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서고에서 피어난 조선의 이상향, 국립중앙박물관 서화관 ‘외규장각 의궤’ 상설전


국립중앙박물관 서화관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외규장각 의궤: 왕의 서고, 어진 세상을 꿈꾸다》는 조선 왕실 문화의 정수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외규장각 의궤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145년 만에 프랑스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이 소중한 기록물들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을 넘어, 조선이 꿈꾸었던 ‘어진 세상’의 청사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왕의 서고, 외규장각의 문을 열다

전시는 강화도에 설치되었던 왕실 서고, ‘외규장각’의 역사적 의미를 짚으며 시작된다. 정조가 왕실의 핵심 문화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연구하기 위해 세운 외규장각. 그곳에 보관되었던 의궤들은 왕이 친히 열람하는 ‘어람용(御覽用)’이 대부분이며, 세상에 단 1부밖에 전하지 않는 유일본 의궤가 29책 포함되어 있다.

고급 초고지(草高紙)에 장황(裝潢)된 어람용 의궤의 붉은 선과 정교한 필치는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참여한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유감없이 증명한다.




전시전경

책의



기록으로 세운 어진 세상, '덕치(德治)'의 실현

이번 전시의 핵심 테마는 ‘어진 세상을 꿈꾸다’이다. 조선의 왕들은 의궤를 통해 국가의 주요 의례와 행사를 완벽하게 기록함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세우고, 백성을 향한 ‘덕치’를 실현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왕실의 의례와 가례: 왕의 결혼, 세자 책봉 등 국가적 경사를 기록한 의궤는 엄격한 질서 속에서도 백성과 기쁨을 나누고자 했던 축제의 현장을 보여준다.

건축과 복구: 궁궐의 중건이나 요새 축조 과정을 담은 기록은 치밀한 예산 집행과 인력 관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시대를 앞서간 조선의 시스템 행정을 입증한다.

왕실의 장례(흉례): 선왕에 대한 효심을 다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유교적 가치관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자 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

의궤는 한 시대의 완벽한 매뉴얼이자, 후대 왕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올바른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남긴 선왕들의 든든한 이정표였다. 



1686년 장렬왕후(1624-1688)에게 존호를 올리는 행사를 치르고 난 뒤 만든 의궤.

제작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어람용 의궤

사진: 한지형




사진: 한지형



미디어와 만난 조선의 기록 문화

이번 상설전은 한자의 장벽을 낮추고 관람객에게 직관적인 감동을 주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의궤 속 '반차도(班次圖, 행렬도)'가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이며, 수백 명의 인물과 말, 깃발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왕실 행차를 눈앞에서 재현한다. 수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그래픽이 어우러져 시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디지털 책



전시명: 서화관 《외규장각 의궤: 왕의 서고, 어진 세상을 꿈꾸다》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


작성: 한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