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생각

<자신의 안구가 타인에게 이식되기 이전에는 자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는 없습니다. 본다 해도 멀쩡한 얼굴을 볼 수도 없을 뿐 더러, 인식은 남의 뇌에서 이루어지니 결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끔찍한 상상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 쳐다보듯 본다는 상상은 누구나 해봤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국 인간이란 ‘거울과 사진에 의존하여 자신의 희로애락을 평생 지켜봐야 하는 운명인가 봅니다.
송은영의 그림은 이 두 가지 도구에 크게 의존하는 개인적 모습과 여러 모순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울 앞 실상은 흑백 사진으로, 거울 속 허상은 칼라 유화로 대비시켜 실재 이미지와 반사된 이미지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가 특유의 날카로움과 진지함은 의외로 밋밋하게 묻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지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구상화의 속성 때문일지 모릅니다. 이런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관객들에게 그림에 대한 의도와 상세한 설명을 어느 선까지 전달해야할지, 작가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송은영(34세)는 1999년 불확정적 자화상 , 2002년 다른 곳과의 경계에서의 개인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