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에 봄이 오면 사진이 꽃처럼 피어난다. 교토그라피(Kyoto-Graphie, 교토그라피 국제사진축제, 4.13-5.12)가 도시 전역에서 열리면 세계 사진인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기술 종주국 중 하나인 일본의 가장 오래된 문화 도시에서 열리는 사진축제라는 점은 교토그라피를 더 매혹적으로 만든다. 회를 거듭할수록 축제의 힘이 배가되며 세계적인 프랑스 아를사진축제, 미국 휘트니포토페스트와 견줄 정도로 급부상한 비결이 무엇인지 직접 가보았다.
2024년 교토그라피 주제는 ‘소스SOURCE’이다. 사진, 기후 환경, 여성, 인권, 생명, 자유, 평화, 종교 등 삶의 기원이자 조건, 동시대의 중요한 담론이 열쇳말을 형성한다. 고풍스러운 역사적 건물과 사원, 근현대 상징적인 공간에서 전시가 이뤄지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교토 특유의 전시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각 공간, 전시마다 책임 큐레이터가 있어 작가/작품과 공간의 조응이 특별한 효과로 드러나면서 지도를 들고 전시장을 찾아가는 길이 설렜다.


니조성 설치 전경
ⓒ Thierry ARDOUIN, 2024 KyotoGraphie, Photo: Kenryou Gu
12곳에서 열린 13개 전시 중 몇 가지 꼽아본다. 상하이 거점 작가인 버드헤드(Birdhead)는 실크스크린과 옻칠로 제작한 <Bigger Photo> 시리즈를 선보였다. 전시를 통해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 사뭇 도발적이다. “We Will Shoot You”. 280년 된 건물에서 탄생한 지 150년이 된 사진은 전시장에서 계속 변신 중이었다. 교토아트센터에서는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N)의 <아이들이 자는 곳>이 전시되며 어린 관객을 끌어모았다. 작가는 5개 대륙 40개국에서 촬영된 아이들의 방을 통해 빈곤과 부, 기후 변화, 불평등, 교육, 젠더, 난민 위기와 같은 우리 시대의 복잡한 문제를 짚었다. 브라질 예술가 클라우디아 안두자르(Claudia Andujar)와 브라질 야노마미 족의 협업으로 이뤄진 전시에서는 원주민의 삶을 사진, 영상,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누대로부터 아마존 동식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토착민의 지혜와 아마존 생태계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원주민의 이해와 주권을 확장하는 데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준다. 카시와다 테츠오(Tetsuo KASHIWADA)는 포도밭을 촬영하면서 목격하게 된, 자연환경에 미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작품 <하늘을 날다 Pulling The Void>를 통해 선보였다.
생명의 강인함과 연약함, 생명 다양성과 희소성, 인간의 연결망을 다양한 색상의 실을 통해 보여준다. 이란 시민과 익명의 사진가들이 함께 만든 전시《당신은 죽지 않을 거에요 You Don’t Die》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쿠르드족 여성 “지나”의 죽음 이후 이란 사회를 뒤흔든 시위 현장을 보여준다.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시민들을 이란 정부는 폭력으로 제압하려 하지만 불길은 더 거세졌다. 교토그라피에 큰 영감을 준 아를사진축제의 창립자인 루시앙 끌레그(Lucien CLERGUE)의 전시장에서는 노란 벽면을 타고 집시 탱고 음악과 사진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니조성에서 열린 ‘티에리 아르두앙(Thierry ARDOUIN)’의 <Seed Stories>였다. 매혹적이고 아름답고 신비롭고 위대한 씨앗의 초상화를 우주의 별처럼, 고귀한 사람처럼, 범접할 수 없는 신의 모습처럼 보여준다. 인류의 기원을 씨앗의 여정에 빗대어 보여주는데 이는 교토그라피의 변화와 성장의 네트워크를 비유하는 듯하다. 교토그라피는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과 단체, 개인의 관심과 성원으로 이뤄진다. 세계 사진계의 흐름에 발맞추면서도 교토그라피만의 특이성과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획자가 독립적으로 행사를 기획/진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한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10여 개의 사진축제가 열린다. 이미 20년이 넘은 행사도 있다. 꼭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전시/축제는 어떻게 만들어 질 수 있을까. 교토그라피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 최연하(1974- ) 사진, 예술, 생태주의 미학을 중심으로 기획, 저술, 강연.《41.6% 1인 가구》(2024), 《경기포토페스티벌》(2022), 《거리의 기술》(2021),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2019) 등 전시기획. 『사진의 북쪽』(2008), 『한국사진의 힘』(2020)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