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17
KOREA ARTIST PRIZE 2017
2017.09.13-2018.02.18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매년 텔레비전에서 각종 수상 소식이 그들의 축제와 함께 연말을 알린다. '올해의 작가상'전시는 나에게 비슷한 의미이다. 올해도 이렇게 해가 마무리되는구나 하는. 올해로 6회째다. 꾸역꾸역 시간만을 채운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매해의 전시선정 작가와 수상 작가들은 꾸준한 활동을 보여준다. 지켜보는 관객으로서는 전시 뒤에도 이어지는 즐거움이 있다.
써니킴

첫 등장은 회색의 방에 회화가 걸려진 써니킴 작가였다. 천정이 유리로 되어있어 낮 동안엔 조명 대신 자연채광으로 전시실을 밝히는 특징적인 부분을 가장 맘에 들어 했다는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조명의 성격에 따라 낮과 밤이 다르게 보이는 작품이라고 했다. 방문 당시엔 날이 흐려 어쩔 수 없이 인공조명을 받고 있었지만, 회색 배경에 의해 마치 안개 낀 낯선 숲으로 들어온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작가 백현진의 작품은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형태였다. 작품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의 입구가 마치 입구 문까지만 설치작품인 것처럼 느껴지는 탓이었다. 작품 설치 당시, 그나마도 아무것도 없던 문에 '당기시오' '들어오시오'의 글자를 스프레이로 써넣어 들어올 수 있는 장치를 부여했다고 한다.
백현진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장에라도 들어간 듯 웅웅거리는 소리와 설치하며 발생한 냄새 등이 유쾌하지 않게 다가오는데, 가장 정면 벽 상단에 붙은 작품 제목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이 절정이다. 이 시대 가장 많이 들리는 부정적 단어들이 조합된 제목을 보고 공포와 우울,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중간에 놓인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입장한 관객까지 작품으로 유입시키는 이 작품은 오늘 바로 우리와 주변 이야기기에 빠르게 공감에 빠진다.


박경근
작가 박경근의 작품은 경고문으로 먼저 만난다.
*주의 : 작품 특성상 큰 소리로 인하여 임산부, 노약자 및 어린이의 관람 주의가 필요합니다.

청계천에서 재료를 공수했다는 총이 달린 로봇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로봇을 연결하는 전선들이 복잡한 핏줄처럼 중간으로 모여있다. '시스템 안에서 집단화되고 소외되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강하게 질문'하는 작품은, 2개 층이 하나의 공간으로 높은 천장을 사용하는 전시장의 특성으로 더 크고 무시무시한 소음을 만든다. 총을 쏘는 것도 아닌데 철컥거리는 장전 소리는 이미 많은 관객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로봇 퍼포먼스와 영상과 조명까지 어우러져 적응되지 않는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송상희
마지막 작가 송상희의 공간은 크게 두 개의 작품구획으로 보였다. 벽면 전체가 타일로 덮이고 스피커에서 반복적인 메시지가 나오는 <세상이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쿵소리 한번 없이 흐느낌으로>와 맞은편 벽을 채운 3채널 영상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이다.

<다시 살아나거라….>는 '비극적 영웅설화 '아기장수'이야기를 바탕으로 종말과 구원, 그리고 묵시적 상황과 새로운 생성의 에너지를 다룬'다. 영상아카이브에는 원전사고의 <체르노빌 해체작업자들>과 일본 유바리시의 파산 등이 담겼다. 특히 나치의 인종교배 실험 영상<아기농장>이 남다르게 다가오는데, 영상의 웃는 사람들과 꿈틀대는 아기들의 모습이 자막으로 뜨는 '아기장수'의 이야기와 더불어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빠져들어 한참을 보게 만드는 영상은 이러한 면에서 맞은편 작품 <세상이….>와 큰 선상에서 한 흐름으로 보인다.

<세상이….>는 멀리서 보면 흰 타일을 배경으로 푸른색 그림이 눈에 띄는데, 이 푸른색의 그림들은 무수한 폭격 이미지를 수집하여 제작한 것이다. 도기타일은 세상에 인간이 사라져도 꽤 오랫동안 지구상에서 썩거나 부서져 사라지지 않을 제작기법이다. 스피커에서는 여러 나라의 말들로 인사말, 사랑, 평화 등 어울리지 않는 단어나 말들이 건조한 말투로 반복재생된다. 타일이 주는 느낌이 섬뜩한 것은 기계적으로 나오는 메시지에 최근 다시 이슈화 되고 있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타일이나 아우슈비츠 가스실의 타일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올해도 빠져서 볼만큼 집중도가 높았고, 전시공간 설정에서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면면이 보였다. 한편, 갈수록 더욱더 전시도록으로 전시를 담아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덧,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제시카 모건이 탑승하기로 했던 항공기 정비 문제로 도착하지 못했고, 12월 5일에 예정되었던 수상 작가 발표와 시상식은 1월 24일로 연기되었었다. 그렇게 발표된 최종 수상자는 송상희 작가가 되었다.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