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날이 좋아 누군가를 불러 전시를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를 언제 만나고 못 봤나 날을 헤아려보곤 한다. 그러다 출산 후 1년 넘게 보지못한 지인이 떠올랐다. 외국에 여행갔을 때 본, 유아를 데리고도 자유롭게 여행하는 현지인들을 함께 떠올렸다. 그래도 미술관이라면... 목적이 정해졌다. 이번엔 지인에게 유아를 데리고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전시공간을 찾아주는 것. 퇴근과 동시에 지인의 근교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찾았다.



'아이파크'라는 이름은 회사 브랜드명이다. 현대산업개발이 건물을 지어 수원시에 기부한 형태로 만들어졌기에 붙은 이름이다. 이러한 명칭 때문에 미술관은 엄청난 반대와 논의가 있었다. 공공재의 상업화의 우려와 수원시 문화적 자존심의 문제 등이 그 때 드러난 사람들의 표정이다. 이는 완료된 문제는 아니다. 아마도 앞으로 이곳이 지고갈 숙제가 될 터다.

잡음과는 별개로 미술관은 지어진 후 2016년 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 수상했다. 설계를 맡았던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의 건축가 김태집 대표는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수원 화성행궁과 도시 사이라는 특별함에 주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음은 건물에서 느껴졌다.


 


내부 역시도 단단한 느낌으로, 건물 상층부의 비스듬한 한옥 처마의 느낌을 조금씩 가져다 쓴 것 같아보였다. 물품보관소도 수유실도 좋아보였고, 옥상정원은 행궁을 바라보며 행궁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함도 이어 느낄 수 있었다. 파티션처리가 된 수유실에 이렇게 신경쓴 수유실을 찾기 힘들다며 지인이 말을 보탰다. 2개 층이지만 엘레베이터 시설도 되어있어 유모차나 휠체어가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겠다 싶었다. 


 

라이브러리는 아무래도 구색맞춤에 가깝다는 느낌이었지만, 나혜석관과 한 층에 있으면서 워크북도 비치해두어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전시를 보고 들릴 수 있겠다는 장점이 보였다. 사면이 꽉 막힌 보통의 도서관과는 다르게 앞쪽이 내부로 길게 뚫려있어 아이가 느낄 답답함이 줄어들 수 있겠다 싶었다.


 

전시관들이 줄리언 오피전 준비중이라 대부분의 공간을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목적지였던 나혜석 전시홀은 가능했다. 전시공간이 큰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는 괜찮았다. 어차피 아이를 안고 오래 걸을 수 없는 우리였고, 더 컸어도 다 둘러보지 못할 우리였다. 전시장은 작은 상자들로 전체 공간이 나뉜 형태였는데 겉이 거울로 감싼 작은 상자 안에는 작가 나혜석의 작품 1점씩이 들어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액자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내 경우엔 마치 한 공간에서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기엔 자화상(1928), 남편 김우영 초상(1928), 학서암 염노장(1938), 나부(1928) 등 4점의 작품이 있었다. 이상하게 시간이 멈춘 기분으로 우리는 서로 말없이 많지도 않은 작품들 사이를 떠돌았다.



회색의 벽에는 나혜석이 말하거나 쓴 글들을 뒤집어 기록되어있다. 상자들의 겉면 거울로 이들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바퀴까지 달린 상자의 거울들은 공간을 미묘하게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작품을 보고, 나혜석을 보고, 또 우리를 보았다. 나혜석의 글을 읽고, 또 읽지 못했다. 그 시대의 나혜석의 글들에 드러난 생각들은 2017년 오늘을 살고있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상하지 않을만큼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한 나혜석의 생각들은, 벽의 글처럼 뒤집혀, 읽을 수 - 이해할 수 없는 - 이해 받을 수 없는 - 글이었을 것이다.




이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나혜석과 우리를 동일시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게 나혜석 때문인지, 거울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글 때문인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기가막힐 세상에서 살았던 나혜석을 어쩐지 오늘의 우리가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기가막힐 수 있는 우리들 현실의 슬픔을 그가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안은 지인을 멀찍이서 바라봤다. 적어도 이런 미술관이라도 그들의 잠시간의 자기를 찾아 줄 휴식처가 되어주길, 잠시 잠깐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