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은 대형작가다. 매체 확장성이 강하고 코스모폴리탄한 미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아 근본 바탕에 흐르는 색채와 정서는 ‘한국적’이다. 홍지윤이 그런 자신의 세계를 가리켜 ‘퓨전 동양화’라 부르고 추구한 지 30년, 어느덧 큰 일가를 이루었다.
30년 화업을 기리는 회고전이 지금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홍지윤 스타일》(2024.11.29-2.16)전은 수묵화로 시작해 채색화에 진입한 홍지윤의 변화무쌍했던 지난 30년의 화업을 회고하는 전시다. 그와 함께 앞으로 전개될 진로 모색을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시, 서, 화를 바탕에 깔고 전개되는 홍지윤 작품세계의 특징은 매체에 자유로운 것이다. 아류가 생겨날 만큼 유명해진 홍지윤체는 특유의 화려한 꽃 그림 이미지와 함께 화면을 주도하는 양대 축이 되었다. 〈華麗(화려)〉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거니와, 그 외에도 문자가 주가 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회화는 물론, 입체, 설치, 오브제, 미디어아트,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단편 영화에 이르기까지 홍지윤의 표현매체는 광범위하다. 그러면서도 매체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매체를 통어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매체는 표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홍지윤 특유의 퓨전이 가능한 것이다. 홍지윤에게 있어서 매체는 예술의 광합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거기서 새로운 미적 가치가 탄생한다. 이러한 퓨전의 정신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가져오는 바, 이번 전시를 위해 시도한 단테의 『신곡』에 대한 그녀 나름의 해석은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전시 전경 2F ⓒ 2024 《홍지윤 스타일》, 금호미술관
1층 전시장으로 들어선 관객은 신작과 만나게 된다. 대형작품 총 24점으로 구성된 신작 〈별, 꽃, 아이〉는 홍지윤이 아이패드로 그린 이미지를 캔버스에 옮긴 것이다. 이미지 일부를 프린트하여 미술관 바깥 창문에 설치해 그래픽 효과를 높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금호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건물 전체가 ‘홍지윤 축제’의 분위기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그 축제의 진원지가 바로 1층 전시장을 가득 채운 꽃의 이미지이다. 작업 특성상 동양적 선묘에 적합한 디지털 브러시를 선택하여 그린 화려한 색동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혼융한 홍지윤의 ‘퓨전 동양화’의 실험이 집중된 작품이다.
1층의 전시장을 둘러본 관객은 3층 전시장으로 안내된다. 거기에는 초기의 수묵화 작품이 전시돼 있어서 홍지윤의 작업이 어떤 실험과 전위적인 태도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예술적 뿌리를 살펴볼 수 있다. 2층에는 홍지윤 화조화의 특징인 화려한 형광색으로 그린 대형회화 작품과 시서화 일체의 개념을 아우른 작품이 전시돼 있다. 끝으로 지하층에는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유년 시절의 추억을 설치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스왕크(Boutique Swank)라는 이름의 양장점을 운영했던 모친과 얽힌 에피소드와 어린이의 눈으로 본 아스라한 추억을 일련의 설치작업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홍지윤은 꽃과 별로 대변되는 작업의 근원이 유년기에 있음을 암시한다.

전시 전경 B1 ⓒ 2024 《홍지윤 스타일》, 금호미술관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숙명적으로 인문학자 박이문(1930-2017)의 말처럼 ‘문화퓨전’을 경험하게 돼 있다. 현대인은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휴대폰을 가지고 저작도구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린다. 이제는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홍지윤은 오래전부터 ‘퓨전 동양화’, ‘아시아 퓨전’을 주장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호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성과가 집약된 것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관람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