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1월에 열리는 IT 박람회 CES는 세계 기술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2025년 주제는 ‘Connect. Solve. Discover’ 그리고 ‘Dive in(몰입)’으로, 서로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삶 속에 더 폭넓고 깊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의미다. 2020년 “메타버스가 온다”고 예견했던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이번 박람회에서 AI 대중화를 강조했다. 기술의 일상화라는 이런 흐름 속에서 미술 분야의 현재는 어떠할까.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이 생존 전략이 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아래 빠르게 선보인 온라인 갤러리, VR전시, 메타버스 플랫폼 등은 팬데믹 상황에서 접근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집에서도 작품을 감상하고, 종료된 전시를 다시 보거나,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예술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구글 아트 앤 컬쳐는 주요 미술관 작품을 고화질로 제공했고, 뉴욕현대미술관 MoMA는 가상 투어로 색다른 경험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사바나미술관의 메타사비나아트플랫폼, 토탈미술관의 메타버스프로젝트 등이 주목받았고, 이응노미술관은 VR갤러리와 제페토 메타버스플랫폼을 이중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제페토 기반 이응노미술관 메타버스


그러나 2025년 현재, 지속 가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콘텐츠나 기술력이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구축된 플랫폼들은 업데이트가 미흡하거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책 지원에도 한계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스마트 미술관 기반조성사업은 2021년 공립 미술관 65곳에 국비·지방비 총 2억 원씩 예산을 지원하며 플랫폼 구축을 장려했지만, 이듬해부터 예산이 축소되고 현재는 중단되었다. 메타버스 이응노미술관도 이 사업의 성과지만, 지속적인 운영 대책은 과제로 남아 있다. 2023년 국공립 미술관 최초의 메타버스 전시관 개관을 홍보하고도 제대로 추진 안된 울산시립미술관처럼 장기적 방향을 고려하지 못한 문제가 대두되었다. 또한 단순히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 그친 경우에는, 몰입감과 상호작용이 부족하여 재방문과 지속 참여로 이어지지 않았고, 콘텐츠 미흡은 관람객 외면으로 나타났다. 방문자 수 저조로 1년 반 만에 운영 중단되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은 ‘메타버스서울’ 사례는, 관심을 유지할 독창적 콘텐츠와 사용자 경험이 필수라는 교훈을 남겼다.



부산시립미술관 메타버스 스틸

디지털 플랫폼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사용자 경험을 강화한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둘째, 다양한 협업 모델 모색이 중요하다. 간송미술관의 메타버스뮤지엄은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을 NFT로 제작하고 가상 갤러리를 운영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시도했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실과 연결된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영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플랫폼 구축 이후에도 콘텐츠 업데이트와 유지보수를 위해 기술 지원과 예산 마련이 가능하도록 공공과 민간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혜원 NFT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 프로젝트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디지털 플랫폼은 기술적 도구를 넘어 삶과 연결되는 공간으로의 의미가 요구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2024년 12월 리노베이션 공사로 휴관에 들어가며 메타버스 플랫폼에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관람객은 공사 후의 미술관을 미리 경험해 보면서, 기획전을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이 현실의 제약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하거나, 현실과 연결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이 ‘미술을 보는’ 차원을 넘어 ‘미술과 함께하는’ 삶으로 일상 속에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 홍희경(1970- )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한국문화정보원 원장,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MBC C&I 스마트미디어팀 부국장, 전략사업팀장, 기획팀장 등 역임. 문화 콘텐츠, 디지털 전환 분야 연구 및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