구의 반영들에 다름 아니다. 기독교 전승에서 보듯이, 세상의 짐승들과 새들에게 이름을 부여한 이는 야훼가 아니라 인간 아담이었다. 즉,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이름들은 소통의 대상자를 갈망하면서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아담이 하와라는 존재를 맞이하기 이전에 명명했던 방임적 의지의 결과일 따름이다. 작가 서민정은 좌대의 측면에 새겨 넣은 새들의 이름들이 그 동안 인간들이 불안한 자기애를 달래고 치유하고자 애정을 담아 짓고 정겹게 불러준 이름일 뿐, 새들은 그들 스스로 이름을 갖고자 애쓴 적이 추호도 없었음을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그래! 그들은 원래 자유롭고 싶을 따름이었다.
따라서 서민정이 만들어낸 이 ‘상징적 제단’ 혹은 ‘무덤’ 위에는 사고를 당하거나, 병사 혹은 자연사에 이르렀을 자그마한 새들의 주검들에 대한 연민과 애착이 인간 주체의 불안한 자기애와 끊임없이 교차한다. 그것은 탐욕의 가면을 쓴 인간의 치유와 화해의 제스처들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것들인지를 우리로 하여금 순간순간 엿보게 한다. 즉, 먹거리라는 이름으로 생육과 번식을 강제하고, 반려동물이란 이름으로 친밀과 소통을 치장하면서, ‘살아있는 것들과의 모든 관계’를 구조화하는 인간의 음험한 자기애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서민정_The Eternal End_영상_2012

서민정_Return_영상_2012

서민정_Return_영상_2012

서민정_Fired White_영상_2012

서민정_Fired White_영상_2012

서민정_새_드로잉_21×29.7cm_2012
그런 면에서 죽은 새를 도자로 소성하기 위한 제작과정을 담은 지하전시장의 영상작업 <The Eternal End>이나 죽은 새들의 초상 드로잉들을 선보인 이층의 모든 회화작업들은 가여운 미물들의 부재함에 대한 인간의 기억하기의 노력들이라 할 것이다. 아울러 그것은 불안한 인간 주체의 자기애의 투사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에게 죽음이란 직접 경험이 영원히 불가능한 ‘불안한 간접 경험의 세계’이지 않던가. ●
출전 /
김성호, “미물들의 주검과 불안한 인간주체의 자기애적 투사”, 『퍼블릭아트』, 2012. 8월호, p.136, (서민정전_Fired White, 인사미술공간, 2012. 6. 29-7. 13)
이미지 출전 /
네오룩닷컴, 인사미술공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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