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시선의 그물망으로 구축된 제국 앞에서

  

 이선영(미술평론가)


  

 정정주의 작품들은 대부분 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건축물 모형이다. 여기에 모형 내부를 들여다 봄으로서 공간에 개입하는 관객이 가세한다. 시뮬레이션처럼 정교하게 구축된 건물은 빛으로 채워진 합리적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인공적인 경관을 이룬다. 육체적, 기계적 시선이 투과하는 무대 세트는 극히 미술적인 지각이라 할 수 있는 시각성을 극대화한다. 그것은 시선에 의해 정렬되는 객관성과 그것을 확보하는 주체의 비전을 전제한다. 사건과 생성의 세계로부터 격리된 채 침묵하고 있는 축소모형들은, 메두사 같은 응시에 의해 돌로 변한 시각의 공격성과 물신성을 예시하고 있다. 


작가에게 친숙한 작은 공간에서 도시 일부를 떠내어 온 듯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정정주의 작품은 스펙타클의 사회를 압축한다. 기 드보르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현대적 생산조건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삶전체는 스펙타클의 거대한 축적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스펙타클은 직접적인 삶에 속했던 모든 것을 표상과 추상으로 환원시키고,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고착되는 경향이 있다. 스펙타클은 하나의 이미지가 될 정도로 축적된 자본이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삶의 모델이자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이다. 기 드보르는 스펙타클이 원칙적으로 요구하는 태도는 수동적 수용이라고 지적한다. 스펙타클에 에워싸인 대중은 고독한 관조자가 되고, 그 어디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스펙타클은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정정주의 작품에서 건물 내부 뿐 아니라, 건물 사이의 공간에서 작동하는 카메라는 보고/보이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대도시의 사회적 관계를 내포하는데, 이는 근대에 확립된 전망감시적panoptic 모델과 연관된다. [덕이동 로데오 거리](2005)나 [서대문형무소](2004)는 거리부터 감옥까지 우리의 일상 무대를 관통하는 현대사회의 기본적인 구조를 표현한 작품이다. 미셀 푸코는 이성의 시대에 와서 완벽한 감시의 장치, 즉 단 하나의 시선만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장치의 고안에 골몰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장치는 그것은 권력을 자동적으로 작동시킨다.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려면 어디에나 있고, 또한 모든 것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감시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정정주가 재현하는 공간은 보는 것을 통해 알고, 아는 것을 통해 권력이 성립되는 촘촘한 시선의 그물망이 짜여지는 공간이다. 특히 여러대의 카메라를 시차를 두고 작동시키는 작품의 경우, 현실을 입체적으로 생중계하듯이 시공간을 실시간으로 조망하고 편집하는 방식을 통해, 전지적 시점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기계를 모델로 하여 발전한 근대 건축물은 기계 그자체로 진화하고 있다. 정정주의 모형들은 그리드 구조를 기본으로 축조된 근대 건축들과 닮았는데, 그것은 그 자체가 미디어가 됨으로서 보다 완벽한 시선의 유토피아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것은 눈의 기능이 특화된 근대적 패러다임을 강조하면서, 근대적 시선을 가상 공간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근대의 원근법적 시각을 물려받은 사이버 세계는 육체의 총체적 감각을 시선으로 더욱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것은 이전 시대의 총체화하는 시선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카메라들이 장착된 축소모델은 현실과 가상을 포괄하면서 자동적으로 완성될 재현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정정주의 작품에서 소인국의 거인처럼 창문을 가득 채우는 관객의 낯선 얼굴이 기계 거울에 비추어진다. 여기에서 관객은 공간에 대한 물리적 탐색과 운동하는 기계가 창출하는 자료가 교차됨으로서 만들어지는 비전과 만남과 동시에, 가상의 육체와 물리적 육체 사이의 분리와 탈구를 느낄 수 있다. 


보다 최근의 작품은 눈에서 몸으로 강조점이 옮겨지기는 한다. 특히 전시되는 장소를 모델로 만든 작품들의 경우, 관객의 신체가 건물 안팎에 동시에 개입하는 효과를 준다. 통로를 만들어 실제로 신체가 들어가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정정주의 작품은 육체와 그것이 담긴 공간의 괴리를 강조한다. 그것은 정정주가 정교하게 구축하는 시선의 제국이 궁극적으로는 얼굴없이 작동하는 익명적 권력의 전체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정정주의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 격자를 통해 개인으로 고립되는 공간, 살아있는 육체로부터 점차 분리되어 가는 공간이 있다. 


그것은 인간과 기계의 눈이 투명하게 관통하도록 만들어진 구조물, 그것이 창출하는 열린 부피와 스펙타클을 통해 이전의 인간, 자연, 사회, 역사로부터 단절되는 거대한 구조를 단층의 절개면처럼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구조는 변화한다. 구조가 또 다른 구조로 변화하기 위해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 가령 사건, 생성, 우연, 무의식, 기억, 무엇보다도 시각성 이외의 감각들이 정정주의 작품에서는 억압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상기한 요소들이 억압될 때,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이라 보여지는데, 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어떠한지 질문하고 싶다.   

 

출전;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