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공식 포스터 ⓒ Nan GOLDIN, 찬란


지난 40여 년간, 낸 골딘(Nan GOLDIN, 1953- )은 사회적 금기를 직면하고 소외된 이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LGBTQ 커뮤니티, 에로티시즘, 에이즈, 약물 중독 등 미국의 하위문화와 혼란스럽고 일탈적인 낸 골딘 자신과 주변의 사적인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낸 골딘의 작품을 일컬어 ‘자신의 시대를 증언하는 뛰어난 기록이자 한 개인의 증거이며 시각적인 일기’라고 평가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주제적 내용적 측면에서의 작업적 파격은, 잘 알려진 낸 골딘의 자화상 사진 〈구타당한 지 한달〉(1984) 같은 인화사진과 함께 시도해 온 멀티 슬라이드쇼(Slideshow Video) 형식의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심화되었다. 예컨대, 1979년 록 뮤지션 프랭크 자파의 생일파티에서 선보인 멀티 슬라이드쇼 비디오, 1982 《휘트니비엔날레》와 2002 퐁피두센터에서 공개된 작업이 대표적이다. 800장의 스냅숏(snapshot)으로 구성된 45분짜리 슬라이드쇼 비디오는 영화 스틸을 연상시키며 스크리닝 되었다. 개인의 서랍 속 내밀한 사진과 미술관에 전시된 인화 사진의 매체적 고정성을 넘어 공간과 시간을 확장하는 시도였다. 리얼리즘 영화의 담론적 논리를 계속해서 참조하고 암시하는 듯한 그의 매체 실험은 현대미술에서 사진, 즉 예술(가)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실천을 하여야 하는가를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것 같다. 
이러한 낸 골딘의 예술 여정과 지속적인 실천적 태도를 확인 할 수 있는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Nan GOLDIN,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2022)가 지난 5월 국내에도 개봉되었다. 영화는, 낸 골딘의 유년시절 겪었던 언니의 자살과 가출, 이후 미국 하위문화를 전전하며 그 일상을 기록했던 그의 작업과 행동가로서의 예술적 의지가 강화된 계기인 ‘아편유사제(opioid) 위기’와의 투쟁과 실천을 기록했다. 2017년 말, 마약성 진통제인 아편유사제 중독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낸 골딘은, 자신과 같은 약물 중독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중독성 진통제 스캔들에 주목하면서 행동가 그룹 ‘페인(P.A.I.N.)’을 만들었다. 
낸 골딘과 ‘페인’은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루브르 등 아편유사제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제약회사 일가의 기부금 등 후원을 받은 세계 각지의 뮤지엄에서 후원 거부 및 그들의 이름을 지울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2018년 3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같은 해 7월 하버드대미술관, 2019년 2월 구겐하임미술관, 그리고 다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시위는 계속되었다. ‘약물 부작용 사망자 40만 명’, ‘하루에 200명 꼴’, ‘제약회사 가문은 수치심을 가지시오’ 등의 구호가 적힌 전단을 뿌리거나 다른 뮤지엄에선 하얀 약통을 전시장 바닥에 투척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널부러진 시체처럼 메트로폴리탄과 구겐하임 등의 전시장 바닥에 드러누웠다. 퍼포먼스의 일환이다. 
극심한 통증을 잊게 하는 진통제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약속하지만 심각한 중독성이 가져온 정신착란, 호흡 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인 50만여 명이 아편계 진통제 중독으로 사망했다. 영화 속 낸 골딘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아름다움’이 ‘진짜 아름다움’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편유사제 위기’는 마약성 진통제와 고통으로의 해방, 타인의 죽음과 자본의 축적 등 쌍생아와 같이 교착된 잔혹한 현실의 모순과 감춰진 트라우마가 세계 주요 문화 및 학술단체, 인문기관에의 기부와 후원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위장을 시도한 참혹한 사례이다. 
낸 골딘 회고전을 준비하던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은 작가 요구에 따라 제약회사 가문의 기부금 130만 달러(한화 17억 원)를 거부한다. 이를 계기로 테이트모던, 뉴욕 구겐하임, 파리 루브르와 런던 대영박물관 등이 연이어 이들의 기부금과 작품 기증을 거부하고, 해당 기부자 이름으로 증축 개관되었던 전시실과 예술센터 등의 명칭을 바꾸거나 지우기 시작했다. 낸 골딘은 영화 속에서 “사진은 내가 두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말 속에 ‘사진’은 ‘예술’ 혹은 진짜 ‘아름다움’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든 아름다움’은 모두 ‘진짜 아름다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 김주원(金珠嫄) 홍익대 일반대학원 미학과 박사. 대전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개척자들: 박현기, 육태진, 김해민>(2023), <이것에 대하여>(2020) 등 전시기획. 일본 기타큐슈 현대미술센터 펠로우. 『한국현대예술사대계V-1980년대』(시공사, 2005) 공동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