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게임: 창의상을 촉발하는 제약

2017.03.03-2017.05.07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


비가온 날이었다. 전시를 관람하러 간 아르코 미술관 앞 마로니에 공원에 들어서자 서울 시내에서 느끼기 어려운 탁 트인 여유가 있었다. 예술극장 앞 벽을 허문 것 만으로도 건축가의 의도는 이렇게 크게 드러나는 것인지. 새록새록 이전과 다른 미술관 주변의 분위기를 느끼며 선택한 전시를 향해 이동했다.


 


2016년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 한국관 전시를 국내 관람객을 위해 재구성하고, 새로운 전시를 추가한 귀국전 이라는 설명.


 


그렇다보니 전시는 온통 영어.. 곳곳에 원형 말칸을 두어 간략하게 한국어로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이었다. 덕분에 나보다 직업이 영어번역가이신 지인이 더 흥미롭게 보았고, 이해하기 좋았다는 후기.


 


전시의 내용은 각종 인포그래픽과 사진, 조형물, 영상물, 작품들, 도서자료, 키오스크 등으로 이루어졌다. 용적률에 대한 설명부터 용적률 게임이란 이름이 붙여지기까지의 토의과정 등이 담긴 영상물에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용적률'이라는 단어는 물론 개념이 얼마나 생소하고, 어려운(접해볼 기회가 없어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있는 건물들에 대한 기록들이라 내가 살았거나 살던 곳에서 만났거나 지금도 만나고 있는 여러가지 건물들을 건축가의 눈으로 분해해서 보는 새로움을 느꼈다. 당연히 제약으로 느꼈을 요소들은 건축가들의 창의성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 계속 관찰하다보니, 조금은 복잡해보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완성하거나 버그를 잡아 마침내 서비스에 성공하는 느낌이라거나.. 어려운 문제가 계속 발행하는 미스터리 게임을 매 레벨 클리어하여 마침내 엔딩을 맞이했다거나.. 1000조각짜리 말도안되는 퍼즐을 그림에 꼭 맞게 맞추거나.. 하는 '게임'으로 보여지기 시작했다. 크지 않은 공간에 많지않은 전시물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짧은 생각은 커다란 오해였음을 깨닫고 말이다.


 


관련 서적과 집을 바탕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이동한 전시관에는, 키오스크를 통해 각종 건축사무실의 작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영어의 완벽한 해석이 없이 관람하는지라 전시기획자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은 남는다.


 


한줄평으로 남기자면.. 이런 걸로, 이런 시각으로 전시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놀랍다.

좀 더 시간을 들여 국내 관객도 (영어를 하지 못하는 이들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전시로 다시 진행했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