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지금 2025 EXPO의 열기와 도시 전체를 무대로 한 대규모 예술제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시작된 《스터디(Study): 오사카·간사이 국제예술제》는 도시와 예술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는 복합예술 플랫폼으로, 올해는 엑스포 공공예술과 연계하여 확장된 규모와 국제성을 갖추고 6부로 구성되어 오사카 전역에서 4월부터 10월에 걸쳐 진행된다.



오사카문화관·텐포잔(구 산토리박물관)


1부 “다양한 세계로의 초대”는 엑스포회장을 무대로 한 공공미술이다.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EXPO 전시구역 내 설치된 작품은 나무와 흙, 식물로 구성된 유기적 구조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건축적으로 해석하였다. 2부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여 1994년 준공된 구 산토리박물관인 오사카문화관·텐포잔에서 “사람과 생명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재구성된 현실(Reshaped Reality)전시로 하이퍼리얼리즘 조각 50년의 흐름을 조망한다.
마크 시잔, 자크 베르뒨, 듀안 핸슨, 론 뮤익 등이 참여하여 생명과 신체,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탐색한다. 3부는 오사카 북부 상업지구에서 “뜻밖의 음악·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사운드 아트와 내러티브 기반 설치작업으로 QR코드를 통해 이어폰으로 듣는 오디오 작업부터, 데이터와 기억을 연결하는 인터랙티브 설치로 오사카의 거리에서 다면적이고 편재된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다.

4부는 예술과 커뮤니티의 접점을 실험하는 장으로 가마가사키 지역을 중심으로 ‘기억의 재봉관: 탕스’나 ‘가마가사키아트센터’ 같은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과의 협업으로 일본 사회의 주변부에서 예술이 갖는 역할을 현장에서 체감해본다. 사회적 예술 실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5부는 일본 동서남북 문화가 교차하는 오사카의 정체성을 담아, “Re: Human ‒새로운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질문과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인간의 본질을 둘러싼 조용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간사이 지역의 예술가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마지막 6부는 한국·일본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며 미래지향적인 문화예술 관계 구축을 위해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맞춰 한일 합동으로 7월 개최되는 아트페어를 통해 미래형 예술 생태계를 실험한다.



좌) 마크 시잔, 〈Embrace〉, 2014 ⓒ Marc SIJAN
우) 자크 베르뒨, 〈Pat & Veerle〉, 1974 
© Jacques VERDUYN / VG Bild-Kunst, Bonn 2022. Courtesy of Galerie Antoine Laurentin, Paris


올해 예술제의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미술관이나 갤러리 중심 전시에서 벗어나, 도시 공간과 커뮤니티에 스며들어 펼쳐지는 ‘장소-특정성’(Site-specific) 전략을 취한 것이다. 엑스포 회장, 구 산토리박물관, 오사카 북부 상업지구,가마가사키 지역 등 다양한 장소와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스위스, 유럽 등 여러 국가의 작가가 함께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만큼이나, 예술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예술감독의 부재, 기획 큐레이터진의 일관되지 않은 방향, 장소 분산으로 인한 관람동선의 복잡성 등의 불편함을 관객이 감수해야 한다. 엑스포와의 협업 또한 공공미술 영역에서의 확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이 대형 국가 이벤트의 ‘장식’으로 보여질 위험도 있다.

예술의 자율성과 실험성이 희석되는 지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간사이 국제예술제는 ‘예술과 도시, 커뮤니티, 경제, 과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현재 실험하는 중이다.

한국과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오사카에서 벌어지는 예술이 현실과 사회에 맞닿으려는 이 시도는 한국의 예술인과 기획자에게도 유의미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오사카의 혼잡한 골목과 문화관, 엑스포의 휘황찬란한 전시장, 가마가사키의 서민적 공동체를 오가며 펼쳐지는 예술의 다중적 풍경 속에서, 지금 예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묻는 거대한 실험장을 목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