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 :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2022.8.23-10.02
일민미술관
8월 22일 오후 2시, 일민미술관에서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일민미술관은 8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두 개의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구성된 여름 특별전을 개최한다. 그 중 하나인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는 일민미술관 2,3 전시실 및 프로젝트 룸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올해의 작가상’(2021)에 이어 오민이 선보이는 10번째 개인전으로, 권오상과 최하늘의 2인전인 <나를 닮은 사람>과 함께 서로 다른 미술의 분과에서 전개되는 형식 및 매체의 실험을 교차함으로써 개별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동시대 미술의 흐름으로 가시화한다.

22일에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전시투어와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으며 전시투어는 오민 작가가 직접 진행하였다.
오민(b.1975)은 서울대학교에서 피아노와 시각디자인을,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다. 주로 시간을 둘러싼 물질과 사유의 경계 및 상호작용을 연구한다. 미술, 음악, 무용의 교차점, 시간 기반 설치와 라이브 퍼포먼스가 만나는 접점에서 신체가 시간을 감각, 운용, 소비하는 방식을 주시한다. 그동안 오민 작가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간에 기반해 미술이 고안한 여러 요소인 소리, 비디오, 퍼포먼스 등의 효과를 연구해왔다. 그는 시간성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자신의 재료를 엮어 재구성한 결과를 ‘시간 기반 설치’(Time based installation)라 부른다. 시간 기반 설치는 등장인물의 목소리, 주변의 소음, 스태프의 움직임, 카메라의 이동, 편집 방식 등 작품 내부의 요소와 스크린 외부의 형식을 함께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과정이자 결과인 덩어리의 감각을 ‘포스트-텍스처’라 규정하며 특유의 형식 실험을 연장하는 2개의 신작인 <폴디드>와 <포스트텍스처>를 공개한다.

전시투어를 진행하는 오민 작가(오른쪽)

2전시실 전경
커튼이 쳐져 있는 2전시실의 입구를 지나가면 오민 작가의 <폴디드>를 감상할 수 있다. 3개의 채널로 이루어진 신작 <폴디드>는 56초 단위로 짜인 16개 장면에서 개별 재료가 변화하는 모습에 주목해 순행하는 시간의 방향을 뒤집고 각 채널 사이에 일어나는 작동을 비교한다.


오민, <폴디드 Folded>, 2022, Time based installation, 3 channel projection, 6 channel audio, 8 min 31 sec
이러한 오민의 시간 기반 설치는 작품 내부에 구조화된 시간성뿐 아니라 작품 바깥에 위치한 시간과 만나 다중의 시간 감각을 구현한다. 여기서 그를 특정 짓는 주요 형식, 정밀하게 동기화된 멀티채널 프로젝션이나 ‘접힌’ 영상 구조는 시간과 시간이, 혹은 형식의 자족성과 재료의 자율성이 맞부딪히는 접합 부위에 물리적인 긴장과 이완을 만든다. 이러한 특성은 작업에 내재한 시각 형태 즉, 디자인을 작업의 형식으로 작동시키려는 그의 의지에 부합한다. 더불어 작가는 <폴디드>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동작을 결정하는 수행자의 사유, 그리고 이러한 퍼포먼스를 라이브로 볼 때와 영상으로 볼 때에 느껴지는 시간성에 대한 차이와 같은 사유에서 해당 작품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신작 <폴디드>는 그간 이미지적으로 다가오던 오민의 기존 작과는 달리 움직이는 무언가, 흘러가는 무언가와 같이 운동성이 강조된 작품이라는 점도 인상 깊다.

3 전시실 입구
오민의 책에서 발췌한 포스트텍스쳐를 비롯한 다양한 개념에 관련된 글들이 적힌 벽면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프로젝트 룸에 있는 오민의 <포스트텍스처>를 감상할 수 있다.

프로젝트 룸 전경
오민, <포스트텍스처 Post-Texture>, 2022, Lecture, single channel monitor, stereo audio, 52 min 15sec
<포스트텍스처>는 오민은 화면에 직접 등장해 ‘포스트-텍스처’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감각해야 하는지를 강연의 형식으로 설명하는 영상 작품이다. 음악의 구조를 빌린 작가의 여정은 단선(monophony)에서 다선(polyphony)으로 다선의 확장(homophony, heterophony)으로 이동하며 선율 이후의 형식을 탐색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에 놓인 덩어리 감각을 재료가 배치된 선형의 질서, 완결된 작품, 직선의 시간 구조 바깥에서 상상하며 이를 ‘포스트-텍스처’라 규정한다. 포스트-텍스처는 음악사의 규범적 선율 조직인 ‘텍스처’에 비견해 여러 정보가 동시에 배열 및 지속되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달리 말해 텍스처가 형식과 내용의 위계에 따라 하모니를 이루는 노래의 감각이라면, 포스트-텍스처는 관습에 의해 의미를 생성하지 않는 소리인 비노래의 감각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도 오민이 작품에서 언급하고 있는 ‘포스트텍스처’를 설명하는 말로, 무정부주의자인 에마 골드만의 말을 변형한 것이다. ‘춤을 출 수 없다면’이라고 시작한 골드만의 문장을 ‘노래해야 한다면’이라고 바꿔 말함으로써 음악의 규범을 흩트리는 포스트 텍스처의 시도를 설명한다.

오민 작가가 출간한 다양한 서적들
3 전시실의 한 켠엔 『오민, 유혜림과 협업, 연습곡 1번』(2018), 『부재자, 참석자, 초청자』(2020), 『토마』(공동편집: 박수지, 2021) 등 그간 오민이 출간한 총 7권의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포스트-텍스처에 대해 나눈 여러 대담을 묶은 책인 『포스트텍스처』도 열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학예 연구를 맡은 백지수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민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물론, 포스트-텍스처에 대한 논의와, 이에 대한 여러 접근 방식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정보
관람시간: 11:00~19:00, 매주 월요일 및 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일반 7,000원 / 학생 5,000원
정세영 jsy989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