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의 위기와 붉은 말의 해에 건네는 ‘갓’의 위로
심홍 이소영 개인전 《오 마이 갓! - O 馬耳 갓》, 스페이스성북서 5월 16일까지



2026년 병오(丙午)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우리 시대의 시간과 생태를 붓끝으로 읽어내는 화가 심홍(心弘) 이소영이 스페이스 성북에서 개인전 《오 마이 갓! - O 馬耳 갓》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언어유희를 넘어 기호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지점에서, 작가가 작업과 함께 해온 전통 이미지와 현대적 삶의 궤적을 잇는 자리다.







전시 제목인 ‘오 마이 갓(Oh my God)’은 한국어 발음으로 전이되며 ‘말(馬耳) + 갓’이라는 새로운 의미 구조를 형성한다. 작가는 갓을 쓴 붉은 말을 통해 전통과 현대, 본능과 규범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을 화면에 담아냈다. 홍희기 큐레이터는 이 전환을 두고 “단순한 언어유희를 넘어 기호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드러내는 출발점”이라며, 작가가 전통을 고정된 과거로 두지 않고 현재의 맥락 속에 살아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문제의식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묵직한 화두로 이어진다. 전시의 핵심 모티프 중 하나인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작가에게 단순한 문화유산 그 이상이다.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선사시대의 흔적이 현대에 이르러 마모되고 훼손되는 현실을 작가는 '자신의 회화가 기대고 있는 시간의 기반이 흔들리는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멸종된 호랑이와 토종고래인 상괭이, 멸종위기동물 펭귄은 작가의 붓끝에서 현대인과 전쟁 난민의 자화상으로 치환된다. 특히 펭귄을 통해 그려낸 ‘밈’이나 ‘품’ 같은 한글문자도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됨됨이와 시대적 고민을 정감 있게 담아냈다.






이소영의 회화는 ‘보여주기 위한 결과’가 아닌 ‘살아내기 위한 기록’이다. 종이 위에 쌓아올린 채색은 삶의 면면이며, 겹겹이 쌓아 올린 붓질은 묵묵히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수행이자 어쩌면 기도일지 모른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절망의 벼랑 끝에 서 있었던 시련은 모난 심성을 다듬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하며, 비워내야 새로 채울 수 있다는 ‘득어망전(得魚忘筌)’을 작품에 투영했다.






최근 작업에서 선보인 ‘고래’, ‘아리랑’, ‘별’, ‘곁’ 등의 한글문자도는 조선시대 윤리문자도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AI가 지배할 미래와 전쟁의 상흔이 남은 현재를 관통하는 작가만의 시선이 녹아 있다. 종이 위에 번지고 스며드는 동양 회화 특유의 물성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삶의 본질을 닮았다.





이번 전시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고이자, 묵묵히 버텨온 자신을 향한 조용한 치유다. 관객은 암각화에서 온 고래의 춤과 붉은 말의 역동성 사이에서 각자가 살아낸 시간을 반추하게 된다. 전시장에 들어선 이들은 인간과 자연,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내면의 방’에서 진정한 회복탄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우주의 바다에 던져진 존재로서,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는 그의 모색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그 울림을 전한다.




사진: 김영나


◇ 전시 상세정보
이소영: 오 마이 갓!-O 馬耳 갓
2026-04-29 ~ 2026-05-16
스페이스성북
https://www.daljin.com/display/D108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