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동물원의 원숭이는 한국 동물원의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외국 도시에 가게 될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동물원에 좀처럼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 신나는 동물원이 눈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10년이 멀다하고 도시는 몰라보게 변하고 있지만, 시골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도시의 진화 속도에 반응하는 사람의 표정은 강렬하고 다채롭지만, 정작 거리의 활보에서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자동차와 건물뿐입니다. 작가 역시 거리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생명체에서 자유를 느끼면서도,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은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도시의 대표가 사람이 아니라, 콘크리트나 쇳덩이 같은 ‘껍데기’라고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도시라는 동물원에서 평생 갇혀 있는 동안 배부르게 지낼 순 있! 지만,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습관마저 퇴화될지 모르겠네요.
2003년 정주연은 ‘거리에서 보다’라는 개인전을 한차례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