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 스며든 문화 예술

 

이선영(미술평론가)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강화군 야곡마을과 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진행된 ‘야곡 문화예술 마을; 사람이 즐거운 집’ 프로젝트는 야곡 경로당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와 지역의 열정적인 사회복지사(최정미), 참여 작가 및 어르신 작가들과 함께 하면서 공동 작업을 총괄 지도한 김지원(도예가) 등이 합심하여 한편의 드라마 같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공공 문화 예술의 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전문 예술인이 낯선 현장에 도착해서 완전히 무장해제 당하고 얼마 안 되는 재주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예가 비일비재 한 것에 비한다면 괄목할만한 성과이다. 공동체에 부족한 부분은 외부의 협력을 구했고, 상호 이해와 헌신에 바탕 하는 인간적 관계는 내부와 외부와의 긴밀한 팀워크를 이루었다. 야곡마을의 공동체는 거창한 예술적 야심이 내세운 것은 아니었지만, 밀도 있고 강도 있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0월 중에 강화도 지역의 문예회관에서 열린 연극은 마을 주민과, 주민의 일가친척들, 지역 공무원, 학생을 비롯한 자원 봉사자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성황을 이루었다. 

 

강화도에는 총 200개가 넘는 경로당이 있고, 야곡마을은 총 50명의 지역주민이 살고 있는데, 여기에서 18명이 참여(나머지는 어르신들의 아들, 딸, 며느리로, 지역과는 거리가 있는 그들만의 또 다른 삶이 있다) 했다면 주민 거의가 참여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대부분 초등학교 3-4학년을 다닌 게 전부라는 평균나이 75세의 야곡마을의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학교로 인지하면서, 프로그램의 참여는 자연스럽고 자발적이었다. 함께 했던 도예나 연극은 어르신들의 잊혀 진 이야기들을 끌어내었고, 그 자체가 ‘소통과 힐링’--요즘, 문화 예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라서 다시 쓰기도 민망하지만--이었다. 야곡 문화예술 마을학교는 가장 성공적인 지역 공동체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2013년에 또 다른 사업에 도전했다. 그것은 작년에 진행된 다소 자잘한 문화행사들을 하나의 공연으로 집약한 것이다. 물론 공연장 한 귀퉁이에는 마을학교에서 진행한 도예교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도자기 표면에 새겨진 내용들은 진행될 연극의 장면들로 이루어졌다. 

 

그림자 연극 공연은 어르신들이 했다는 것 외에도 그자체로도 흥미로운 면이 있었다. 그림자 연극은 때때로 영상이 가미되어 입체적인 느낌을 주었다. 공동체에 공유되는 서사가 ‘순자’라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통해 전개되었다. 주인공 순자의 평범하면서도 굴곡 많은 사연은 ‘다 내 이야기 같다’는 주민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것은 분명 어떤 특정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 것이지만, 그 지역과 그 세대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고, 그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는 신기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순자 이야기’는 한국처럼 빠르게 변모하는 사회에서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이들에게는 낯선 사연이었던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그럴듯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에 바탕 한 연극은 구성원들의 척척 맞는 손발로 지루할 틈이 없이 전개되었다. 그것은 헌신적이라 할 만큼의 상당한 연습량을 전제한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의 즐거움이 동력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외지인이 보기에도 좋았다. 

 

야곡마을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마을임을 염두에 둘 때, 그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자신의 시간을 많이 할애한 셈이다. 연극이 끝난 후 그들은 연극 때문에 밀린 농사일들에 다시 몰두해야 할 것이다. 문화 예술은 마음의 농사에 해당된다. 모여서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를 돈독하게 했을 것이다. 다시 학교를 다니고 학예회를 준비하는 것 같은 설레임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협력해서 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늘 그렇고 그런 일상에 치이며 살아 왔던 어르신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색다른 경험을 주었고, 그것은 기획자가 자평하듯이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준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한 할머니가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고 이제는 한이 없어...’라고 말하는 부분이 그 소박하다면 소박한 희망을 말해준다. 또한 이번 연극을 계기로 어르신들은 가족들에게 새롭게 인정받았다. 연극이 끝나고 일가친척들이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그것은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문화 활동은 공공 문화 예술의 가장 긴급한 요건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준다.   

 

출전; 인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