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는 작가 홍순명이 20여 년 동안 지속해 온 대표 시리즈로, 인터넷판 국제 뉴스 보도 사진에서 사건의 핵심 장면을 삭제하고 전혀 시선을 두지 않을만한 주변부나 가장자리 이미지를 조합해 캔버스 화면에 추상화된 풍경으로 변조시킨 회화 연작이다. 홍순명 작업 세계의 중심축이 되어 온 〈사이드스케이프〉는 인터넷 시대 이후 저널리즘과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변화된 의미와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홍순명의 〈사이드스케이프〉가 미학적 체제를 넘어선 ‘비인간 증인’으로 어떻게 인간-비인간 모두를 아우르며 다른 여러 세계를 매개하는지 살피고자 한다.
〈사이드스케이프〉가 지시하는 풍경은 일차적으로 사회적 사건, 전쟁, 기후 재난에 대한 이미지 정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작가의 시각화 작업을 거쳐 캔버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원본의 이미지는 추상화되고, 색과 면, 형태 등 심미적 요소가 강조되면서 대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대체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홍순명은 이 회화 이미지가 공적 대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일종의 포털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각각의 작품에 제목으로 자신이 생산한 미학적 대상의 주소를 등록해둔 것이다. 그것은 〈Sderot. Oct 8. 2023〉과 같이 주로 익숙하지 않은 변방의 도시명과 최근 날짜로 구성되어 있다.

〈Sderot. Oct 8. 2023〉, 2023, 캔버스에 유채, 60.5×50cm
작품의 제목이 추상화된 이미지의 기원을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코드로 작동하면서 그의 사이드스케이프는 더 이상 누군가의 해석을 기다리는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 주체성과 능동성을 지니고 다양한 주체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적극적 행위자가 된다. 호기심이 발동한 감상자는 휴대폰으로 해당 도시와 날짜를 검색한다. 해당 일에 보도된 기사와 보도사진 몇 개를 검색한 끝에 〈Sderot. Oct 8. 2023〉에 묘사된 “푸른 상공으로 속도감 있게 날아오른 정체 모를 사물”이 이스라엘 군용기 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서 발사한 전쟁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홍순명의 〈사이드스케이프〉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목격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누가, 또는 무엇이 증인이 될 수 있는 것이지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고 재검토를 요청한다.
목격이란 무엇일까? 무언가를 목격했다는 것은 그 사건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목격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목격한 바를 등록하고 다른 사람을 관계로 불러들임으로써 인식론적, 도덕적 공동체, 심지어 정치적 주체성 자체를 함께 구성하는 행위이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목격자는 지옥불의 상처를 고스란히 살과 말로 전하는 희생자와 생존자, 조종사와 센서운용자, 지휘관, 군법무관, 영상분석가, 당시 현장을 전할 다큐멘터리 작가와 언론인, 전 세계 시청자, 학자까지, 인간 증인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는 어떨까? 피에 흠뻑 젖은 땅, 불길에 검게 그을린 도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길가의 흙과 돌, 미사일과 신호가 통과하는 탄소 대기, 생태적 재앙을 초래하는 무수한 과정에 개입한 드론, 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증언은 대부분 목격담에서 아예 배제되거나 단순히 증거자료로 다뤄질 뿐이다. 그것도 인간 전문가나 통역사, 중재자의 역할에 맡겨진다.
우리가 속한 세계 안에서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비인간 대상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한다는 것은 애초에 사변적이거나 허구에 가까운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계가 우주 안에 있는 유일한 세계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세계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진실에 다가가거나 최소한 인류의 집단지성만으로는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를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홍순명의 〈사이드스케이프〉는 사건의 목격에 비인간을 대화에 끌어들임으로써 우주정치적 정의라는 더 넓은 틀 안에서 배제된 지식, 주관성, 경험을 위해 마련된 공공 포럼의 장소가 된 것이다.
- 홍순명(1959- )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에콜데보자르 졸업. 2015 전혁림미술상, 2016 이인성미술상, 2023 호반미술상 수상.
- 조주현(1978- ) 이화여대 예술학 박사. 일민미술관 학예실장. 2023 광주비엔날레 네덜란드파빌리온 큐레이터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