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평〕

프로젝트_커뮤니티 페어_아트 폐허 2012. 8.15~10.26, 제물포시장, (구)인천예루살렘교회


도시를 재생하는 예술



김성호(미술평론가)



전입과 전출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오늘날의 도시의 공간은 정체될 틈이 없다. 제물포 개항으로 근대의 포문을 열고 역사의 질곡을 넘어 현대화를 향해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인천 역시 다르지 않다. 주지하듯이, 한국전쟁 이후 급속히 진행된 도시 재건은 60-70년대 원(原)인천을 그야말로 난개발의 도시로 만들어놓았다. 그것을 재정비하는데 온 힘을 바치고 이제야 숨을 돌리고 있는 인천으로서는 국제도시로 웅비하고 있는 현재 자신의 모습 앞에서 가히 격세지감을 느낄 법하다.


프로젝트 포스터 



인천 제물포 시장 내 프로젝트 공간 


아! 그러나 이 글로벌시티 안에 재생을 기다리는 공간들은 여전히 많다. 인천시 남구 숭의 4동 제물포재래시장(1972~ )은 대표적인 예다. 1997년 재개발 사업지구로 지정, 2003년 주상복합건물로 재개발사업시행 인가를 받고도 시행사의 부정과 비리, 조합원들 간의 갈등 등 여러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채, 현재까지 수년간 방치되고 있다. 철거하다 중단된 상가건물은 흉물로 남았고, 시장 마당은 생활쓰레기와 건축폐기물 야적장으로 둔갑했다. 그야말로 폐허가 된 셈이다.


그런데 예술가들은 왜 이곳에 갑자기 뛰어들었을까? 생존권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곳 지역민들 앞에 나서서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트 프로젝트인 ‘커뮤니티 페어_아트 폐허(Community fair_Art Fehur)’(총감독 이탈, 주관 문화수리공, 후원 인천문화재단)는 제물포시장이 다시 일어나길 염원하며 이 쓰러져가는 공간에서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을 도모한다. 페어(fair)와 폐허(ruin)의 발음의 유사성에 의해서 작명된 이 프로젝트는 미술작품이 거래되는 미술시장(art fair)이 아니라 지역민들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나누는 공동체시장(community fair)을 지향한다.


         참여작가들


참여작가 작품 프레젠테이션 


프로젝트 미팅 


먼저 예술가들은 프로젝트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만큼이나 그것의 실행을 위한 전단계로, 지역민들에게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하여 최종 동의를 얻어내기까지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만 했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 예술향유가 아니라 시장의 활성화이며, 문화예술 공간이기보다는 주상복합빌딩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예술을 강요하는 태도를 버리고, 예술을 통해 재개발과 관련해 상처 입은 제물포재래시장 상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일에 보다 더 집중해야 했다. 아울러 흉물이 된 이 지역을 예술 활동을 통해서 새로이 재생하려는 일단의 노력들도 병행해야만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외국작가 10인과 국내작가 37인(팀)이 참여했는데, 프로젝트 기간 동안, 레지던시 운영과 더불어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아티스트 토크’를 활성화함으로써 국내외작가들의 적극적 교류를 도모했다. 아울러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국제심포지엄을 통해서 그들이 실행한 프로젝트를 이론적으로 점검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국제심포지엄, 도시 재생 &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 2012. 10. 10. 영화공간 주안,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을 지향하는 커뮤니티아트의 그루핑(grouping)은 피상적인 성과물이다. 보다 주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실천이 지역에 미친 영향에 관한 세세한 평가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이 프로젝트가 내세운 커뮤니티 페어(community fair)란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정서를 나누고 지역민과 소통하려는 공동체미술(community art)을 실행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흉물이 된 폐건물을 조형언어로 회복하려는 공공미술(public art)를 실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제물포시장의 거점공간을 중심으로 벌인 소프트웨어적 유형의 커뮤니티아트와 더불어 또 다른 프로젝트 공간이었던 (구)인천예루살렘교회(전도관)에서 벌였던 하드웨어적 유형의 퍼블릭아트로 대별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환경개선이라 칭할 수 있는 ‘폐허 클린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중간지점을 조명하면서 벌인 오프닝 프로젝트였다고 평가될 수 있겠다. 이것으로 인해 예술가들이 거점 공간에서 활발한 자신들의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공간 2_(구)인천예루살렘교회(전도관)


Pierre Fabre(프랑스), 전도관 설치 


Isiwata Muri(일본), 퍼포먼스


Myung Hwan LEE, "Woodsona",2012
Material: Veneer, acrylic natural color thick thread, wire, bolts & nuts and timber
30m long x 3m high x 4m wide


Myung Hwan LEE, "The same ideas and the same action" Assists Productions by Yongim KIM, Two eyes, Myung Jin KI, Jiwon YOON, Sandra, Soo Jung HAN




한편, 커뮤니티아트에서의 세부 프로젝트 ‘나도 할 수 있어요.’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역민들에게 프로젝트 거점 건물의 공간을 한 평씩 무료 임대한 ‘한 평 임대 프로젝트’나, 지역민과의 인터뷰에 기초한 ‘지역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힐링 워크숍’ 등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했던 프로그램들로 평가될 수 있겠다.


 달리 분류되지 않는 학회, ‘한 평 임대 프로젝트’


인천대 Line , 끝말 잇기, 


인천대 Line, ‘지역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이제 프로젝트는 평가들을 체계화하는 단행본 출간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평가와 노력들을 계기로 예술이 지나치게 도구화되지 않으면서도 오늘날 도시재생에 있어서 기여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로 확장되어지길 기대한다. ●




커뮤니티 페어_아트 폐허 사이트 www.fehur.net


출전 /

김성호, “도시를 재생하는 예술”, 『플랫폼』, 11, 12월호(통권 36호), 2012, 비평공간, pp. 78-80. (프로젝트_커뮤니티 페어_아트 폐허 2012. 8.15~10.26, 제물포시장, (구)인천예루살렘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