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사고, 이태원 참사에 이은 의료공백 사태 속에 필자는 사회적 참사와 공공서비스의 붕괴에 대한 책임 추궁과 국가 시스템의 작동을 비판하는 메시지 생산에 주목했다. 《예술, 실패한 신화》(3.22-5.26, 서울대학교미술관)를 통해 제기된 “‘정의의 편에 선 예술’, ‘공공적 인간으로서 예술가’는 근대적 신화인가?”, “권력 비판과 국가폭력에 대항은 민중미술 이후 관측되지 않았던가?”, “현대미술의 사회풍자와 비판 기능은 진정 퇴화했나?”라는 질문을 복기해 보았다. ‘정의와 도덕에 대한 신념이 위축된 건 분명하지만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는 심상용 관장의 반박에 연대하며 국가권력이 국민을 관리하는 체계 ‘국가 시스템’ 중 ‘의료’를 꼬집는 MZ세대 작가를 주목하고 작업방식과 비판 논증 방법을 관찰했다.

ZITTT, <Care Service Center>, 2023-현재 웹기반 작업(CareServiceCenter.kr)
콜렉티브그룹 지트 ZITTT(송지형, 조민선, 이주영)의 〈Care Service Center〉는 관객이 웹사이트에서 스스로 건강을 진단하고 결과에 따른 치유제 상품 구매를 추천받는 작품이다. 마음의 위안을 판매하고 타인의 괴로움이 이윤이 되는, 현대인의 정신 건강에 대한 불안을 악용해 자본을 취득하는 기업이 만연한 동시대 모습을 비판하고, 가짜 뉴스가 범람하던 팬데믹 동안 무분별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건강이라는 관념 혹은 추상적 상태가 시스템을 만나 전혀 다른 양태로 변모함을 지적한다. 정신 건강의 치유는 미디어나 외부 세계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닌 자신으로 재귀하는 방식임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실제 사용되는 정신건강진단법을 적용해 사이트 구축, 관객이 실시간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정보가 수집되는 방식(온라인 커뮤니티의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의료와 사회학에 대한 사전 리서치 결과와 웹사이트로 수집된 정보를 변증법적 태도로 분석하여 작업에 반영했다.
안솔지 작가는 경험을 투영한 가상의 존재 ‘Z’의 에세이와 의료기구 가득한 설치작품을 통해 ‘의료시스템의 신체 제도화’를 비판한다. 신체의 정상성을 규정하고 이를 목표로 치료적 행위를 하는 의료시스템의 목표 자체가 문제임을 지적하고, 치료의 본질과 국가 시스템으로서의 의료를 분리하는 서술을 시도한다. 여러 국가의 의료시스템을 겪고 연구한 작가 개인의 경험과 연결해 한국 의료시스템 특성을 객관화하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이 무시된 표준화형 전체주의적 국가 운영방식이 한국 의료시스템에서도 발견됨을 시사, 차등적 상업화 역시 문제로 지적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개인의 의료적 경험과 시선을 문화적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 다차원적 사회를 빚어낼 수 있는 길이며, 미술 작품의 미학적 연구, 수행과 동시에 작품과 미술가가 속한 거대 경계에 대한 복기와 반영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비판의 수위는 미술가가 현명하게 결정해야 할 요소라 말한다.

안솔지, <기르던 것들>, 2021, 아크릴, 실린더, LED 전구 조명, 식물생장등, 고사리, 프리저브드 이끼, 120×60×140cm
국가가 휘두르는 신체적 폭력은 감소한 듯 보이지만, 그 관리방식은 진화하여 물대포와 몽둥이 대신 국민의 신체를 분류하고 제도화하는 ‘의료시스템’으로 이어졌다. 국가적 업적으로 칭송받는 이 시스템의 역사와 작동방식을 살펴보면, 의료에서 정의하는 건강의 지표는 개인의 행복을 목표로 하지 않다는 불편한 근거를 발견하게 된다. 생산성의 증대와 상업화를 지향하는 의료시스템의 목표와 건강이라는 행복 추구의 간극은 오늘의 의료공백만큼이나 크다. 붕괴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보강을 이유로 의대 증원을 발표 후 의사집단과의 갈등으로 생긴 의료공백의 몫이 국민에게 돌아간 지금 정부와 의사, 의료계 모두 공공의료를 외치지만 그 실상은 시장화된 의료자본 지키기에 급급하다. 의료시스템의 방향키가 개인의 안녕을 향하지 않음을 확인한 이상 예술은 어떤 메시지를 뾰족하게 드러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