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국 내 미술관에서 이어지는 한국미술 전시 분위기에 편승하듯, 보스턴미술관(Museum of Fine Art in Boston, 이하 MFA)에서 진행 중인 특별기획전 《한류-The Korean Wave》(3.24-7.28)는 K-pop,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한국 대중 문화와 예술의 형성 과정과 그 다채롭고 역동적인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박물관에서도 동명의 전시(2022.9.24-2023.6.25)가 열린 바 있다. 보스턴 전시는 큰 틀에서 동일 맥락에 있지만 현지화된 콘텐츠를 추가했다. 미국 내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MFA는 패션, 영화, 음악, 엔터테인먼트를 수용한 예외적인 전시를 통해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컬렉션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스턴미술관 전경


전시장 입구에는 야광빛 전시 제목과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관람객을 흥겹게 맞이하며, “한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전시에 대한 기본 이해를 돕는다. 이번 전시는 한류를 단순히 트렌디한 문화 현상이 아니라 그 배경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제공한다. 도입부에서는 사진, 비디오, 실물자료, 패널이나 월텍스트(wall text)를 통해 근대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겪는 식민지, 남북 분단, 한국전쟁 등 정치적 시련과 경제적 개발, 1980년대 민주화 운동, 88 올림픽, 기술저력을 상징한 자동차, 휴대폰 산업을 거쳐 21세기 초 문화강국으로 나아간 한국의 비약적인 성장 과정을 추적한다. 한국 근대사를 단편적으로 집약하여 따라잡기 다소 벅찰 수 있지만 한국 예술과 문화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1990년대 말부터 한국 가요, TV 드라마, 영화 등 대중 문화가 일본, 중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반향이 일어나면서 ‘한류’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2000년대 초 싸이 이후 BTS의 인기는 한국 대중 문화 콘텐츠를 세계권으로 확대했다. 이번 전시는 전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한국 문화를 다루고 있는 ‘버라이어티쇼’라 할 수 있다. 전통 악기, 음반, 아이돌 그룹의 패션, 연습 비디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의상과 소품, 그리고 영화 〈기생충〉 속 가지지 못한 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화장실’ 공간의 재현, 전통 한복, 그리고 현대 패션과의 융합을 통해 한국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선보인다. 또한 K-뷰티 섹션에서는 한국의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트렌드를 소개하며, K-푸드 섹션에서는 김치, 불고기 등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다룬다.



보스턴미술관 전시 전경


MFA의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독특한 전시로, 고려 금속활자의 복제품, 금동 경전 보관함, 도자, 달항아리, 민화 병풍 등 MFA의 한국 미술 컬렉션을 통해 현대 대중문화 요소에 깊은 역사적 맥락을 제시한다. 또한,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의 가족사를 반영하여 미국 이민자의 삶을 조명하고, 팬데믹 기간 아시안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조각보 작품을 제작한 줄리아 권 등 미주 한인 아티스트도 참여하여 전시의 의미를 더했다.

보스턴미술관(MFA)에서 열린《한류-The Korean Wave》 전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한류라는 시대적 현상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 문화의 이미지를 상품화하면서 시각적 화려함을 강조하다 보니 그 진정성이 흐려질 우려도 있다. 이제 한국은 문화 수입국에서 생산 공급자로서 그 창의성과 활력을 세계와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