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 [40일 간의 병상일지]전 개막 퍼포먼스
일시 : 2023년 9월 5일 오후 5시-6시
장소 : P&KIM 갤러리
1. 개요
이 퍼포먼스는 1967년 12월 11일에 행해진 [가두시위]의 오마주이다. 당시 국립중앙공보관에서 열린 ‘무’, ‘신전’, ‘오리진’ 그룹의 연합체인 [청년작가연립전]의 개막일에 ‘무’와 ‘신전’ 동인들이 벌인 <가두시위>는 한국 행위예술의 서장을 연 의미있는 행사였다.
청와대 옆, 총리공관 맞은편의 골목에 있는 P&KIM 갤러리에 오후 5시 무렵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시의 타이틀은 [40일간의 병상일지]. 주인공인 작가 윤진섭이 2022년 12월 8일 자정 무렵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는 사고를 당해 국립중앙의료원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이 전시는 윤진섭이 천행으로 의식을 회복한 후 일반병실에서 보낸 약 40일 동안에 그린 드로잉 작품 5백여 점으로 구성되었다. 개막식에서 행한 퍼포먼스의 사진 기록을 이번 기회에 소개한다.
퍼포먼스가 열린 장소는 국무총리 공관 맞은편의 화랑가와 약 1킬로미터에 달하는 그 주변 거리이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1세대 행위예술가인 원로작가 성능경이 즉석에서 백지 한 장을 손에 들고 특유의 제문을 읊기 시작했다. 부채를 대신하여 종이에 불을 붙이고 윤진섭의 전람회 성공을 기원하는 즉흥 낭독이었다. 그 옆에는 ‘무’ 동인 멤버이자 원로 행위예술가인 김영자 선생이 서 있었다.
성능경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전시장 바닥에 놓인 A3 크기의 박스 종이에 김석환, 박주영, 박시현, 데비한, 권남희, 안규철, 유지환, 허진권, 이탈, 이혁발, 박혜성, 김수정, 이계영, 이아영, 김수열, 이은주, 김용임(사진), 김태영(사진), 권영일(사진), 최영식 등등 작가와 참석자들이 예술을 주제로 구호를 썼다. ‘영원한 청년 윤진섭’을 필두로 ‘위대한 예술’, ‘삶은 어렵고 예술은 쉽다’, ‘예술은 영원하다’, ‘예술은 맑음’ 등등 촌철살인의 경구들이 나왔다. 즉석에서 십 수개의 피켓이 제작됐다.
드디어 일행은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에 나섰다. 주인공인 윤진섭은 전시장 안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쓸 때 이탈, 이혁발 등의 도움을 받아 체 게바라에게 바치는 갑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약봉지와 다 쓴 모기향, 테이프, 기타 잡동사니로 만든 이 갑옷이 괴상하여 행위들의 눈길을 끌었다. 병원에 입원 중 윤진섭은 비몽사몽 간에 체 게바라를 만났는데, 체 게바라는 윤진섭 에게 “동지, 혁명하시오!”라고 말했다. 윤진섭은 그 말을 ‘예술혁명’하라는 말로 받아들였다고 훗날 기억해 냈다.
일행은 ‘예술!’하는 윤진섭의 마이크 선창에 따라 ‘혁명!’ 등등 구호를 외치며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을 했다. 일순, 공관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긴장하는 듯 했으나, “영화 촬영 중!”이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일행 중 몇몇이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아야 ‘사건’이 벌어지는 건데, 이 대목이 좀 아쉬운 퍼포먼스였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