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조요한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개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하 박물관)은 IBLee인스티튜트(대표 이인범)와 함께 조요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조요한, 사유의 형식들 :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를 2026년 5월 7일부터 개최한다. 이경(怡耕) 조요한 선생(1926-2002)은 한국 1세대 미학자로서 서구의 보편적 미학 담론을 주체적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동양의 고전적 가치를 융합하여 한국 미학의 학술적 토대를 구축한 인물이다. 전시명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khalepà tà kalá)’는 고대 그리스의 격언으로, 그가 평생을 두고 고뇌했던 미학적 탐구의 깊이를 상징한다.


전시 전경

  전시는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그가 일궈낸 ‘철학하는 일’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출생하여 동북 지방의 개화 문명 속에서 성장한 선생의 유년기를 시작으로, 철학자 박종홍(1903-1976)과 화가 김환기(1913-1974)와의 만남을 통해 예술철학의 길로 들어선 청년기를 다룬다. 조요한이 스승으로 섬겼던 박종홍은 1922년 잡지 『개벽』에 「한국미술사」를 연재하였을만큼, 예술의 세계에도 관심이 있었다. 박종홍은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하였으며 훗날 박정희 정부에 참여하여 국민교육헌장 초안 작성에 참여하는 등의 이유로 비판 받기도 하였으나 명실상부 한국철학 연구의 개척자로 평가 받는다. 

조요한은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과 동문이었던 누나의 영향으로 학생 시절에 성북동 김환기 부부의 집에 오랜 기간 머물기도 하며 그와 교류하였다. 이 인연으로 이후 환기재단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이어갔다. 전시에는 1964년 뉴욕의 수화가 이경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어있다. “여보소, 철학자! 좀 가르쳐주어요.”라는 문구는 두 인물의 깊은 신뢰를 여실히 드러낸다.

「김환기가 조요한에게 보낸 편지」, 1964.2.16, 21×29.7cm, 조경진 소장 ⓒ환기재단·환기미술관

  서구 철학에 천착하고 있던 조요한은 4·19와 5·16라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그의 관심은 점차 현실 공동체로 향했으며, 1964년부터 2년간 이어진 독일에서의 연구와 유럽 체험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전시장에 놓인 독일 유학 시기의 그의 기록들은 그가 철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전반과 전후 유럽 사회를 얼마나 깊게 관찰했는지 보여준다. 그 사유의 여정 속에서 첫 저작으로 『예술철학』(1973)을 출간하였다. 조요한은 10·26 이후 찾아온 ‘서울의 봄’이 군사정권으로 인해 좌절되는 것을 보고 1980년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 참여했다가 교수직에서 5년간 해직되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1984년 11월에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복직된 그는 1989년 숭실대학교 제6대 총장에 취임하여 대학교육 정상화에 집중하는 기간을 거쳤다. 총장직을 마친 조요한은 여러 저술을 구상했으나, 『한국미의 조명』(1999)만을 발표하고 2002년에 작고하였다. 

전시 전경

  전시장에는 조요한의 생애 흐름에 따라 그의 학문적 성과와 진중한 연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친필 원고, 강의록, 서신 등 50여 점의 아카이브와 소장작품이 관객을 맞고 있다. 전시 마지막 부분에는 사후 이루어진 그와 그의 저작에 대한 평가 등이 모여있어 그의 후학들에 대한 영향을 조명한다. 또한 전시 준비 기간 제작된 인터뷰 영상에서는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이은기 목원대학교 명예교수 등 제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 조요한의 면모를 다각도로 엿볼 수 있다.

  전시장을 나설때면 관람객은 관념에 머물지 않고 삶의 현장과 교감하며 ‘철학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지식인의 고뇌와 헌신을 체감하게 된다. 한국인의 미의식을 철학적 사유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조요한의 미완의 질문들은, 혼돈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묵직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라운드테이블 / 조경진, 김주원, 김정현, 김달진, 박남희, 이인범

  5월 7일 오후 5시에 진행된 개막행사에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장미성 숭실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하여 축사하였다. 그에 앞서 오후 3시에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는 조경진 유가족·서울대학교 환경설계학과 교수,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이인범 IBLee 인스티튜트 대표,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김주원 한빛교육문화재단 이사, 김정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사가 참여하여 한국 사회에서 조요한의 삶과 학문의 위치, 동시대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기웅 열화당대표, 하선규 한국미학예술학회장, 서영애 이수기술사무소장, 숭실대 철학과에서 화환을 보내주었다.

이인범 IBLee 인스티튜트 대표

  전시는 연계 행사로 오는 5월 14일부터 6월 25일까지 총 6회의 릴레이 강연을 박물관 인근 상명대학교에서 이어진다. 박물관은 6월 26일 전시 종료 후 누리집(daljinmuseum.com)을 통해 기초 연구 자료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이경이 평생 고뇌했던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탐구는 획일화된 현대 문화 안에서 우리만의 주체적 미학을 재정립하기 위한 현재진행형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