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2022.05.03-08.28
아스테카는 예전에 아즈텍, 아즈테크 등의 이름으로 접해왔던, 낯설지만은 않은 남아메리카의 문명지이다. 물론 그 낯설지 않음은, 이번 전시로 인해 낯설어졌다. '들어봤다'의 함정이라 할 수 있겠다. 마야, 잉카와 함께 손꼽히는 이곳의 역사는 다른 두 곳처럼 외부의 침략과 함께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독일 린덴박물관과 네덜란드 국립세계박물관이 협력한 이 전시는, 현재까지 우리에게 남겨진 아스테카의 역사 흔적을 맘먹고 해체하고 일깨우고자 애썼다.


들어서면 만나는 첫 조형물인 태양의 돌이 전설의 입구를 담당한다. 실제로는 너무나 거대하고 무거워서 옮길 수 없는 이 유물을 모형으로 만들어 주변을 둘러싼 가림벽과 함께 거대한 입체 스크린으로 사용했다. 여기에서 아스테카인들의 신앙 출발점인 태양신의 이야기를 펼친다. 여러 태양신들과 현재 태양이 된 마지막 태양신, 그리고 그들이 태양에 올리는 제를 통해 인신 공양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까지 발굴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그 인신 공양의 규모가 작음을 이후 수치로 밝히기도 한다) 이 미디어 조형물은 언어가 낯설지만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흡입력 있게 관객의 눈길을 잡는다.

(사진) 옥수수의 신 치코메코아틀 / 어린 옥수수의 신 실로넨

이어서 전시장을 채우는 건 아스테카의 문화재 208점이다. 무수히 많은 그것들은 정말 크기도 또 작기도 하다. 전시물을 보여주는 벽의 공간에 그려진 안내 그림들이 설명과 재미를 더한다. 주식이었던 옥수수의 경우엔 생장 시기별 신들이 있었고, 여성신 남성신도 있었다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사진) 『보투리니 고문서』 또는 『여정의 두루마리』
-사람 입 앞에 바람 모양의 말풍선은 말을 하고 있다는 뜻
-발자국은 하나당 특정 거리를 의미
-장식이 된 큰 삼각형은 산을 말하는데, 뱀이 그려진 건 뱀 산이다
-사각형 안의 그림은 각각 1월 2월 같은 00달에 해당하며, 여러 개 나열된 것은 그만큼 시간의 흐름을 의미
관객들이 걸음을 멈추는 부분은 이들의 기록물이었다. 아스테카 사람들이 신화 속 고향 아스틀란을 떠나 멕시코 중앙고원에 도착하는 이야기다. 이들의 기원을 알리는 역사서라고 봐야 할까. 그림으로 이야기를 옮긴 문서는 각 부분에 번호를 붙여 설명이 되어있기도 했지만, 마치 오늘날 만화처럼 어떤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표현되어 있었다. 관객들은 말 그대로 펼쳐진 책을 '읽듯이' 따라가며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기도 했다.

태양의 돌처럼 입체로 당시 도시를 세워두고, 태블릿PC를 두어 증강현실로 설명을 만나게 한 전시물도 인상적이었다. 모르는 문명의 모르는 이야기들은 어쩔 수 없이 설명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태블릿PC로 바라본 도시는 사람이 돌아다니고 생활하는 단편적인 모습들이 더해져 설명을 줄여줬다. 이런 구성은 텍스트에 지칠 관객들에게 또 다른 흥미거리가 되어줬음은 물론이다.

(사진) 얼굴 모양 의례용 칼 / 전쟁과 재생의 신 시페 토텍
스페인 정복자들의 기록에 아스테카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의 살가죽을 벗기는 제의 모습이 표현되어있다. 이 역시 목격담이 아닌 잘못 전해진 오류 중 하나. 전쟁과 재생의 신인 시페 토텍은 전쟁 포로의 살가죽을 벗겨내 입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봄에 옥수수를 심기 위해 대지의 초목을 베고 불태우는 것과 비슷하다. 옥수수가 싹을 틔우기 위해 씨앗의 껍질을 벗는 것도 비슷한 모습이다.

(사진)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 전시장을 나가기 전 안내문
아스틀란 출신의 사람들이란 뜻의 아스테카인들은 스스로 메시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이름들은 지금의 멕시코와 멕시코시티로 이어진다. 그들은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았고, 온전한 스페인 정복자들의 것이 된 게 아니다. 오늘날의 멕시코인인 메스티소(중남미 원주민과 유럽게 백인의 혼혈인)로 남은 것이다. 유물에서 길어 올린 역사는 과장과 왜곡을 걷어내고 아스테카라는 문화를 다시 보게 했다. 먼 과거의 일이라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지만, 이렇게 천천히 승자의 역사에서 실제 역사로 가까워지는 일이 오늘날엔 가능하지 않은가. 취향 저격하는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문화도, 이렇게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의 결과물도 만나 기뻤다.
(참고)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