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Transept, from Interior of the Great Exhibition, 1851
영국만국박람회 남쪽화랑, 1851


2024년 7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며 14년 만에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그동안 브렉시트와 팬데믹의 위기를 거치며 고전을 면치 못한 영국의 국정을 회생시켜야 하는 현 정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노동당 정부는 파산 직전에 직면한 이곳 국공립과 비영리 미술계를 살리기 위해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할까?

사실, 한 나라의 예술은 그 정부에 의해 매겨지는 가치에 따라 운명을 달리한다. 그 가치가 환산되어 국정예산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려한 르네상스 미술 컬렉션에 매료되어 영국 왕실 컬렉션을 구축한 찰스 1세(1600-1649)와 영국 최초의 미술 학교, 로얄 아카데미를 건립하여 영국 미술의 학술적 토대를 세운 조지 3세(1738-1820), 그리고 만국박람회를 개최하여 런던을 19세기 유럽 미술과 디자인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킨 빅토리아 여왕(1819-1901)에 이르기까지 영국 왕조의 역사에서 미술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높았다. 이러한 미술의 가치는 이후 국정을 운영하는 내각 안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그 맥을 이어 오고 있는데 보수당은 ‘문화 유산의 보전’, 노동당은 ‘대중을 위한 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술의 가치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봉착하며 서서히 하락하는 듯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독일, 프랑스, 핀란드와 같은 문화 선진국에서 예술 분야의 예산이 70% 상승한 것이 비해 영국은 6% 삭감하며 유럽에서 가장 낮은 예산을 편성한 국가로 기록되었다. 영국의 국공립미술기관들은 분기마다 지속적인 예산 삭감을 당했고, 유럽연합(EU)을 탈퇴한 2020년부터 연간 1,420억 원이었던 EU창작기금 유입이 중단되었다. 중앙정부에서 지역정부로 하달되는 예술 문화 보조금 지원 금액 또한 18% 삭감 되었고 이는 공교육에 반영되어 예체능 과목의 비중 또한 현저히 낮아지고 예술 대학 진학률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그로인해 런던에서 하루가 다르게 실험적인 전시와 퍼포먼스를 쏟아냈던 유럽 예술가들이 EU탈퇴로 까다로워진 비자발급 여파로 런던을 떠나고 있다.

이에 현 노동당 정부는 2025/26 문화예술예산으로 이전 정부 예산에 비해 2.6%가 증가한 금액인 약 3조 9천억 원을 편성했다. 이와 더불어, 예술계만을 위한 약 5,000억 원 상당의 새로운 지원금 ‘예술보편기금(Arts Everywhere Fund)’을 편성하였는데 이중 약 1,600억 원으로 책정된 ‘창의재단기금(Creative Foundations Fund)’은 현재 부도 위기에 직면한 영국 전역의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을 회생시키기 위한 예산이다. 또한, 정부는 2025년 4월부터 전시회에 대한 세금 감면을 확대하여, 일반전시는 20%에서 40%로, 순회전시는 25%에서 45%의 세율로 감면한다. 더불어 축소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회하기 위해 외무부와 문체부가 협업으로 운영하는 문화적 영향력 위원회(Soft Power Council)를 결성하여 예술을 통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에 약 1,1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EU와 다시 협업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현 정부가 제시한 예산안은 지난 정부와 비교하여 증폭이 된 듯 하나 기존 삭감률을 만회하기엔 여전히 미진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사 난디(Lisa NANDY, 1979- ) 문체부 장관은 이러한 간극을 메울 해결책으로 기업과 예술의 재결합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노동당 정부가 세금을 대폭적으로 늘려 기업과 부유층이 런던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 현재 상황에서 파격적인 세금 혜택이라는 유인책 없이는 이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여진다.

그간 멀어졌던 미술이 영국 현 정부에게 주어진 5년 동안 다시 대중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