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란, 2022 ⓒ 황란스튜디오


뉴욕과 한국을 기반으로 국제 활동을 해온 황란의 《Ran HWANG: Evanescence and Regeneration(황란: 소멸과 재생)》(10.15-12.7) 전시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근처에 위치한 레일라헬러갤러리(Leila Heller Gallery)에서 열렸다. 뉴욕과 두바이에 거점을 둔 갤러리로 2012년부터 황란 작가를 지지해왔다.

황란은 시그니처 재료인 단추로 겹겹이 층을 이루며 다양한 색채로 중심이미지를 이루고, 이를 연결하는 긴 핀과 동그란 또는 타원형 캔버스, 그리고 동양의 족자나 병풍 스타일로 작업해 왔다. 그의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은 이번 전시 제목인 “덧없이 지고 새로이 피어나다 Evanescence and Regeneration”와 연결되어 존재의 덧없음과 삶의 순환성이라는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시적으로 담아내며, 한층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Healing oblivious aqua_OS〉, 2024, 단추, 한지, 구슬, 핀, 나무판넬, 핀, 200×360cm ⓒ Ran HWANG


‘매화’는 황란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부터 주목해온 중요한 모티프이다. 2006년 작가는 뉴욕 퀸즈뮤지엄에 단추로 높이 5m에 달하는 대형 벽 설치 작품 〈붓다 캠프(The Buddha Camp)〉(2006)를 선보였다. 아름다운 붉은 매화(홍매)가 부처상의 머리에서 자라나 미술관 벽을 타고 세상과 연결된 비주얼로 이때 매화의 이미지를 구성한 소재는 바로 흔한 일상 소품인 단추였다. 작고 소모적이며 쉽게 교체될 수 있는 존재인 단추는 그 자체 무상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사소한 오브제가 ‘매화’로 재탄생하고, 작가는 ‘매화’라는 꽃에서 다시 ‘무상’의 의미를 읽어낸다. 찰나적 순간에 피고 지는 매화의 짧은 화려함에서 ‘덧없음’을 본 것이다. 재료나 그것으로 표현된 이미지 사이를 연결하는 이중 부정은 역설적으로 더 강한 긍정의 힘이 된다. 황란은 상대적인 관계를 대비시키되, 대립보다 그 상대성을 넘어 더 높은 단계의 통합을 보여 주는 방식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다.

새롭게 선보인 신작 〈힐링 오블리비어스 아쿠아_OS(Healing oblivious aqua_OS)〉(2024)와 〈비커밍 어게인_ETBF(Becoming Again_ETBF)〉(2024)는 길이 360cm, 높이가 200cm가 넘는 대작이다. 〈힐링 오블리비어스 아쿠아_OS〉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죽어가는 산호초를 재현하며, 한지단추를 재활용하여 산호초와 함께 매화가 피어나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계를 구현했다.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며 생명과 죽음, 성장과 쇠퇴의 경계를 넘어 궁극적인 희망의 울림으로 확장된다. 병풍 형식인 < 비커밍 어게인_ETBF>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만개한 하얀 매화꽃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깊은 공감과 삶의 찬란함을 보여주는 협주곡이다.



〈Becoming Again_ETBF〉, 2024, 종이 단추, 구슬, 플렉시글라스, 핀, 240×360cm ⓒ Ran HWANG


황란의 단추 작업은 서양의 오브제 미학에서 ‘낯설게 하기’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단추는 그 고정된 상태에서 촉각적 감각을 일깨우며, 단순한 기능적 역할에서 벗어나 미적이며 상징적인 오브제로 전환된다. 작가는 단추를 고정하고 배열하는 과정을 불교의 명상법 중 하나인 수행 과정으로 설명하며, 이를 통해 물질적 세계와 비물질적 세계를 연결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황란은 서양의 오브제 미학을 수용하면서도 동양의 영적 사유를 통합하여, 동서양의 미학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서양 미학의 틀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양의 사유를 깊이 담아, 관객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내면의 성찰을 동시에 선물한다.



- 황란(1960- ) 뉴욕 School of Visual Art MPS 수료. 보스턴 Mass MoCA, 싱가포르 에르메스재단, 플로리다 베이커미술관 등 전시. 뉴욕 AHL파운데이션 1회 금상, 2015 폴록크란스너재단 그란트 수상.

- 현수정(1960- ) 독립큐레이터, 조선대 대학원 박사. 미주 한인 아카이브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팜비치 아트페어 한국특별전 큐레이터 역임. 현 뉴저지 몽클레어 주립대학에서 ‘비서구권 미술사’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