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김수자_To Breathe전, 2012. 8. 29-10. 10, 국제갤러리)
문화인류학에 대한 예술적 실천
김성호(미술평론가)
이번의 김수자전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그녀의 작업의 변모사를 눈여겨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보따리로 대표되어 온 그녀의 전작들에게 그간 부여되어온 들뢰즈의 노마디즘(nomadisme)이론의 예술적 실천이라는 평가는 일정부분 정당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작품들에는 서구의 노마디즘 이론의 안경을 쓰고 살피기에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명상의 일상화를 작품 속에 구현한 김수자의 동양적 사유의 전통은 물론이며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적 원형을 모색해온 그간의 작업들을 상기할 때 더욱 더 다른 방향의 작품 해석의 틀이 필요해진다.
그것을 우리는 한국적 정체성에 기초한 민족학(ethnology) 혹은 문화인류학(cultural anthropology)으로 풀어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작업들은 대부분 낯선 지역의 사회로 들어가 그들의 생활관습, 문화를 현장에서 목도한 날것 그대로 기록하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조형언어로 지표화하는 방식으로 문화인류학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유럽의 어느 소국이든, 착취의 정치사로 얼룩진 이국적인 남미의 어느 지역이든, 여전히 미개의 문화를 전통으로 간직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어느 마을이든지간에 그녀의 관심은 자신의 인류적 뿌리가 닿고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데 골몰한다.


김수자,〈실의 궤적 Thread Routes_Chapter 1〉 _ 16mm film transferred to HD format _ 29:31, sound, 2010.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Kimsooja Studio

김수자,〈실의 궤적 - 제 1장 Thread Routes_Chapter 1〉 _ 16mm film transferred to HD format _ 29:31, sound, 2010.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Kimsooja Studio
최근작으로 구성된 국제갤러리 3관은 이러한 그녀의 관심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는 영상작업들로 꾸며졌다. 먼저 〈Thread Routes_Chapter 1〉(2010)는 페루의 쿠스코 주변, 마추피추, 타킬레 섬마을을 배경으로 ‘실’이라는 연계점으로 이들의 지역문화의 전통적 뿌리를 찾아 나선다. 이어 〈Thread Routes_Chapter 2〉(2011)에서는 벨기에 브루쥬와 크로아티아 레포글라바, 파그 지역 등에서 여전히 전통의 모습을 간직한 채 이루어지고 있는 레이스 직조에 관한 민족지(民族誌)를 영상으로 선보인다. 오늘날 ‘잔존하는 전통’을 미개문명으로 재단하는 현대자본주의사회의 편견들 속에서, 그녀는 인간 실존의 뿌리라는 것이 이러한 전통적 정체성으로부터 기원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이들 각 지역민들이 보여주는 섬유공예의 양상들은 제각기 다르지만, 흥미롭게도 씨줄과 날줄을 교차하거나 매듭으로 변환시키면서 만들어나가는 ‘만남의 양식’이라는 것은 각자의 전통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그녀의 인류학적 고찰들은 우리를 ‘그저 낯설고 생경한 곳’으로 데려가 내려놓지만, 그곳은 이내 전혀 예상치 못한 신비롭고도 매혹적인 세계로 변모한다.

김수자, 〈 실의 궤적 - 제 2장 Thread Routes_Chapter 2〉_ 16mm film transferred to HD format _ 23:40, sound, 2011.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Kimsooja Studio

김수자,〈실의 궤적 - 제 2장 _ Thread Routes_Chapter 2〉16mm film transferred to HD format _ 23:40, sound, 2011.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Kimsooja Studio
국제갤러리 2관의 2층 전시장에서 프로젝션을 통해 소개되는 4개의 영상 작업 〈Mumbai : A Laundry Field〉(2008)들에는 이러한 인류학적 관심이 진득하게 배어 있다. 인도 뭄바이의 빨래터 풍경이나 기차 문에 매달려 이동하는 출퇴근길 풍경은 물론이며, 슬럼가의 골목, 새벽거리의 풍경들은 의식주 해결을 위해 ‘노동’하며 살아가고 있는 비루한 일상이라는 것이 후진국이나 선진국 그 어디서나 동일한 삶의 절실한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같은 층 우측의 부스에서 선보이는 〈An Album : Havana〉(2007)에 나타난 쿠바의 풍경과 사물을 형체 없이 한 덩어리로 만들어내는 ‘스치는 풍경들’은 이러한 ‘서구/동양’ 혹은 ‘너/나’의 공유의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로 해석된다.

김수자,〈뭄바이_ 빨래터〉 4 channel video projection _ 10:25 loop, sound, 2008.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Kimsooja Studio
이러한 관심들이 한편으론 모호하면서 한편으론 매우 은유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되는 작품들은 갤러리 2관 전체에서 두루 나타난다. 작품 〈Bottari-Alfa Beach〉(2001)에서 나이지리아 지역의 하늘과 바다가 역치된 영상은 그 지역 원주민들이 노예로 팔려갔던 억울한 역사를 은유한다. 나아가 그린라드에서 촬영된 삼부작인 < Mirror... > 시리즈(2005)에서 작가는 이러한 자연의 회화성과 더불어 회화의 평면성에 관한 미학을 영상 작업을 통해서 심도있게 탐구한다. 그것은 그녀의 또 다른 시리즈 '지-수-화-풍'과 연계되는 이른바 따블로 비방(Tableau Vivant)의 세계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것이 색면의 회화적 질감으로까지 접근하고 있는 영상작업 〈To Breathe : Invisible Mirror/Invisible Needle〉(2005)에서 작가 김수자는 이번 전시명인 ‘To Breathe’처럼 ‘삶의 숨소리’로 인류학적 다양성을 하나로 묶어내는 긴 호흡을 관객들과 나누고자 한다. ●

김수자, 〈숨쉬기: 보이지 않는 거울 /보이지 않는 바늘 To Breathe: Invisible Mirror/Invisible Needle〉, 10:01 min loop, sound from Kimsooja's The Weaving Factory _2004 / voice performance, 9:2 min lo, 2005 .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Kimsooja Studio
출전 /
김성호, “문화인류학에 대한 예술적 실천”, 『퍼블릭 아트』, 2012. 10월호, pp.150-151, (김수자_To Breathe전, 2012. 8. 29-10. 10, 국제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